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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하고 정교한 베토벤 소나타, 임현정 연주하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나는 고등학교 때부터 베토벤 교향곡 제5번 단조 (Op. 67) 일명 ‘운명’을 즐겨 들었다. 그러면서 베토벤에게 운명이 다가와 문을 두드리며 “내가 왔다. 문 열어라!”라고 소리쳤다는 얘기를 듣고 늘 그런 음악 감상을 해왔고, 교향곡 가운데서는 이 곡을 가장 많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나는 클래식을 전공한 것도 아니고 그저 취미로 들어온 탓에 주로 세미 클래식 위주로 감상해 왔으며, 깊이 있는 음악을 들어오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도 제8번 ‘비창’ 정도, 그것도 익숙한 2악장에 머문 정도였다. 그러다 국내 유명한 피아니스트 임현정 이름을 익숙하게 듣던 중 그 임현정이 4개의 피아노 소나타 전곡을 연주한다는 귀한 소식에 꼭 들어봐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작지 않은 공연장이었지만 1, 2층 모두 빈자리가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만원이다. 임현정의 명성이 괜한 것이 아니란 생각이다. 일본 예술잡지 《게이주쓰 매거진(Geijutsu Magazine)》에서 평론가 코호 우노(宇野功芳)는 “임현정 앞에 경쟁자는 없다, 진정한 일류 클래스이다!”라고 했고 영국의 텔레그라프지 평론에서는 “죽어가던 베토벤에 대한 나의 사랑을 되살려준 젊은 한국인 피아니스트, 임현정!”이라고 했다기에 큰 기대를 하고 임현정을 맞았다. 임현정은 피아노 앞에 앉아 먼저 두 손을 마주 잡고 마음을 가다듬는다. 임현정이 그런 자세를 가졌기에 모두가 그를 칭찬하는 것이 아닐까? 먼저 임현정은 피아노 소나타 제8번 c minor, Op.13 Pathetique 일명 ‘비창’부터 시작한다. 임현정은 이 소나타에 관해 “마치 앞날을 예언이라도 하는 듯한 통렬한 절망감을 담고 있다. 동시에 운명을 나타내는 조성(C단조)으로 된 첫 악장 시작 부분의 무거운 화음은 그 자체만으로도 가장 높은 경지의 비애감 어린 비극을 표현하기에 충분하며, 곧 상처 입은 외침으로 바뀐다.”라고 한다. 그동안 즐겨 들었던 2악장은 베토벤의 수많은 걸작 중에서도 아름답고 서정적인 멜로디로 사랑받는 곡인데 임현정의 연주로 듣는 음악은 내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비창’이라는 표제어 느낌과는 달리 정말 따뜻하고 위로가 되는 음악임을 절감한다. 연주하면서 과감한 손동작은 청중을 음악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만든다. 이후 피아노 소나타 12번 in A flat Major, Op.26 Funeral March 일명 ‘장송행진곡’과 피아노 소나타 14번 in c# minor, Op.27 No.2 Moonlight 일명 ‘월광’ 그리고 피아노 소나타 제23번 in f minor, Op.57 Appassionata 일명 ‘열정’이 숨이 가쁘게 이어진다. 마지막 '열정'이라 불리는 소나타 F단조(Op.57)는 “우리 자신의 개인적인 삶의 갈등을 넘어선, 인간의 불행에 아랑곳하지 않는 자연의 파괴적인 힘을 구현한 작품이다. 또한 운명과 그 불가피성이 승리를 거두는 베토벤 음악에서 흔치 않은 순간 중 하나이기도 하다.”라고 임현정은 설명한다. 임현정은 ‘열정’ 소나타를 연주함에 끝없는 열정을 선보인다. 청중들이 한없이 빨려 들어가고 있다. 그렇게 열정적으로 3시간 넘게 피아노와 하나 되고 있다. 건반 위를 흐르는 손가락은 그 잔상이 흐릿할 정도다. 3시간 넘게 길지만, 완벽한 연주를 하면서 임현정은 청중을 꼼짝 못 하게 했다. 아니 숨도 쉬지 못할 만큼 빨려 들어갈 정도였다. 모든 연주가 끝나고 청중들의 제청이 끝없이 이어진다. 흔히 공연장에서 두 번 정도의 청을 들어주는 것이 예의라고 하는데 임현정은 무려 4번이나 청을 들어준다. 더구나 세 번째 연주에선 청중들에게 허밍을 청한다. 콘서트홀이 하나 되어 임현정의 연주와 청중의 허밍으로 아름다운 화음에 휩싸인 포근한 꽃밭이 된다. 청중들이 모두 기립박수로 화답한다. 임현정이 베토벤 소나타 4곡 전체를 연주한 의미를 확인해 보자. 영국의 텔레그라프지 평론에서는 다음처럼 말했다. ‘베토벤은 32개의 피아노 소나타를 작곡했다. 