[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이제 김장철이 다가왔습니다. 이때 김장을 마친 뒤에 집집이 무청을 말리던 정경이 그립습니다. 새파란 무청이 꾸득꾸득 말라갈 때 처마 밑으로 옮겨 달아 매두었다가 한겨울에 시래기 우거지국을 해 먹으면 밥 한 그릇을 후딱 해치울 정도로 꿀맛이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지금도 지방에서는 무청 말리기가 중요한 겨우살이 준비지요. 참 무청을 말려서 만든 것은 ‘시래기’라고 하지만, 배추 걷대를 말린 것은 우거지라고 합니다. 하지만,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무청 혹은 배춧잎 말린 것 모두 시래기라고 표기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시래기나 우거지는 무청이나 배춧잎을 말린 것을 뜻하는 한국의 전통 식재료입니다. 시래기는 주로 무를 수확한 뒤 남은 줄기와 잎 부분을 통풍이 잘되는 그늘에서 말려 만듭니다. 시래기는 식이섬유가 풍부하여 소화를 돕고 체지방 감소에 도움을 줄 수 있으며, 철분, 칼슘, 베타카로틴, 비타민 B 등이 많아 겨울철 부족한 영양분을 보충하고 면역력 향상에 좋다고 알려졌습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햇볕에 말리는 과정에서 많이 생긴 비타민 D 덕분에 골다공증 예방에 효과적이며, 간 기능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시래기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대형마트에 “자주 쓰는 것들의 최상 JAJU”라는 글씨가 보였습니다. 이 가게가 <JAJU>라고 말하는 것은 말집(사전)에서 “짧은 동안에 같은 일을 여러 번 되풀이하여”라고 풀이해 놓은 것처럼 소비자들이 자주 찾는 상품이 있는 가게라는 뜻으로 쓴 모양입니다. 참 좋은 생각을 가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조금 모자란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는 ‘한글’이라는 뛰어난, 세계인들이 부러워하는 글자를 가진 겨레입니다. 세종대왕이 창제한 이 글자는 세계의 언어학자들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합니다. 한글은 가장 과학적이며 철학이 담긴 글자고, 배우기 쉬운 글자며, 더 중요한 것은 한문에 능통했던 세종이 자기 기득권을 버리고, 백성을 위해 쉬운 글자를 창안한 백성 사랑 글자라는 것입니다. 최근 전 세계인들의 큰 사랑을 받는 애니메이션(만화)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그 OST인 ‘골든’이란 노래는 세계인들이 대상인데도 영어로 부르다가 뒤에는 “영원히 깨질 수 없는”, “밝게 빛나는 우린”, “우린 빛나기 위해 태어났으니까” 같은 한국말 가사가 나옵니다. 그래서 폭발적인 인기의 이 애니메이션에서 버젓이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이 그림 <감귤봉진(柑橘封進)>은 1702년 9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제주에서 이루어진 감귤 진상을 그린 장면입니다. 특히 진상용 감귤을 가려 뽑고 포장하기 위한 여러 작업이 상세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포장 작업은 제주목 관아 망경루(望京樓) 앞에서 차일을 드리우고 진행되었지요. 머리를 틀어 올린 여인들이 바구니에 감귤을 담고 붉은색 물감의 작은 점으로 표현된 감귤이 바구니에 가득 차 있습니다. 기록에 의하면 당시 진상용으로 가려 뽑은 것은 당금귤(唐) 678개, 감자(柑子) 25,842개, 금귤(金) 900개, 유감(乳) 2,644개, 동정귤(洞庭) 2,804개, 당유자(唐柚子) 4,010개 등으로 감귤 종류만 해도 무려 12가지나 됩니다. 제주에서 보내진 감귤은 성균관 사학 유생들의 사기를 높이고 학문을 권장하기 위해 그들에게 일부를 나누어주면서 과거가 시행되었는데, 이것이 이른바 '황감제(黃監制)'라는 과거 시험이지요. 