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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숙이 불러주는 서도소리 “제전(祭奠)” 이야기

[국악속풀이 323]

[신한국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일제의 강압정책으로 인해 고향을 떠나 살던 사람들이 <교포> <조선족> <고려인> <코리안>이란 이름으로 이국땅에 살고 있으면서 아리랑이라는 노래를 잊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특히 재외동포들의 2세나 3~4세들 중에는 모국어는 구사하지 못해도 아리랑은 애국가 이상으로 많이 부르며 살고 있다는 이야기, 그들의 할아버지 세대, 혹은 부모세대가 슬픔과 기쁨을 아리랑과 함께 하던 생활 속의 경험이 그들을 하나의 공동체로 묶어주고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고려인들은 황무지 연해주를 옥토로 바꾸었고, 러시아의 적인 일본에 대항하여 싸웠으며, 구 소련 사회에 이바지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냉대와 질병, 추위와 기아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저력은 아리랑의 힘이 컸다는 점, 대단한 음악은 반드시 쉽다는 대악필이(大樂必易)는 아리랑이 연상된다는 이야기,아리랑을 활용한 프로그램으로 남과 북, 동과 서, 진보와 보수, 빈자와 부자, 노년과 청소년, 본국과 해외교포와의 국민 대통합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하였다.

 

이번 주에는 유지숙이 불러주는 서도소리 중에서 좌창에 속하는 <제전> 이야기를 해 보기로 한다.

 

지난 624(), 서울 <돈화문국악당>에서는 유지숙을 초청해 서도소리 중, 시창(詩唱)에 속하는 <관산융마>와 대표적인 서도민요 <수심가>, 그리고 <제전>을 비롯한 서도의 좌창곡들을 무대에 올려 청중들을 감동의 시간으로 만들어 주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서도소리란 서도(西道), 즉 우리나라 서쪽 지방에 해당되는 평안남북도와 황해도에 전승되어 오는 소리 일체를 가리키는 말이다. 좌창(坐唱)이란 앉아서 긴 호흡으로 부르는 연창형태를 말하는 것이며, <제전(祭奠)>이란 서도좌창의 대표적인 곡 이름이다. 이 제전은 한식 명절을 당하여 죽은 남편 무덤을 찾아가서 정성껏 제물을 차려놓고 제사 지내는 것을 수심가조의 서도 창법으로 엮은 노래이다.

 

서도소리는 평안도나 황해도의 소리이지만, 6, 25 전쟁 이후, 이 지역의 소리꾼들이 남쪽으로 내려와 서도소리를 전해 주었는데, 그 어느 곳보다도 평안도나 황해도와 가까운 인천지역이나 강화지역이 서도소리가 활발한 편이었다.

 

유지숙은 강화출생의 소리꾼으로 일찍이 오복녀 명창으로부터 서도소리 전반을 익혀서 현재는 국가문화재 전수조교에 올라있고, 국립국악원의 민속악단 악장직을 맡고 있으면서, 대학 강의나 연구소를 운영하는 등, 매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서도명창이다. 특히 그녀는 평안도 무형문화재인항두계놀이의 보존회 이사장으로 서도소리 전승에 진력하고 있다.

 

서도소리에도 서울, 경기지방에 전승되어 오는 소리 형태 못지않은 다양한 형태의 소리들이 있다. 예를 들면 앉아서 비교적 긴 가사를 불러 나가는 좌창소리도 있고, 서서 부르는 입창(선소리) 형태도 있으며 송서나 율창과 같은 책 읽기나 시 읊기와 같은 형태도 있다. 그런가 하면 소리극이나 재담 형태인 배뱅이굿도 있으며 수심가를 비롯하여 긴아리, 잦은 아리, 난봉가류 등의 신명나는 민요 등 도 많다.

 

이처럼 다양한 형태의 소리 종류에 따라 이러한 소리를 잘 불렀던 이름난 명창들도 많았으나 남북으로 갈라선지 70여년이 되는 동안 서도의 1세대 명창들은 거의 작고한 상황이고, 지금은 그들로부터 전해 받은 남쪽의 2세대들이 이 소리를 이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당일 돈화문국악당에서 유지숙은 독창으로 혹은 제자들과 함께 <제전>을 비롯하여 <관산융마>, <수심가>, <영변가>, <초한가>, <공명가>, <봉황곡>, <배따라기>, <관동팔경> <자진난봉가> 등을 열창하여 자리를 메운 청중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그 중 가장 인상에 남는 소리는 유지숙이 스스로 장단을 치며 애절하게 불러 준 좌창의 <제전>이었던 것이다.



 

제전이란 어떤 내용의 노래인가?

 

한 마디로 한 여인의 입을 통해 인생은 무상하다는 점을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서도소리 특유의 한탄조로 부르는 노래이다. “백오동풍(百五東風)에 절일(節日)을 당하여로 시작되는 <제전>은 혼자 남게 된 여인이 한식날을 당하여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의 묘소를 찾아가 갖가지 음식이며 술을 준비해서 상차림을 한 다음, 남편을 애절하게 회상하는 내용으로 일관하는데, 그 상차림의 정성이나 종류도 음미해 볼 만한 내용이 담겨 있다.

 

이날 유지숙 명창의 목소리로 듣는 제전은 그녀가 일반 민요를 부를 때나, 시창 류, 다른 잡가를 부를 때와는 달리 그 애절함이 극에 달해 제전의 음악적 분위기를 최대한 살렸다는 평가이다. 유지숙 만의 색깔 있는 목소리로 서도소리 특유의 요성(搖聲)이나, 추성(推聲), 퇴성(退聲)의 표현들이 너무도 자연스러웠으며, 그 위에 강약이나, 농담(濃淡), 명암을 교차시켜 가며 불러주었기에 듣는 모두를 충분히 만족시킨 감동의 무대였던 것이다. 공연이 끝나고 일부 청중들은 유지숙의 소리는 하루속히 국가가 보호할 시점이 되었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하였다.

 

<제전>은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백오동풍(百五東風)에 절일(節日)을 당하여, 임의 분묘를 찾아가서 분묘 앞에 황토요, 황토 위에다 제석을 깔고, 제석 위에다 조조반을 놓고, 조조반 위에다 좌면지를 깔고, 좌면지 위에다 상간지를 펴고, 차려간 음식을 벌이올 제, 우병좌면 어동육서 홍동백서 오기탕 실과를 전자(前煮) 후준(後樽)으로 좌르르르” <중략>

 

백오동풍이란 말은 한식(寒食)때 불어오는 봄바람이다. 동지(冬至)날에서부터 105일째 날이 한식이기 때문에 이렇게 표현하는 것이다. 제사상을 차리는데 있어서 우병좌면은 오른쪽에 떡, 왼편에 국수, 어동육서(魚東肉西)와 홍동백서(紅東白西)는 물고기와 붉은색 과일은 동쪽, 육고기와 흰 과일은 서쪽에 놓는다. 앞쪽으로는 익힌 전, 뒤로는 술을 놓는다는 전자후준의 상차림도 참고할 만한 상식이다.(다음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