이는 브람스, 쇼팽, 슈만이 각각 남긴 3개의 피아노 소나타와 리스트가 남긴 단 한 곡의 피아노 소나타, 그리고 라흐마니노프가 작곡한 2개의 피아노 소나타와 비교했을 때 과연 베토벤이라는 이 위대한 작곡가가 얼마큼 열정적인지 알 수 있다. (가운데 줄임) 베토벤의 음악은 그가 작곡한 피아노 소나타만으로도 피아니스트의 한 평생이 소요될 수 있다고 할 수 있을 만큼 매우 복잡하고 정교하다.“ 베토벤 소나타 전곡 음반으로 역사상 첫선을 보인 음반 빌보드 순위 1위, 아이튠즈 순위 1위를 차지한 베토벤 전문 연주자 임현정 피아니스트가 국내에서는 처음 베토벤 소나타만으로 이루어진 피아노 독주회, 그 어렵다는 연주회를 임현정은 해냈다. 영국의 텔레그래프지가 얘기한 것처럼 매우 어려운 작업을 열정으로 해낸 임현정, 그는 내게 엄청난 감동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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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안의 세상을 삼갈 줄 아는 힘이 있어야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요즘 아이들은 손안의 작은 화면으로 세상을 만납니다. 동무와 이야기를 나누고, 기별을 보고 듣고, 공부도 하고, 놀이도 합니다. 하지만 이 편리한 세상이 때로는 잠을 줄이고 마음을 지치게 하며, 사람과 직접 만나 이야기하는 시간을 빼앗기도 합니다. 이런 걱정을 줄이려고 영국에서는 16살 미만 청소년의 누리소통망(SNS) 사용을 일정 기간 제한하는 실험을 시작했다는 기별을 들었습니다. 지나친 사용을 줄이고 건강하게 자라도록 돕기 위한 시도라고 합니다. 이 기별을 들으며 떠올린 토박이말이 ‘삼가다’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삼가다’를 두 가지 뜻으로 풀이합니다. 하나는 몸가짐이나 말을 조심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양이나 횟수가 지나치지 않도록 조절하는 것입니다. 말을 함부로 하지 않도록 말을 삼가고, 건강을 위해 술을 삼가는 것처럼, 스스로를 살피며 지나침을 막는 태도를 이르는 말입니다. 쉽게 말해, 조심하고 절제하며 알맞게 하는 삶의 자세를 담은 말입니다. 위 기별에 나온 누리소통망 사용 제한 실험도 이런 삼감의 뜻과 잘 어울립니다. 누리소통망을 아예 없애자는 것이 아니라, 지나치게 쓰지 않도록 조절하고 몸과 마음을 지키도록 돕는 데 뜻이 있습니다. 하고 싶은 것을 무조건 막기보다 스스로 삼가며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담겨 있습니다. ‘삼가다’는 슬기말틀(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우리 삶의 여러 곳에서 쓰일 수 있습니다. 말을 삼가면 다툼이 줄어들고, 술을 삼가면 건강을 지킬 수 있습니다. 시간을 낭비하지 않도록 삼가면 하루가 더 알차게 보내집니다. 화가 날 때 감정을 삼가면 사람 사이의 관계도 오래 이어집니다. 이렇게 삼가는 버릇은 우리 삶을 차분하고 건강하게 만들어 줍니다. 푸름이(청소년)에게도 어른에게도 삼가는 태도는 꼭 필요합니다. 무엇이든 마음대로 하는 것이 자유가 아니라, 스스로 조절하며 지나치지 않게 하는 것이 더 큰 자유이기 때문입니다. 슬기말틀도 잘 쓰면 도움이 되지만, 지나치면 삶의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스스로 삼갈 줄 아는 힘이 중요합니다. 오늘 하루를 보내며 내가 무엇을 삼가며 살아야 할지 떠올려 보면 좋겠습니다. 슬기말틀 쓰기일 수도 있고, 말투일 수도 있고, 버릇일 수도 있습니다. 작은 것 하나라도 스스로 삼가 보려는 마음이 생긴다면 우리의 삶은 더 건강하고 단단해질 것입니다. [여러분을 위한 덤] 삼간다는 것은 억지로 참는 것이 아니라 나를 지키기 위한 슬기로움입니다. 말을 삼가면 마음이 편해지고, 술을 삼가면 몸이 건강해지고, 똑말틀을 삼가면 삶의 여유가 생깁니다. 오늘 내가 하나만 삼가 본다면 내일은 더 밝은 하루가 될 것입니다. [오늘의 토박이말] ▶ 삼가다 뜻: 1. 몸가짐이나 언행을 조심하다. 2. 꺼리는 마음으로 양(量)이나 횟수가 지나치지 아니하도록 하다. 보기: 잠자기 전에는 슬기말틀 쓰기를 삼가는 것이 좋다. [한 줄 생각] 자유는 무엇이든 하는 데 있지 않고, 스스로 삼갈 줄 아는 데서 자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