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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해도 해주본영 대동굿

[양종승의 북한굿 이야기 13]

[우리문화신문=양종승 샤머니즘박물관 관장]  황해도 해주 본영 대동굿은 광대신을 모시고 마을 돌림병을 막아내고 마을 사람의 안녕 그리고 대동단결을 모색하기 위해 치러지는 마을굿이다. 대동굿을 거스르면 심술궂은 광대신이 해코지를 하므로 때가 되면 마을 사람들이 힘을 합쳐 광대신 모시기를 깍듯이 해 왔다. 이에 대한 회고담을 해주 본영 대동굿 전승자 박선옥에 의하면 다음과 같다.

 

“옛날 본영에는 사람들 왕래가 잦아 마을 장터에서는 남녀 유별함이 훼손되고 부녀자의 불륜이 일어나는 좋지 못한 일들이 자주 발생하였다. 특히 근친상간인 상피붙음 같은 불길한 일이 일어났다. 마을 원로가 유명 선관 도사를 찾아가 물었다. 도사는 광대산에 사당을 지어서 광대신을 봉안하고 극진히 대접하라고 하였다. 그리고 해마다 남녀 두 사람을 탈광대로 분장시켜 모의 연애를 하면 마을의 불길한 일을 막아 줄 것이라고 일러주었다. 선관 도사 말에 따라 마을 사람들은 광대산에 사당을 지어 광대신을 모셨다. 그리고 대동굿을 할 때면 광대신을 강림시켜 광대굿을 펼쳤다. 그 뒤로 마을이 평안하고 불길한 일이 없어졌다. 이와 같은 사실이 순식간에 여러 마을로 퍼져나갔고, 해주 옹진 일대의 대동굿에서는 이와 같은 광대굿을 하는 전통이 이어지게 되었다.”

 

해주는 남쪽으로 벽성군과 접하고 서쪽으로는 옹진군과 인접해 있으며 동쪽으로는 서해와 만난다. 해주의 주산(主山) 진산(鎭山)은 899m 높이의 수양산이다. 남으로 펼쳐져 있는 122m 높이의 남산 사이로 광석천이 남쪽으로 흐른다. 이러한 해주는 지리적으로 서남방 바다 쪽에 있는 옹진과 묶여서 일명 <해주ㆍ옹진문화권>을 형성해 왔다. 이에, 해주 문화는 옹진 문화 선상에서 언급되고 옹진 문화 또한 해주 문화권역에서 논의됐다.

 

 

이처럼 해주와 옹진은 문화적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행정적 측면에서도 함께 주요하게 역할 해 왔다. 이를테면, 1449년인 세종 31년에 병영을 황주에 두려던 계획을 바꾸어 입지 조건이 좋은 해주로 옮겼고, 1601년인 선조 34년에는 관찰사 영과 목사의 관아가 들어서기도 했다. 옹진에도 조선 시대 종3품 벼슬인 수군첨사(水軍僉事)의 지휘소인 본영(本營)을 둠으로써 해주와 더불어 군사적 거점 역할을 하였다. 이러한 입지 조건에 힘입어 <해주ㆍ옹진문화권>의 유무형 문화는 발전을 거듭하여 온 것이다.

 

옹진 읍치(邑治)였던 본영(本營) 북면(北面)에는 화산(花山)이 있고, 둘러싸고 있는 마을이 화산리(花山里)이다. 화산은 높지는 않지만, 화산성(花山城)이 있고, 그 안에는 원뿔 모양의 푸른 봉우리가 아름답게 펼쳐져 있다. 화산 정상에는 30여 명이 앉을 만한 평지가 조성되어 있는데 사람들은 이곳을 망국단(望國壇)이라고 불렀다. 한편, 화산 건너편에는 영험하기로 유명한 광대산(廣大山)이 있으며, 그 아래쪽으로는 서해를 끼고 들어서 있는 어촌 마을들이 펼쳐져 있다.

 

광대산을 기점으로 본영읍(本營邑) 서부(西部)를 둘러싸고 있는 원형의 읍성(邑城)도 조성되어 있어서 이 지역이 행정적, 군사적 요충지임을 쉽게 알게 한다. 이와 같은 지형적 조건과 사회문화적 구조를 배경으로 전승되어온 신앙이 있으니 그것이 광대산에 모셔져 있는 남광대⋅여광대 사당이며, 사당을 바탕으로 전승된 것이 오늘날의 해주 본영 대동굿이다. 따라서 해주 본영 대동굿은 <해주ㆍ옹진문화권>의 역사와 문화를 기반 삼아 계승 발전된 북한지역 마을굿의 대표성을 띠는 무속의례라 할 수 있다.

 

황해도 해주 본영의 대동굿은 탈굿이라고 할 만큼 남광대ㆍ여광대가 갖은 재담과 익살스러운 짓거리를 하며 춤을 추고 줄타기를 하는 독특한 광대놀음이 펼쳐진다. 광대놀음의 목적은 돌림병을 막고 좋지 못한 해로운 액을 물리치며 마을 사람 개개인의 무사태평과 부귀영화를 축원하고 대동단결을 모색하기 위함이다.

