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얼마 전 텔레비전 뉴스에 “등산로 삼켜버린 지름 50m 싱크홀, 주민 불안”이란 기사가 나왔습니다. 또 한 신문에는 “집중호우 곳곳 지반침하 '비틀린 아파트”라는 기사도 보입니다. 그런가하면 “부산서 깊이 50cm 땅꺼짐 현상 발생”이란 기사도 있었지요.
사전을 찾아보면 씽크홀은 “sink hole”이라 하여 “지반 내 공동이 붕괴되어 나타나는, 대체로 좁은 규모로 땅이 가라앉아 생긴 구멍”이라고 풀이 해놓았습니다. 또 지반침하는 한자로 “地盤沈下”라고 써서 땅이 가라앉는 현상이라고 합니다. 결국 씽크홀ㆍ지반침하ㆍ땅꺼짐 모두 같은 말이지요. 그런데도 이렇게 서로 달리 혼란스럽게 쓰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몇 년 전 한 국어학자는 우리나라 말글생활에 대해 말하면서 “음식점을 말하면서 ‘가든’이라 하면 고급스러운 곳을 생각하고, 보통은 ‘식당’이라고 하면서, ‘밥집’이라 하면 싸구려 식당이라고 인식한다. 영어로 말하면 고급이고, 우리말로 말하면 싸구려 라고 생각하는 이런 참으로 한심스러운 행태가 기가 막히다.”라고 한탄하는 것을 본 적이 있었습니다.
사실 우리 국민 치고 “씽크홀과 지반침하”를 정확하게 영어와 한자로 쓰고 그 뜻을 이해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땅꺼짐”이라고 썼다고 해서 무식하다고 비웃을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정말 언론이 국민ㆍ독자와 소통을 원한다면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우리말 “땅꺼짐”을 써야 할 일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