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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유두“, 이웃과 함께 웃어볼까?

동쪽으로 흐르는 물에 머리감는 명절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금년도 어느듯 벌서 상반기의 최후명절인 유두가 되었다. 615일을 유두라고 하야 연중명절의 하나로서 치니 이것은 달은 나라에서 볼 수 없는 조선의 독특한 것이다. 조선의 독특한 것이라고 해서 반드시 자랑할 것은 아니지마는 이 유두절의 기원과 행사에 대하야 잠깐 고구(考究, 자세히 살펴 연구함)해보면 이것이 실로 유구한 역사를 갖고 있는 동시에 또한 민중적흥미를 갖고 잇는날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유두절에 대하야라는 제목의 동아일보 193672일 치 기사 일부분이다. 그런가 하면 동아일보 1924716일 기사에도 금일은 유월유두일이라는 기사도 보인다. 또 같은 동아일보 196078일에는 오늘 유두절, 생과일 잔칫날기사도 있어 60년대까지도 유두절을 명절로 여겼음을 알 수 있다.

 

우리 겨레가 즐겼던 4대 명절은 설날, 단오, 한식, 한가위를 말한다. 그러나 이밖에도 정월대보름, 초파일, 유두(流頭 : 음력 615), 백중(百中 : 음력 715), 동지도 명절로 지냈다. 하지만 이제 많은 사람은 유두와 백중을 잊은 지 오래다.

 

유두는 유두날이라고도 하는데, '동류두목욕(東流頭沐浴)'의 준말이다. 이것은 신라 때부터 있었던 풍속이며, 가장 원기가 왕성한 곳인 동쪽으로 흐르는 물에 머리를 감는다는 날이라는 뜻이다. 이렇게 머리를 감고 목욕을 하면 액을 쫓고 여름에 더위를 먹지 않는다는 믿음을 가졌다. 유두를 신라 때 이두로 '소두'(머리 빗다), '수두'라고도 썼다. 수두란 물마리(마리는 머리의 옛말)'물맞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요즘도 신라의 옛 땅인 경상도에서는 유두를 '물맞이'라고 부른다. 유두는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을 맞았다는 말에서 유래하였다고 본다.


 

고려사(高麗史)명종 15년 조에도 유두 기록 보여

 

13세기 고려 희종(熙宗) 때의 학자인 김극기(金克己)김거사집(金居士集)에는 "동도(東都 : 경주)의 풍속에 615일 동쪽으로 흐르는 물에 머리를 감아 액()을 떨어버리고 술 마시고 놀면서 유두잔치를 한다."는 기록이 있다.

 

중경지(中京志)2 풍속조에도 나오고, 고려사(高麗史)20 명종(明宗) 15년 조에는 "6월 병인(丙寅)에 시어사(侍御史 : 고려시대 어사대의 벼슬아치) 두 사람이 환관 최동수와 더불어 광진사(廣眞寺)에 모여 유두음식을 마련했다. 나라 풍속은 이달 15일에 동쪽으로 흐르는 물에서 머리를 감아 나쁜 일을 없애는데, 이 잔치를 유두연(流頭飮)이라 부른다."라고 쓰여 있다. 조선 후기의 동국세시기에도 비슷한 기록이 있다.


 

근대에 보면 최남선의 조선상식(朝鮮常識)풍속 편에 여자들의 물맞이 장소로, 서울의 정릉 계곡, 광주의 무등산 물통폭포, 제주도의 한라산 성판봉폭포 따위를 꼽았다. 이승만의 풍류세시기에는 그밖에 소나무숲과 물이 좋은 악박골, 사직단이 있는 활터 황학정 부근과 낙산 밑 따위가 좋은 곳이라고 했다.

 

유두의 세시풍속과 시절음식

 

유두의 대표적인 풍속은 유두천신(流頭薦新)이다. 이는 유두날 아침 유두면, 상화떡, 연병, 수단, 건단과 피, , , 콩 따위의 여러 가지 곡식을 참외나 오이, 수박 등과 함께 사당에 올리고 제사를 지내는 것을 말한다. ()를 인륜의 으뜸으로 여겼던 옛날에는 새 과일이 나도 자기가 먼저 먹지 않고 조상에게 올린 다음에 먹었다.