 

굿판에서의 이와 같은 탈놀음은 해주 본영 대동굿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황해도 만구대탁굿에서 펼쳐지는 광대굿이나 배연신굿의 탈놀음 등에서도 광대탈을 쓰고 갖은 재담을 하면서 많은 사람의 구설수를 막고 마을의 풍어 풍농을 기원한다. 그뿐만 아니라 이와 같은 굿판에서의 탈놀음은 다른 지역에서도 행해지는데, 그것이 동해안 별신굿에서 양중들이 펼치는 탈굿이며, 제주 당굿에서 일곱 사람이 펼치는 도깨비탈 영감놀이이다.

 

황해도 해주 본영 대동굿은 매년 두 차례 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거나 마을에 부정이 끼면 일 년에 한 번 하거나 두 해를 묵었다가 삼 년째 되는 해에 하기도 한다. 연초에 하게 되면 정월 보름을 전후로 하고, 가을에는 팔월 한가위 전후나 10월 상달 중 택일하여서 한다.

 

 

대동굿은 빨리 끝내면 사흘, 길게 하면 닷새(5일) 또는 이레(7일) 동안 하는 예도 있다. 굿에는 쌍장구, 쌍징, 쌍피리 등이 동원되며 무당도 적게는 10여 명 많게는 2~30여 명이 참여한다. 낮에는 굿을 하고 밤에는 마을 사람들이 참여하여 신명풀이를 하는 무감을 밤새도록 한다. 한편, 대동굿에는 황해도 여러 곳곳의 광대들이 모여들어 마치 광대축제를 연상케 하듯 이곳저곳에서 풍물을 울리고, 줄타기, 품바, 춤판, 소리판 등 다양한 연희들이 동시에 펼쳐지기도 한다.

 

해주 본영 대동굿을 주관하는 경관 만신(굿을 주관하는 만신 우두머리)은 굿 사흘 전 아침 일찍 목욕재계한 뒤 만신들과 잽이를 대동하고 광대산 사당 앞에서 신내림을 받는다. 신대를 잡고 청배를 하여서 신이 내리면 남광대ㆍ여광대 복색을 입고 가면을 쓰고서 광대춤을 한참 춘 뒤 광대신을 모시고 내려와 대동굿을 하게 될 굿청에 모신다.

 

그리고 대동굿이 펼쳐지면 장군굿에서 작두를 타고 내려온 경관만신이 광대 복장을 하고 가면을 쓴 뒤 갖은 광대춤을 추고 덕담과 타령을 하는 광대굿을 한다. 이때, 20자 정도 길이로 된 삼베를 길게 펼쳐 놓고 남광대ㆍ여광대 복장을 한 만신들이 줄타기하면서 광대춤을 흥겹게 춘다. 그리고 광대 공수를 내린다.

 

해주 본영 대동굿을 치르기 위해서는 굿을 주관하게 되는 경관만신이 마을의 원로 토박이들 앞에서 길한 날을 고른다. 날이 잡히면 곧바로 굿 준비에 들어간다. 대동굿에 필요한 신령님 물건들을 새롭게 장만하기도 하고 신복을 새롭게 꾸미기도 한다. 만신 자신의 것은 물론 대동굿에 참여할 제자들의 옷도 새롭게 장만하여 입힌다.

 

주위의 많은 선·후배 무당들과 유명 잽이를 부르고 재가집과 동네 사람들에게도 알려 많은 사람이 굿에 참관토록 한다. 위와 같이 완벽한 사전 준비에서부터 극대화된 굿으로 진행되는 것이 이 지역의 대동굿이다.

 

 

해주 본영 대동굿의 시작은 먼저 마을 원로 토박이를 대상으로 소염(굿 전체를 진행하는 담당자)을 뽑는다. 소염으로 뽑히는 사람은 자손을 많이 두고 있어야 하며 집안에 부정한 일이 없어야 한다. 소염은 작게는 3명 이상이어야 하지만 많아도 9명을 넘지 않아야 하며 홀수 인원으로만 구성하여서 한다. 이 들 가운데 추렴을 담당하고 굿에 쓰일 재물 등을 살 상소염 중소염 하소염 등 3명을 뽑는다. 이들은 경관만신과 함께 대동굿에 쓰일 재정을 관리하고 제물 장만한다.

 

진설할 대동굿 제물 또는 여타의 물건을 장만할 때는 아주 좋은 것으로 고르되 흥정하지 않는다. 대동굿 음식은 신령에 바치고도 마을 사람들이 먹고 남도록 장만하여 굿이 끝난 뒤 모든 사람이 나누어 가질 수 있도록 풍성하게 장만한다. 소염들은 마을 사람들이 굿판에 참여하도록 홍보도 한다. 그리고 굿이 시작되면 신당에 제물을 올리고 축문을 읽는다. 굿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경관만신이 내리는 공수를 받기도 한다.

 

특히 황해도 해주 본영 대동굿은 여타의 황해도 굿과 마찬가지로 소굿과 육굿으로 이원화돼 있다. 소찬 음식만을 진설하는 소굿과 소찬(素饌, 고기나 생선이 들지 아니한 반찬) 음식에 육찬(고기붙이로 만든 반찬) 음식을 겸하여 진설하는 육굿이 각각 분류되어 진행된다. 그리고 황해도굿에서는 만신의 입을 통해 인간들에게 전달되는 영적 메시지인 긴 공수, 서린공수, 허릿공수, 흘림공수 등이 거리마다 내려지는데 이러한 내용이 황해도 지역 전통문화로서의 대표성을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