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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수염 털로 만든 붓

[정운복의 아침시평 61]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능서불택필(能書不擇筆)’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글씨를 잘 쓰는 이는 붓을 가리지 않는다는 뜻으로,

경지에 오른 사람은 도구나 재료에 구애받지 않고

자기 실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음을 이르는 말입니다.

훌륭한 목수는 연장을 탓하지 않는다는 말과 상통하고

뒤집어 말하면 선무당이 장구 나무란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하지만 실력이 중요한 만큼 그에 못지않게 붓도 중요합니다.

거친 갈필(葛筆, 칡뿌리로 만든 붓)로 위대한 작품을 남길 수는 있지만

좋은 붓, 잘 만들어진 명품이 좋은 작품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됩니다.

 

 

뛰어난 사진작가가 좋은 렌즈를 위하여 돈을 아끼지 않는 까닭이고

목수가 좋은 연장을 구하기 위하여 애쓰는 까닭이며

훌륭한 연주자가 값비싼 악기를 사는 까닭이지요.

 

중요한 것은 아무리 좋은 명품이 손에 쥐어져 있다고 하더라도

실력이 없으면 무용지물과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이지요.

서예가에게 기천 만 원짜리 바이올린이 필요 없듯이

바이올리니스트에게 명품 붓이 필요 없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요즘 일반적인 붓은 양털로 만든 양모필(羊毛筆)입니다.

붓 중에서 셋째로 치는 것이 황모필(黃毛筆) 곧 족제비 꼬리털로 만든 것이고

둘째로 치는 것이 호액필(狐腋筆) 곧 여우 겨드랑이털로 만든 것이며

으뜸으로 치는 것이 서수필(鼠鬚筆) 곧 쥐 수염 털로 만든 붓입니다.

왕희지의 《난정집서(蘭亭集序)》가 이 서수필로 쓰였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지요.

 

사람마다 잘할 수 있는 것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 다양성 위에서 인류의 문화가 꽃피는 것이니까요.

어느 한 분야를 기준으로 함부로 사람을 판단해서는 안 되는 큰 까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