 

농촌에서는 밀가루로 떡을 만들고 참외나 기다란 생선 따위로 음식을 장만하여 논의 물꼬와 밭 가운데에 차려놓고 농사신에게 풍년을 비는 고사를 지낸다. 그리고 자기의 논밭 하나, 하나마다 음식물을 묻은 다음 제사를 마친다. 유두날 선비들은 술과 고기를 장만하여 계곡이나 정자를 찾아가서 시를 읊으며 하루를 즐기는 유두연(流頭宴)을 했다.

 

유두의 대표 음식은 뭐니 뭐니 해도 '유두국수'. 유두국수는 햇밀로 국수를 만들어 닭국물에 말아먹는데, 수명이 길어진다고 믿었다. 그리고 유두국수를 참밀의 누룩으로 만들면 '유두국'이라고도 하였고, 구슬 같은 모양으로 만들어 오색으로 물들인 후 세 개씩 포개어 색실에 꿰어 몸에 차거나 문에 매달면 액을 막는다고 믿었다.

 

또 찹쌀과 밀가루로 흰떡처럼 빚어서 썬 다음, 녹말을 씌워 삶아내 꿀물에 넣어 먹는 수단도 있다. 밀가루 반죽을 얇게 밀어 호박이나 오이 채 썬 것을 넉넉히 넣고 찌거나 차가운 장국에 띄워 먹는 편수와 밀전병을 얇게 부쳐서 오이, 버섯, 고기 등을 가늘게 채를 썰어 볶아 넣거나, 깨를 꿀에 버무려 넣는 밀쌈도 먹는다. 밀가루를 누룩이나 막걸리 따위로 반죽하여 부풀려 꿀팥으로 만든 소를 넣고 빚어 시루에 찐 떡도 먹는데, 이는 '상화떡(霜花餠)'이라고 한다.


 

그밖에도 미만두와 구절판이 유두 때의 초여름 음식들이다. 미만두는 더운 계절에 먹는 만두로 해삼 모양으로 빚어 찌거나, 냉국에 띄워 먹는다. 궁궐에서는 규아상이라 불렀다. 구절판은 아홉 칸으로 나누어진 그릇에 각각의 밀쌈 음식이 담아 나오는 것이다.

 

연사흘이나 내리는 유두비... 유두는 불편했던 이웃과 함께 웃는 날

 

우리 선조는 특정한 날에 반드시 비가 내릴 것으로 믿었다. 곧 음력 510일 내리는 비는 '태종우'로 풍년이 든다고 생각했다. 제주도에서는 71일 비가 내리는데, 이곳에 유배되어 가시울타리 속에서 죽은 광해군의 한이 맺혀 내린다고 믿는다. 칠석날에는 견우직녀의 비가 내린다고 하고, 삼복에 내리는 비를 '삼복우', 음력 629일 진주지방에 내리는 비를 '남강우'라고 한다. 그밖에 음력 29일을 전후하여 내리는 살창우(殺昌雨)”도 있었다. 이는 강화도로 유배된 영창대군을 강화부사가 방에 가두고 불을 펄펄 때서 죽였는데 방바닥에서 손톱이 닳아 없어질 정도로 필사의 몸부림을 치다 죽었기에 그 한으로 서럽게 죽은 영창대군의 눈물이 비가 되어 내린다고 말한다.

 

이처럼 유두에도 비가 온다고 하는데, 비가 내리면 연 사흘을 내린다. 유두날은 연중 집안에 갇혀 살아야 했던 부녀자에게 이날 하루만은 나들이가 허락되는 날로, 비가 내려 외출을 못하면 나들이를 못한 여자들의 한이 커져서 사흘씩이나 비가 내린다고 생각했다.

 

또 유두에는 식구, 친지나 함께 일을 하는 사람과 동쪽으로 흐르는 맑은 물을 찾아가 머리를 씻고, 술을 돌려 마심으로써 공동체임을 확인한다. 그래서 이 풍속을 정약용은 ''의 뿌리로 보고 있다.

 

특히 유두는 식구나 친지뿐만 아니라 불편했던 이웃과 갈등을 깨끗이 풀고 하나가 되는 아름다운 명절이다. 평소 미워했던 사람과 같이 머리를 감으면서 화해를 하는 것이다. 이제 현대인들이 유두를 명절로 지내지는 않더라도 이날의 의미를 새기며, 불편했던 이웃과 웃을 수 있는 하루를 만들어 보면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