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개구멍서방”이란 떳떳한 예식을 치르지 않고 남몰래 드나들면서 여자를 만나는 짓, 또는 그런 서방을 뜻합니다. 《열녀춘향수절가》 곧 《춘향전》에는 ““내 마음대로 할진대는 육례를 행할 터이나, 그러덜 못하고 개구녁서방으로 들고 보니 이 아니 원통하랴? 이얘 춘향아, 그러나 우리 둘이 이 술을 대례 술로 알고 묵자.”라는 대목이 있습니다. 여기서 “개구녁서방”이 바로 “개구멍서방”을 말하는 사투리입니다. 이 도령이 춘향 어머니에게서 혼인 승낙을 받은 뒤 마음 같아서는 정식 혼례 절차를 갖추고 싶으나 그렇지 못하고 합방을 하니 안타깝다는 말이지요.
우리말에는 ‘개구멍서방’과 비슷한 ‘구메혼인’이란 말도 있습니다. “구메”란 “구멍”의 옛말로 이는 혼인예식 곧 육례를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널리 알리지도 않고 하는 혼인이란 말입니다. 하지만 이는 육례를 올리지 못했을 뿐 ‘개구멍서방’과 같은 좋지 않은 뜻은 없습니다. 홍명희의 소설 《임꺽정(林巨正)》에는 “또 대사를 지내는 주삼의 집이 외딴집일 뿐 아니라, 가근방에 사는 주삼의 결찌가 많지 못하던 까닭에 대사의 구경꾼도 몇 사람이 못 되었다. 말하자면 구메혼인이나 별로 다름이 없었던 것이다.”라는 예문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