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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밭에서

석화시 감상과 해설12

[우리문화신문=석화 시인] 


 


옥수수밭에서


 

               옥수수밭머리에

             멈추어섰다

             시골길가다가

 

             하나씩

             둘씩

             서넛씩

 

             등에

             그리고가슴에

             아기를업고또안고있는

             내엄마같은옥수수여

 

             큰절이라도

             드리고싶다

             달구지바퀴에깊숙히패인

             길한복판에

             그대로넙적엎드려

             절하고싶다

 

             남들에게는

             너무나도화사했던

             그한시절도

             있었던듯없었던듯

 

             눈에띄우는

             꽃잎하나피우지못한채

             벌써오늘의계절에

             휘여질듯서있는

             옥수수여

 

             철없던시절의수수께끼가

             언제나가슴을허빈다

             잠자리무리지어날아오르는

             이늦은여름의오후

             그대의어느

             푸른잎사귀한자락잡고

             빨간댕기라도매여드리고싶다

 

             내엄마같은

             옥수수여


 


해설

할아버지 대에 중국 동북 지역으로 이주한 중국 조선족 제3세대인 석화는 연변대학 조선어문학부를 졸업한 지식인으로서 20(1970년대말)부터 시를 발표하기 시작하여 이후 네 권의 시집을 냈다. “를 화자로 내세운 그의 초기시 중에는 문화혁명기를 거쳐온 청년시인의 인간적 번민과 자기 성장과 정립과정을 보여주고 있으며 그 사회적 맥락이 시에 드러나지 않은 채 현저히 내면화된 언어로 표현된다. 중국 조선족문단의 한 평론가에 의하면 이 시기의 석화 시에는 청년기의 인생불안이 드러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초기시 중에서 성공적인 작품을 들자면 옥수수밭에서 어머님께를 들 수 있다.

 

이 시는 서정시인으로서의 석화의 시적 재능이 잘 드러나 있는 작품이다. 이 시에서 볼 수 있는 대상과의 서정적 동화, 영탄과 감정의 내면화, 풍부한 자연이미지 등은 이후 석화 시의 중요한 특성이 된다. 그는 타고난 서정시인인 것 같다. 서정성이 풍부하고 감정표현이 진솔하여 진정성이 깃들어 있어 독자에게 호소력이 큰 서정시가 그가 쓴 작품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인용시는 시인의 어머니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그 어머니는 개인적이자 이를 넘어선 연변 조선족 어머니 일반을 대변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시의 일차 독자는 조선어를 해독 할 수 있는 연변지역의 조선족이다. 시인은 조선족의 시선으로 조선족의 삶의 애환을 노래한다. 조선족 사회의 조선어 시인으로서 석화 시는 이처럼 연변 지역의 토착적인 조선족의 생활과 그 감정을 노래하고자 한다. 그가 후에 연변연작을 쓰게 되는 이유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서준섭, 한국 강원대학중국 조선족 시인 석화 시의 서정성과 지역성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