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요즘 들려오는 기별에 집 이야기가 자주 나옵니다. 어디에 몇 채를 더 짓겠다는 말, 값을 어떻게 잡겠다는 말들이 이어집니다. 하지만 이런 기별을 들을 때마다 우리는 한 가지를 놓치기 쉽습니다. 그 집이 정말 사람이 살 만한 곳이 될 수 있을까 하는 것입니다. 이럴 때 떠올려 보면 좋은 우리말이 있습니다. 바로 '보금자리'입니다. 말집, 사전에서 말하는 보금자리 보금자리 [명사] 지내기에 매우 포근하고 아늑한 곳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표준국어대사전》 살기에 편안하고 아늑한 곳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고려대한국어대사전》 "사람이 편히 깃들어 살 수 있는 아늑한 곳" 쉽게 풀어 보면 이런 말입니다. 보금자리는 그저 지붕이 있고 방이 있는 집을 가리키는 말이 아닙니다. 하루를 마치고 돌아가 신발을 벗고 한숨 돌릴 수 있는 곳, 말하지 않아도 마음이 놓이는 곳, 몸과 마음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는 자리, 그게 바로 보금자리입니다. 그래서 보금자리라는 말에는 ‘집’이라는 물건보다 사람이 어떻게 사느냐가 먼저 담겨 있습니다. '집'과 아랑곳한 기별과 보금자리 집을 더 짓겠다는 정책은 꼭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집이 많아지는 것과 보금자리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뉴스에는 어려운 말이 자주 나옵니다. 관세, 무역, 물가 같은 말들입니다. 뜻을 몰라도 걱정이고, 뜻을 알아도 마음은 더 무거워집니다. 하지만 이런 큰 이야기 앞에서도 우리의 하루는 여전히 선택과 판단으로 이루어집니다. 오늘 무엇을 살지, 무엇을 미룰지, 지금 해야 할 일과 나중에 해도 될 일을 가려야 합니다. 이럴 때 떠올려 보면 좋은 우리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가름’입니다. 말집, 사전 속의 ‘가름’ 사전에서는 ‘가름’을 이렇게 풀이합니다. 1. 쪼개거나 나누어 따로 되게 하는 일 《표준국어대사전》 2. 사물이나 상황을 구별하여 판단하는 일 《고려대한국어대사전》 겉으로 보기에는 비슷해 보여도 자세히 살펴 다름을 알아보고, 그에 따라 이기고 지는 승부나 하고 안 하고 선택을 정하는 일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삶 속에서 살아온 말, '가름' 이 말을 삶 속으로 가져오면 ‘가름’은 책이나 말집 속에만 머무는 말이 아닙니다. 옛날부터 사람들은 콩과 팥을 가름했고, 먹을 것과 남길 것을 가름했고, 오늘 할 일과 내일 할 일을 가름하며 살았습니다. 이처럼 '가름'은 그저 나누는 손짓이 아니라 살림을 꾸리고 삶을 이어 가는 판단이었습니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설을 앞두고 정부가 사과와 배 같은 명절 먹거리를 여느 때보다 훨씬 많이 풀겠다는 기별이 들립니다. 부쩍 오른 물가 때문에 차례상 차리기가 무섭다는 사람들의 걱정을 덜어주려고, 나라에서 모아두었던 물건들을 엄청 내놓고 값도 깎아주겠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이런 기별을 들을 때마다 나오는 ‘수급 조절’이나 ‘비축 물량 방출’ 같은 말들, 참 딱딱하고 멀게만 느껴지지 않으신가요? 우리 삶의 따뜻함이 느껴지지 않는 이런 어려운 말 대신,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께서 써온 살가운 토박이말 ‘갈무리’를 떠올려 보면 어떨까요? ‘갈무리’는 물건을 잘 정리해서 보관하거나, 하던 일을 깨끗하게 끝맺는다는 뜻입니다. 가을에 거둔 곡식을 창고에 잘 모셔두었다가 꼭 필요할 때 꺼내 쓰는 농부의 슬기와 삶이 담긴 말이지요. 추운 겨울 동안 잘 갈무리해 두었던 잡곡과 나물을 팔러 장터로 향하던 어머니의 발걸음에는, 피붙이를 먹여 살리려는 깊은 사랑과 책임감이 가득 담겨 있었습니다. 정부가 세운 대책도 알고 보면 이 ‘갈무리’와 참 닮았습니다. 나라 곳간에 정성껏 갈무리해 두었던 물건들을 국민이 힘들 때 알맞게 나누어주는 것, 그것이야말로 나라가 해야 할
