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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 유산에 오른 “아리랑”

[국악 속풀이 319]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중앙아시아와 러시아에서 불리고 있는 아리랑의 발자취를 찾아 나선 4, 즉 미국 유타대학 명예교수 이정면 박사, 사회사업가 류승호 씨, 사진작가 류승률 씨, 그리고 문학작가 서용순 씨를 소개하였다. 이들은 음악 전공자는 아니지만, 고려인들이 지켜온 아리랑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로 그들이 답사한 아리랑 로드 10Km의 생생한 기록을 한 권의 책에 담으면서 67일 인사동 소재 토포하우스에서 출판기념회와 사진전도 갖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유라시아 대륙에 흩어져 살고 있는 53만 고려인들이 부르는 아리랑 속에는 과거의 아픈 상처가 묻혀있는데, 그 중에서도 1937, 스탈린에 의해 18만 명의 고려인들이 영하 30도의 추운 카자흐스탄 벌판으로 강제 추방된 사건은 잊을 수가 없는 탄압이었다. 그들은 추위와 굶주림, 질병과 싸우면서도 그들에게 가해진 탄압의 역사를 아리랑을 부르며 견뎌냈던 것이다. 그러므로 그들에게 있어 아리랑은 단순한 민요가 아니라, 민족을 하나로 묶어준 강력한 힘의 원동력이었으며 희망이었고, 부모였으며 조국이었고, 생명의 노래였던 것이다.

 

이번 주에는 그들이 그토록 처절하게 부르며 지켜온 아리랑이란 어떻게 인식되고 있으며 그 음악적 특징은 무엇인가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한국의 아리랑은 지난 2012년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에 올랐다. 이것은 아리랑이 단순히 한국의 옛 민요였기에 지정된 것이 아니다. 그 노래 속에 한국인의 정신, 한국인의 삶, 한국인들이 추구하는 음악의 세계, 생활양식, 한국인들이 추구하는 보편적인 가치를 함축하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한국의 전통적인 노래였기에 인정을 받은 것이다. 2014년에는 북한의 아리랑민요가 역시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이러한 사실로 미루어 보더라도 아리랑은 이미 한국을 넘어 세계인의 노래 유산으로 인정을 받은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아리랑이란 이름으로 전해오고 있는 노래는 하나 둘이 아니다. 잘 알려진 정선아리랑, 서울 경기지방의 본조아리랑, 경상도의 밀양아리랑, 전라도의 진도아리랑 등이 지방의 특징을 살리는 민요로 비교적 유명하지만, 이밖에도 각 지방, 중소 도시의 이름을 붙인 아리랑은 하나 둘이 아닌 셈이다. 예를 들면 문경아리랑, 상주아리랑, 해주아리랑, 대구아리랑, 공주아리랑, 영천아리랑, 용천아리랑, 등 등 그 종류는 셀 수 없을 정도이다.

 

이는 각 지역에서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난 아리랑도 있을 것이나 대부분은 일본제국주의 시절, 아리랑을 금지곡으로 지정하자, 자연발생적으로 각 지방의 중소 도시에서 만들어 부른 것으로 보인다. 이들 아리랑은 각각의 지역적 특징을 살린 음악적 어법으로 불리고 있어서 각 지역의 향토성을 자랑하고 있다.

 

아리랑의 공통된 특징이라면 무엇보다도 간결하면서도 정제되어 있는 형식을 들 수 있다. 대부분의 노래 형식은 본절과 후렴귀로 구분되어 있으며 후렴귀는 낮은 음역으로 <아리랑>이나 <아라리>가 반복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그러한 반면, 본 절은 높은 음역대의 가락으로 다양한 내용의 가사를 짓거나 즉흥적으로 만들어 여러 세대를 이어온 것이다.


두 번째 특징으로는 노래의 선율형이 복잡하지 않고 간단해서 누구나 쉽게 부를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느린 형태와 빠른 형태의 3박자형의 리듬구조, 곧 세마치장단으로 짜여 있다는 점이다.

 

세 번째 특징으로는 지역마다 특수한 표출법을 쓰는 시김새의 다양한 표현법이 쓰이고 있다는 점이다. 시김새의 대표적인 요성(搖聲), , 음을 떨어주는 경우에도 서울의 아리랑이 떠는 형태나 진도아리랑의 떠는 형태, 또는 정선아리랑에서 떠는 소리의 형태는 모두 같지가 않고 지역에 따라서는 떠는 폭이 좁거나 넓기도 하고, 가늘기도 하고 굵기도 하는 여러 형태의 표현법을 쓰는 것이다.

 

네 번째 특징으로는 이러한 음악적 요소위에 풍부한 노래말(가사)을 지어서 부른다는 점인데, 경우에 따라서는 즉석에서 즉흥성을 살리어 새로운 노래말을 지어 부르기도 한다는 점이다. 그 외에도 속도의 조절이나 감정의 상태에 따라 슬픈 노래로, 또는 기쁜 노래로 음악적 분위기를 바꾸어 부를 수 있는 특징을 안고 있다. 가령, 슬픈 처지에 처해서는 슬픈 감정으로 느리게 부르고, 반대로 기쁘고 즐거울 때에는 기쁜 감정으로 빠르고 신나게 부를 수 있는 노래가 또한 아리랑인 것이다.


 

이러한 음악적 특징을 간직하고 있는 각 지역이나 중소 도시에서는 지역의 이름을 앞에 붙여서 <00아리랑 축제>, <XX아리랑 축제> 등을 매해 열고 있어서 아리랑에 대한 뜨거운 사랑이나 관심 또한 지대하다는 점을 알게 한다.

 

이처럼 한국인은 아리랑을 매우 사랑하고 있다. 도시나 농어촌을 막론하고 아리랑을 즐겨 부른다. 슬플 때에도 아리랑으로 슬픔을 나누고, 기쁠 때에는 또한 아리랑으로 기쁨을 배가시켜 나가면서 하나가 된다. 아리랑에 대한 뜨거운 사랑은 또 하나의 애국가라고 할 만큼 각별한 것이다.

 

 

기억하고 있는가?

시드니 올림픽에서 남북한이 한반도기를 들고 입장할 때, 전 세계에 울려 퍼지던 장엄한 아리랑의 가락이나, 2002년 월드컵이 뜨거울 때, 광장마다, 운동장마다, 심지어 골목마다 울려 퍼지던 응원가로서의 아리랑을 말이다. 우리는 아리랑으로 하나가 되었고, 그 힘으로 민족의 저력을 온 세계에 알렸던 것이다. 북한에서도 아리랑은 최대의 집단체조나 예술공연으로 승화시켜 가고 있다. 2008, 북한의 작곡가 최성환은 <아리랑 환상곡>을 편곡하였는데, 이 곡은 뉴욕 필에 의해 평양과 서울에서 공연되어 각별한 관심을 갖기도 하였다.

 

이처럼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고 잘 부르는 민요, 아리랑은 누가 지었고, 언제부터 불러온 노래일까? 이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주에 이어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