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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변호사의 세상바라기

현대 부도 막고, 삼성 비업무용 대출 규제

《효사재 가는 길》 3
[양승국 변호사의 세상 바라기 143]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효사재 가는 길》을 보다 보면 장 이사장이 우리나라의 대표적 그룹인 현대를 살린 이야기도 나옵니다. 장 이사장은 공직 생활을 하면서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이 바로 현대 부도를 막은 일이라고 하는군요. YS가 대통령이 되고 난 뒤 YS는 선거기간 중 자신을 괴롭힌 정주영을 손봐주려고 하였답니다. 정주영 회장이 대통령 후보로 나왔을 때 아무래도 경쟁 후보인 YS를 많이 괴롭히지 않았겠습니까? YS는 은행장들을 전부 청와대로 불러 현대에 돈 주는 은행들은 전부 문 닫게 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답니다.

 

그때만 하여도 제왕적 대통령 시절이니 은행장들이 감히 대통령의 엄명을 거역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지만 그전에 대우가 정치적인 이유로 문을 닫아 우리나라 경제에 큰 주름이 생겼었는데, 현대마저 그런 식으로 문을 닫게 하면 나라 경제가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리고 현대 부도는 대우 부도보다 더 큰 파장을 몰고 올 것 아닙니까? 그래서 은행장들이 머리를 썼답니다. 직접 현대에만 돈을 주지 않으면 되지 않겠냐는 것이지요. 그래서 현대종금에 돈을 빌려주었답니다. 현대종금은 이 돈을 받아 현대그룹 내 각 회사에 돈을 풀었구요. 그때만 하여도 현대종금은 현대그룹 내에서 분리되어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편법 대출 사실을 장 이사장이 알게 되었습니다. 현대종금에 감사 나갔다가 이를 적발해낸 것이지요. 이때부터 장 이사장은 잠을 제대로 못 잡니다. ‘내가 죽을 자리에 왔구나.’ 장 이사장은 평생 아무리 싸움 잘하는 놈을 만나도 한 번도 흘리지 않던 식은땀을 그때 처음 흘려보았답니다. 그러나 고민고민 하던 장 이사장은 사표 쓸 각오를 하고 이를 덮습니다. 장 이사장처럼 강단이 있는 감사관이 아니었다면 그때 자칫 현대도 날아갈 뻔했군요.

 

 

장 이사장이 삼성 관련 감사도 하였는데, 한 번은 봐주고 한 번은 어림없었습니다. 한 번은 보험감독원 감사 나갔을 때인데, 삼성생명에서 삼성병원 짓는 쪽으로 돈이 몽땅 빠져나갔음에도 이를 지적하지 않았더랍니다. 그래서 이를 문제 삼으려고 하니까, 국장이 부르더랍니다. 처음에는 국장이 삼성에서 청탁전화 받은 것으로 생각하고 발끈하였는데, 국장이 “그게 꼭 그렇게만 생각해볼 일이냐. 그건 사회사업으로 보는 것이 좋지 않으냐”고 하더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집에 가면서 생각해보는데, 국장의 말이 자꾸 걸리더랍니다. 장 이사장은 그때 만약 국장이 그렇게 얘기하지 않고 “그거 건들지 마”라고 했으면, 평소 소신대로 밀고 나갔을 것이랍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런 의료시설은 오히려 장려해야 할 사항이라는 생각이 들어, 다음날 이런 사회사업은 60억이 아니라 100억을 지원하라고 해라. 그리고 지원금은 세금을 면제받을 수 있도록 재무부에 건의하라고 하였답니다. 그러니 문책을 받을 줄 알았던 사람들은 오히려 더 지원하게 하라고 하니 깜짝 놀랐겠지요. 하하! 장 이사장 앞에서 잔뜩 움츠렸다가 눈이 똥그래지는 사람들 모습이 그려져, 슬며시 웃음이 나옵니다.

 

 

그리고 또 한 번도 삼성에 돈을 몰아준 것인데, 이번에는 과감하게 잘랐습니다. YS 때 비업무용 부동산에 대출이 되는 것을 규제하였습니다. 그런데 신탁 감사 나가서 보니 6개 시중은행 신탁자금이 삼성 기업 컨소시엄에 들어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삼성이 일원동 삼성병원 일대에 삼성 공화국을 만들려는 자금이었던 것이지요.

 

삼성이 사려던 부동산 규모가 어느 정도인고 하니, 자체 버스를 타고 경내를 다 도는 데만도 1시간이 걸릴 만큼 어마어마한 규모이고, 본관 건물은 150층으로 설계가 되어 있었다는군요. 장 이사장이 이를 손대려고 하니까 또 압력이 들어옵니다. 장 이사장은 감사 일주일 만에 이를 비업무용으로 지적하고 서울시에 통보해버립니다. 서울시에서는 비업무용으로 판정하고서도 삼성이니까 우물쭈물하고 있던 차에, 재무부에서 비업무용 토지라는 통보가 오니까, 이를 근거로 80억 세금을 매깁니다.

 

​장 이사장은 만약 그때 서울시에 통보하기 전에 내부결제 과정을 거쳤으면 절대로 안 되었을 것이랍니다. 틀림없이 그랬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마침 장 이사장이 비업무용이라고 주장하고 나서니까 직속 상관인 국장은 정당한 장 이사장 주장을 물리칠 수도 없어 골치가 아파 해외 출장 간다며 자리를 떴답니다. 국장은 자기가 결재를 안 해주면 장 이사장도 어쩌지 못할 것으로 생각한 모양인데, 장 이사장은 오히려 과장 전결로 서울시에 통보하였습니다. 하하! 역시 장 이사장이니 이 정도 뚝심을 부릴 수 있겠군요.

 

​그런데 서울시에서 세금을 부과하자마자 그다음 날 감사원 법무담당관실 소속 변호사 두 명이 찾아왔답니다. “네가 법률적으로 업무를 몰라서 그렇다. 이건 업무용이 맞다.” 감사원에서는 장 이사장에게 비업무용으로 잘못 판단하였다는 확인서를 받아, 사건을 되돌려놓으려고 한 것이지요. 아마도 그 뒤에는 삼성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았겠습니까? 그러나 사람 잘못 보았지요. 어디 장 이사장이 그런 압력에 굴복할 사람입니까!

 

장 이사장은 감사관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너 차라리 삼성 직원이 되는 게 안 낫나? 국가 공무원이란 자식이 이게 무슨 짓이냐? 차라리 삼성에서 봉급을 받아야지 국가에서 봉급 받고 있는 자체가 참으로 부끄럽지 않냐?” 하하하! 장 이사장 얘기 듣고 감사관들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을 것을 생각하니, 고소합니다. 결국, 일원동 일대에 삼성 공화국을 만들려던 삼성의 꿈은 장 이사장에 의해 물거품이 되었습니다.

 

​삼성을 상대로 이렇게 뚝심있게 일 처리한 공무원이 몇 명이나 될까요? 정말 올곧은 장 이사장을 존경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