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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삶이 문학이며 문학이 곧 삶’, 김수영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4217]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풀이 눕는다 /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

풀은 눕고 / 드디어 울었다 / 날이 흐려서 / 더 울다가 /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 발목까지 / 발밑까지 눕는다 /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위는 김수영 시인이 죽은 뒤 1돌 되는 날 세워진 시비에 새긴 그의 대표시 <풀>입니다. ‘풀’과 ‘바람’이라는 이름씨(명사)와 ‘눕다’, ‘일어나다’, ‘울다’, ‘웃다’라는 움직씨(동사) 두 쌍만을 써서 이를 교묘하게 반복함으로써 뛰어난 음악성을 얻고 있습니다. ‘풀’은 바람에 눕고 또 우는 나약한 존재지만 바람보다도 먼저 웃고 먼저 일어납니다. 이처럼 풀은 나약하지만, 시련에 굴하지 않는 강인한 생명력의 모습은 풀뿌리 민중과 그대로 닮았다고 노래합니다.

 

 

평론가 장석주는 《20세기 한국 문학의 탐험 3》 책에서 “김수영은 외부의 부조리한 압력인 바람을 견뎌내는 들풀의 약한 듯하면서도 끈질긴 생명력을 단순한 어휘와 이런 어휘의 반복을 통해 얻어낸 리듬, 평면적이면서도 소박한 구성으로 형상화한다.”라고 말합니다. 단순하기에 오히려 암시성의 극대화를 가져온 시가 바로 <풀>입니다. 이런 까닭에 많은 이는 풀을 민초의 상징어로 읽어 참여시의 표본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98년 전 오늘(11월 27일)은 온몸으로 자기 정체성 찾기의 한 모범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 김수영 시인이 태어난 날입니다. 그는 ‘오감도’의 시인 ‘이상(李箱)’ 이후 최고의 전위 시인이며, 4ㆍ19혁명의 정치적 숨은 뜻을 명확하게 읽어낸 명실상부한 현대시인이라는 평가도 동시에 받습니다. 그는 삶이 문학이며 문학이 곧 삶임을 일깨우는데 어쩌면 일제강점기 친일로 오염된 시인들에게 맹렬한 비판을 한 것은 아닌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