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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당 서정주, 일제와 전두환 찬양 사실 지울 수 없다

《미당 서정주 전집》 완간 기자회견을 보고

[우리문화신문= 이윤옥  기자]


"처음으로 한강을 넓고 깊고 또 맑게 만드신 이여

 이 나라 역사의 흐름도 그렇게만 하신이여

 이 겨레의 영원한 찬양을 두고두고 받으소서

 

 새맑은 나라의 새로운 햇빛처럼

 님은 온갖 불의와 혼란의 어둠을 씻고

 참된 자유와 평화의 번영을 마련하셨나니"

 

이쯤 되면 <아멘>하고 싶어진다. 이 시는 한국 최고의 시인이라는 미당 서정주(1915~2000) 전두환 대통령 각하 56회 탄신일에 드리는 송시, <처음으로의>'의 일부다.

 

이 시를 쓴 이가 우리가 알고 있는 그 훌륭한(?) 미당 시인의 시가 아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라고 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정말 미당의 시가 맞나? 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맞다. 한국을 대표한다는 미당 서정주의 시가 맞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어떤 일을 한 사람인지 1980년대 이후 출생자들은 잘 모른다. 37살 이후 세대라고나 할까? 그런 사람들을 위해 미당은 전두환 대통령을 위한 찬양시를 썼는가? 요즘 천만관객을 동원한 광주항쟁을 그린 영화 <택시운전사>의 주인공이 가가 막힐 일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을 유사이래 최고로 극찬한 대한민국 최고(?)의 시인 미당 서정주. 최근 그가 평생을 걸쳐 쓴 작품을 모은 미당 서정주 전집(은행나무·20)이 최근 완간되었다고 언론들이 대서특필하고 있다.

 

미당 문학은 언어, 비언어를 포함한 우리나라 최고의 문화유산입니다. 미당의 엄청난 유산이 공적 지원 없이 발간됐다는 데 대해 긍지를 느낍니다. 가슴 아픈 일이지만 미당의 문학이 정치적역사적 이유로 폄하되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는 것으로 압니다. 하지만 정치는 짧고 예술은 깁니다. 역사와 정치에 대한 오해로 훌륭한 문학작품이 폄하되는 것은 일시적입니다.”(이남호 교수) -2017.8.21. 경향신문-

 

미당의 예술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하고 싶지 않다.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일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미당의 시를 두고 엄청난 유산이니 공적 지원이 없이 발간되어 가슴이 아프다는 식의 말을 듣고 싶지 않은 사람들은 꽤 많이 있다고 본다.

 

마쓰이 히데오!

그대는 우리의 가미가제 특별공격대원

정국대원(靖國隊員, 야스쿠니를 뜻하며 불사 항전을 뜻함)

푸른 영혼은

살아서 벌써 우리 게로 왔느니

우리 숨 쉬는 이 나라의 하늘 위에 조용히 조용히 돌아왔느니

 

우리의 동포들이 밤과 낮으로

정성껏 만들어 보낸 비행기 한 채에

그대, 몸을 실어 날았다간 내리는 곳

소리 있이 벌이는 고운 꽃처럼

오히려 기쁜 몸짓 하며 내리는 곳

쪼각쪼각 부서지는 산더미 같은 미국 군함!"

             - 서정주, 오장마쓰이(松井伍長) 송가(頌歌), 가운데 -

 

 미당 서정주는 20대무렵부터 잡지 <조광 10월호>스무 살 된 벗에게라는 친일 수필을 비롯하여 반도학도 특별지원병 제군에게’, ‘사이판 섬에서 전원 전사한 영령(일본군)을 맞이하여’, ‘오장마쓰이 송가등 많은 친일 작품을 남겼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은 해방된 조국의 국어교과서에서 다뤄주지 않았다. 그 대신 국화옆에서같은 시만 암송하게 하는 바람에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그가 겨레의 위대한 시인인줄만 알고 자랐다. 정말 미당은 훌륭한 시인이며, 존경받을 만한 인물인가? 정말 시는 시고, 삶은 삶이며, 정치적 행위는 정치적 행위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이것들은 하나가 아니라도 괜찮은 것일까?

 

정치인이건, 택시운전사이건, 교수이건, 의사이건, 시인이건......우리는 곧잘 무엇이 되기 이전에 사람이 되어야한다고 말한다. 여기서의 사람이란 어떤 사람을 말하는 것일까? 미당처럼, 시는 시고, 친일은 친일이고, 전두환 찬양은 찬양이고... 그렇게 각각 따로 놀아도 아름다운 언어로 시만 쓰면위대하다는 것인가?

 

 "역사와 정치에 대한 오해로 훌륭한 문학작품이 폄하되는 것"이 안타깝다는 미당 서정주 전집의 출간  소식을 들으며 착잡한 생각이 또 다시 고개를 든다. 아름다운 언어 속에 감춰진 그의 사람다움을 읽어 낼 사람이 많지 않기에 더욱 그러하다. 어쨌든 미당을 좋아하는 사람은 좋아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미당 그가 일제침략이라는 금세기 최고의 쓰라린 한국의 역사 현장에서 세치 혀를 놀려 그들을 찬양하던 입으로, 다시 신군분의 총부리로 수많은 희생자를 낸 광주항쟁의 중심인물 전두환 씨를 찬양한 시인이라는 사실 만은 기억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