조선시대 제주에 살거나 제주에 유배가 된 경우가 아니라면 거의가 진상품을 하사받아서야 감귤을 접했습니다. 감귤은 임금이 내려주는 것이라는 인식이 있었기에 감귤 진상 장면은 임금에 향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한밤중에 된서리가 팔방에 두루 내리니, 숙연히 천지가 한번 깨끗해지네. 바라보는 가운데 점점 산 모양이 파리해 보이고, 구름 끝에 처음 놀란 기러기가 나란히 가로질러 가네. 시냇가의 쇠잔한 버들은 잎에 병이 들어 시드는데, 울타리 아래에 이슬이 내려 찬 꽃부리가 빛나네. 도리어 근심이 되는 것은 노포(老圃)가 가을이 다 가면, 때로 서풍을 향해 깨진 술잔을 씻는 것이라네” 위는 조선 중기의 학자이자 문신 권문해(權文海, 1534~1591)의 《초간선생문집(草澗先生文集)》에 나오는 글인데 상강에 대한 묘사가 잘 되어있습니다. 내일은 24절기의 18째 “상강(霜降)”인데 상강은 말 그대로 서리가 내리는 날이란 뜻으로 날씨가 추워져 첫얼음이 얼기도 하지요. 이때는 단풍이 절정에 이르며 국화도 활짝 피는 늦가을입니다. 옛사람들은 상강 초후에는 승냥이(갯과의 짐승)가 짐승을 잡으러 다니고, 중후에는 풀과 나무가 누렇게 떨어지는 낙엽의 때라고 보았으며, 입동이 되기 5일 전(말후)에 벌레들이 겨울잠을 자러 들어간다고 했습니다. 벌써 하루해 길이는 노루꼬리처럼 뭉텅 짧아졌고, 아침에 일어나 보면 하룻밤 새 들판 풍경은 완연히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영의정 홍언필이 밖에 나갔다가 집에 들어올 때 하인들이 "물렀거라! 영의정 대감 행차시다."를 외치자 이에 깜짝 놀란 홍언필이 손사래를 치면서 "조용히 하거라."라고 말합니다. 높은 벼슬아치가 초헌(조선시대 종2품 이상의 벼슬아치가 타던 외바퀴 수레)이나 보교(조선시대에 벼슬아치들이 탄 사면으로 휘장을 두루고 지붕이 있는 가마)를 타고 행차할 때는 으레 종들이 "썩 물렀거라(벽제소리)"를 외치는 것인데 홍언필은 이를 못 하게 한 것입니다. 홍언필(1476~1549)은 조선 전기의 문신으로 대사헌을 6번이나 지냈고, 우의정ㆍ좌의정ㆍ영의정을 했던 명신입니다. 이렇게 홍언필은 높은 벼슬을 지낸 사람이었지만 늘 겸손하고 조심하며, 처세에 허물이 없도록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이런 홍언필을 두고 소심한 사람으로 비판하기도 하지만 어쩌면 이런 것이 공직자의 표본이 아닐까요? 이 홍언필에게는 환갑잔치 이야기도 전해집니다. 영의정에 올랐고, 그의 아들들도 판서에 오른 자랑스러운 집안이어서 집안사람들은 크게 잔치를 치릅니다. 기생을 불러 노래를 시키면서 걸판지게 잔치를 엽니다. 그러나 이에 홍언필은 “내가 외람되이 한 나라의 높은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국립부여문화유산연구소와 부여군은 지난 10월 13일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부소산성에 대한 17차 발굴조사에서 확인된 추가 성과를 공개했습니다. 17차 발굴조사에서 눈에 띄는 것은 부소산성 내 가장 높고 넓은 평탄한 터를 조사하여 백제 왕궁의 높은 위계 공간임을 알 수 있는 대지조성과 굴립주 건물터 곧 땅속에 기둥을 세우거나 박아 넣어 만든 건물로, 지표면 위에 생활면을 설치한 건물과 와적기단 건물터를 발견한 바 있습니다. 특히 이 발굴조사를 정리하고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얼음을 넣어 두는 빙고(氷庫)가 추가로 발견되었는데 이것은 부소산성에서 처음 발견된 사례입니다. 빙고는 17차 조사구역 동쪽 끝부분에 있는데 평면은 네모 모양이며 내부 단면은 U자형이고, 규모는 동서 길이 약 7m, 남북 너비 약 8m, 깊이는 2.5m지요. 바닥 가운데에 길이 230cm, 너비 130cm, 깊이 50cm로 땅을 파서 구덩이를 만든 뒤 남쪽에 깬돌을 채운 시설을 만들었는데, 이것은 빙고 안에서 생긴 물을 빼내기 위한 물 저장고(집수정)로 짐작됩니다. 이러한 빙고는 얼음을 장기간 보관하기 위한 특수시설로 강력한 왕권과 국가 권력이 있어야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우리문화신문>에는 한자말 ‘가치(價値)’ 대신 우리말 ‘값어치’란 말을 씁니다. 