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토)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닫기

생각하는 사람

연변조선족문학창 / 석화시 감상과 해설 4

[우리문화신문=석화 시인] 


 


생각하는 사람


 

        “생각하는 사람이 된다

         매일 아침 화장실에 들어가

         쭈크리고 앉으면

         틀림없는 로댕의 그 자세다

         이제 하루 들이켰던 온갖 잡동사니와

         온밤 꿈자리를 어수선하게 만들었던 끄나풀

         끙 끙 아래로 힘을 줄 때마다

         눈앞에서 불이 빈짝반짝 켜지고

         한줄기 도통한 기가 숫구멍으로 뻗힌다

       “생각하는 사람

        매일 아침마다 그 자세를 하고나면

        시원하다

        후련하다

        오늘 또 그 비여낸것만큼 무엇이 가득차겠지만

       “인생은 살기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여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해설

로댕의 조각 생각하는 사람은 우람한 근육질의 한 남자가 벌거벗고 바위에 앉아 발은 밑에 모으고 주먹은 입가에 대고 지옥의 문우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생각에 잠겨 무겁게 침묵하고있는 모습을 부각시켰다. 이는 고독에 다다른 인간이 자신의 운명에 맞서 명상하고 있는 즉 생각하는 사람인 것이다. 하지만 시적센스가 빠른 시인 석화는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의 자세를 화장실에 들어가 쭈크리고 앉았을 때의 자세로 비틀어놓고 익살과 유머아로 아이러니하게 자기의 기발한 생각을 내비추었다.

 

그러면 이 시에서의 석화의 생각은 무엇일까? 그의 시 생각하는 사람중에는 끙 끙 아래로 힘을 줄 때마다 / 눈앞에서 불이 반짝반짝 켜지고 / 한줄기 도통한 기가 숫구멍으로 뻗힌다는 구절이 있는데 이 구절은 이 시의 압권(壓卷)적인 구절이다.


석화가 말하는 도통의 기란 바로 사물의 깊은 이치를 깨달아 통하는 기(道通한 氣)를 말한 것이라 짐작되는데 좀 더 구체적으로 풀이하면 윤동주 시인이 말한 것처럼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여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라는 것이며 그 “부끄러움”을 초극하려는 행동적 의지를 말한 것 같다. 이처럼 석화는 로댕의 미술쟝르를 시텍스트로 패러디하여 시시각각 자기의 정신적 오물을 배설하고 비우는 정화(淨化)의 작업을 해야 하며 시류에 편승하여 아무렇게나 쉽게 시를 만들어내는 것은 시대와 독자에게 무책임한 짓임을 완곡적으로 설파하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조성일, “패러디시 수상록 (隨想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