[우리문화신문=김슬옹 교수] 세종대왕은 훈민정음을 창제한 지 2년 9개월 뒤인 1446년(세종 28년) 9월에 한글을 알기 쉽게 풀이한 책 《훈민정음》을 반포했다. 《훈민정음》은 한자로 된 목판본으로, 1책 33장으로 이루어졌다. 앞 4장은 세종대왕이 직접 지은 글 정음편(예의편)이고, 뒤 26장은 집현전 학사 정인지, 최항, 박팽년, 신숙주, 성삼문, 강희안, 이개, 이선로가 함께 지은 정음해례편이다. 마지막 3장은 정인지가 대표로 서문을 지었다. 정음편은 ‘세종대왕의 서문’과 ‘예의’로, 정음해례편은 ‘제자해, 초성해, 중성해, 종성해, 합자해, 용자례’와 ‘정인지 서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정인지는 서문에서 세종대왕의 명에 따라 해례를 지었음을 밝히고 있으며, ‘슬기로운 사람은 아침나절이면 깨치고, 어리석은 사람이라 해도 열흘 만에 배울 수 있다’라고 말하며 ‘바람 소리와 학의 울음이나 닭의 울음, 개 짖는 소리까지도 모두 쓸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King Sejong Promulgates Hangeul to the People King Sejong, 2 years and 9 months after the creation of the Hunminje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새해를 맞아 경제가 살아나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지만, 들려오는 기별은 그리 밝지 않습니다. 반도체 같은 큰 공장들은 수출을 잘해서 성적이 좋다는데, 정작 우리 곁의 밥집이나 가게 같은 서비스업 형편은 석 달 만에 다시 나빠졌다는 기별이 들립니다. 돈줄이 막히고 남는 게 없다 보니 기업가나 상인들의 마음이 꽁꽁 얼어붙고 있다고 하지요. 그런데 이런 기별을 할 때 자주 쓰는 ‘심리 위축’이나 ‘체감 경기 악화’라는 말, 어딘가 좀 딱딱하고 먼 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으신가요? 내 주머니 사정이 어렵고 앞날이 걱정되는 이 마음을 담아내기엔 너무 차갑게만 느껴집니다. 이럴 때, 어렵고 무거운 말 대신 우리네 마음을 쏙 빼닮은 토박이말 ‘조바심’을 떠올려 보면 어떨까요? 불안한 경제 상황 때문에 안절부절못하는 우리네 모습을 이 한마디에 고스란히 담을 수 있습니다. ‘조바심’은 '조마조마하여 마음을 졸임, 또는 그렇게 졸이는 마음'을 뜻하는 토박이말입니다. 본디 ‘조’를 거두어들여 이삭을 털어내는 ‘조타작(조바심)’에서 온 말입니다. 조는 껍질이 단단하고 질겨서 아무리 털어도 잘 떨어지지 않는데, 좀 세게 털면 작은 조 알갱이들이 멀리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서도소리 가운데 <산타령>에 관한 이야기로 가사의 내용이 매우 건전할 뿐 아니라, 국내 곳곳 명산(名山)이나 강(江)의 이름, 기타 인물 등등, 상식이 풍부한 내용이어서 학생들의 음악 교재로 매우 적절하다는 이야기, 서도명창 유지숙이 <서도 산타령 음반>을 출시해서 화제가 되고 있다는 이야기, 관련해서 명실상부(名實相符)라는 말이 실감된다는 이야기, 과거 전통사회에서 <산타령>을 배우던 스승의 진심 어린 마음을 이제, 유지숙도 그의 제자들에게 전해 주고 있다고 이야기하였다. <산타령>과 같은 합창 음악은 다른 일반 민요와는 달리, 가사의 내용이 매우 건전해서 어린 학생들의 음악교육을 위한 교재로도 매우 적절한 분야일 뿐만 아니라, 지역의 주민들이나 직장의 동호인들이 함께 배우고 즐길 수 있는 노래이기도 하다. 유지숙은 얼마 전, 산타령 음반을 세상에 내놓으면서 스승에게 배우던 시절, 스승이 그에게 일러주던 가르침을 잊지 않고 실천에 옮기려 했다고 실토한 적이 있다, 곧 그 스승의 전언(傳言)이란 “산타령이란 태산이 으쓱으쓱하도록 뽑아내는 신명의 소리”라는 말씀이었다고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롯데백화점 지하 1층에 간 적이 있습니다. 이곳은 식당가와 식료품 등을 파는 곳입니다. 그런데 들어가는 곳에는 ‘FOOD AVENUE’라고 쓰여 있습니다. 보통은 ‘FOOD STREET’라고 쓰는데 이곳은 ‘STREET’를 ‘AVENUE’라고 표기했습니다. 좀 더 특별한 곳으로 보이려는 뜻이 있는지도 모릅니다. 뉴욕에서는 ‘Avenue는’ 남북, ‘Street’는 동서로 뻗은 길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곳 백화점에서 특별히 남북을 가리키지는 않을 텐데 굳이 우리나라에서 흔히 쓰는 영어도 아닌 생경한 영어를 쓴 까닭을 모르겠습니다. 