그랬더니 어떤 분이 ‘가치’와 ‘값어치’는 같은 말이 아니라면서 바꿔서 쓸 수 없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에 관해 진주에서 ‘토박이말바라기’ 상임이사(맡음빛)를 하고 있는 이창수 님께서는 오히려 ‘값’이나 ‘값어치’가 ‘가치를 껴안는 폭 넓은 말이라며 ‘값’이나 ‘값어치’를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우리문화신문에 글을 올렸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값어치’를 “일정한 값에 해당하는 분량이나 가치”라고 풀이했고,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서는 “일정한 값에 해당하는 쓸모나 가치”라고 풀이해 놓았습니다. 또 우리 말꽃지음몬(문학작품)에도 이 말을 부려 써서 사람의 소중함과 삶의 무게를 멋지게 나타냈는데 예를 들면 안정효 님의 《하얀 전쟁》에서는 “죽음의 값어치는 살아남은 자의 슬픔의 무게로 측정된다.”라고 표현했다면서 꼭 ‘가치’란 말을 쓸 필요가 없음을 알려주었습니다. 그러면서 “‘값어치’의 뜻풀이 속에는 ‘가치’의 뜻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물건값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중요성과 쓸모까지 아우르는 큰 그릇이지요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지난 4얼 24일 「부여 무량사 미륵불 괘불도(扶餘 無量寺 彌勒佛 掛佛圖)」는 국보 지정을 받았습니다. 1997년 7점의 괘불이 동시에 국보로 지정된 이후 약 30년 만에 새롭게 나온 국보 괘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이 괘불도는 길이가 약 14m에 달하는 초대형 규모로, 머리에 화려한 보관을 쓰고 신체를 아름답게 장식한 모습의 보살형 입상으로 표현되었는데, 이러한 장엄신(莊嚴身, 괘불에서 머리에 화려한 보관을 쓰고 신체를 아름답게 꾸민 부처님) 괘불의 시작점을 연 작품이라는 점에서 미술사적으로 중요하지요. 초대형 작품임에도 균형 잡힌 자세와 비례, 적ㆍ녹의 강렬한 색채 대비, 밝고 온화한 중간 색조의 조화로운 사용으로 종교화의 숭고함과 장엄함을 효과적으로 구현하였습니다. 화기를 통해 법경(法冏), 혜윤(慧允), 인학(仁學), 희상(熙尙) 등의 제작 화승과 1627년(조선 인조 5년)이라는 제작 연대를 명확히 알 수 있는데, 기존에 국보로 지정된 다른 괘불도들보다도 제작 연대가 앞섭니다. 또한, 화기에 ‘미륵(彌勒)’이라는 주존의 이름을 밝히고 있어, 일찍이 충청 지역에서 유행한 미륵대불 신앙의 전통 속에서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반보기 - 이명수 손님이 멀리서 찾아오면 중간쯤 나가 마중한다 제주공항에서 수월헌(水月軒)의 중간은 애월(涯月), 자구내 포구에서 한림, 월령코지, 명월 지나 애월 곽지모물까지 낮달과 함께 네 개의 바다를 건너간다 한가위 명절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역시 우리 겨레의 큰 명절답게 이때 즐겼던 시절놀이(세시풍속)은 참으로 많지요. 우선 손에 손을 잡고 둥근 달 아래에서 밤을 새워 돌고 도는 한가위 놀이의 대표 '강강술래'가 있습니다. 또 서당에서 공부하는 학동들이 원님을 뽑아서 백성이 낸 송사를 판결하는 놀이 '원놀이', 잘 익은 곡식의 이삭을 한 줌 묶어 기둥이나 대문 위에 걸어 두고, 다음 해에 풍년이 들게 해 달라고 비손하는 풍습 올게심니(올벼심리)', 채 익지 않은 곡식을 베어 철 따라 새로 난 과실이나 농산물을 먼저 신위(神位)에 올리는 ‘풋바심’, 한가위 전날 저녁에 아이들이 밭에 가서 발가벗고 자기 나이대로 밭고랑을 기는 풍속 '밭고랑 기기' 같은 것들이 있지요. 그런가 하면 '반보기‘ 곧 중로상봉(中路相逢)도 있는데 한가위가 지난 다음 서로 만나고 싶은 사람들끼리 때와 장소를 미리 정하고 만나는 것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