주로 내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이곳에는 ‘식당가’ 이렇게 써도 되지 않을까요? 그 ‘FOOD AVENUE’를 주욱 돌아 나오니 이젠 식품점을 뜻하는 ‘GROCERY’라는 간판도 보입니다. 또 ‘ISSUE ITEM’도 있는데 아래에 작은 글씨로 “보다 빛나고 특별한 삶의 품격을 위해 롯데백화점이 선택한 트렌디한 상품을 만나보세요”라고 쓰여 있습니다. 이 간판 ‘GROCERY’도 역시 ‘먹거리가게’, ‘ISSUE ITEM’은 ‘유행상품’ 또는 ‘뜨는상품’ 이렇게 해도 좋지 않을까요? 롯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선거 철이 가까워지면서 요즘 "내가 다 해주겠다", "나만 믿어라" 하고 큰소리치는 분들이 참 많다는 기별이 들립니다. 당당하게 말하는 모습이 처음엔 믿음직해 보이기도 할 것입니다. 이렇게 말하는 것을 흔히 '호언장담'이라고 하죠?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봅니다. '호언장담'이라는 어려운 한자말, 사실 우리에겐 좀 딱딱하지 않나요? 씩씩하게 말한다는 뜻이라는데, 왠지 속은 텅 비어 있으면서 겉만 번지르르하게 꾸미는 말 같아서 마음이 놓이지 않습니다. 내가 으뜸이라고 뽐내는 그 말이 정말로 끝까지 지켜질 수 있을까요? 이럴 때, 어렵고 딱딱한 말 대신 우리 입에 착 붙는 살가운 토박이말 '입찬소리'를 떠올려 보세요. 억지로 나를 뽐내려는 마음을 꾹 누르면, 그 자리에 비로소 믿음직한 참된 마음이 생겨납니다. '입찬소리'는 "자기 힘만 믿고 지나치게 장담하는 말"을 뜻합니다. 아주 쉬운 말로 풀이를 하자면 '입에 가득 찬 소리'라는 뜻이지요. 우리가 먹거리를 입안 가득 물고 있으면 말을 제대로 할 수 없잖아요? 그것처럼 마음속에 '잘난 척'을 가득 물고 있으면, 정작 해야 할 진실한 말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옛날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새해를 맞아 건강을 챙기려는 분들이 많아지면서, 식품 업계가 앞다퉈 '로우스펙(Low Spec) 푸드'를 내놓고 있다는 기별이 들립니다. 칼로리와 당, 나트륨 같은 건 확 줄이면서도 맛은 놓치지 않은 제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지요.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로우스펙'이라는 말, 어딘가 좀 아쉽지 않으신가요? 성능이 떨어진다는 말 같기도 하고, 무언가 부족하고 모자란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내 몸을 위해 좋은 재료를 썼는데, 왜 스스로를 '낮은(Low)' 것이라 낮춰 불러야 할까요? 이럴 때, 뭔가 빠진 듯한 '로우스펙' 대신 맛깔나는 우리말 '삼삼하다'를 써보면 어떨까요? . '삼삼하다'는 "음식 맛이 조금 싱거운 듯하면서도 맛이 있다"는 뜻을 가진 토박이말입니다. 혀를 찌르는 짠맛이나 머리가 띵할 정도의 단맛은 아니지만, 먹으면 먹을수록 자꾸만 숟가락이 가는 은근한 맛. 그것이 바로 '삼삼한 맛'입니다. 우리는 그동안 너무 자극적인 맛에 길들어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단짠(달고 짠)'이 으뜸이라며, 혀를 혹사시키는 것이 즐거움이라 착각하곤 했지요. 하지만 요즘 나오는 건강한 먹거리는 맛을 덜어낸 것이 아니라, 재료가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타인의 이야기에 귀를 닫은 채 제 안의 마침표만 벼리는 세상, 슬픔은 공명(共鳴)되지 못해 비린 소음으로 흩어지고 기쁨은 맞장구 없는 독백이 되어 차갑게 식어간다. "그랬구나"라는 낮은 닻 하나 내리지 못해 서로의 진심이 유령처럼 부유하는 정적의 도시,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유려한 문장이 아니라 타인의 숨 가쁜 괄호 속으로 기꺼이 젖어 들수 있는 온기의 언어다. 이제 메마른 입술을 열어 잊힌 이름들을 불러내보자. 끊어진 서사를 잇는 가교가 되어 "그렇지", "암, 그렇구말고"라며 서로의 등에 다정한 곁불을 지피자. 서툰 춤사위 위로 "잘한다", "얼씨구"라는 눈부신 추임새를 던져 고립된 섬들을 하나로 묶는 화음이 된다면, 시린 여백뿐이던 우리의 계절도 비로소 타인의 심장 소리로 박동하는 축제가 되리라. 글 이윤옥, 그림 이무성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