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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모리의 드넓은 숲 4천 평엔 누가 살까?

[맛있는 일본이야기 413]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대관절 땅이 얼마나 큰 겁니까?” 나는 요우코(陽子) 씨에게 물었다. “4천 평 정도될 거예요.” “? 4천 평이요?” 요우코 씨 집은 아오모리현 고노헤(의 주택가에서 좀 떨어진 숲 속에 자리하고 있었다. 4천 평이나 되는 넓은 숲속에 달랑 요우코 씨 집 한 채뿐이었다. 집을 에워싼 숲 속에는 이름 모를 꽃 들이 활짝 폈다. ! 정말 요우코 씨는 숲속의 요정 같았다.

 

미술관처럼 지어놓은 요우코 씨 집안에 들어서자 드넓은 숲 정원이 거실 통유리 너머 가득 펼쳐진다. 탄성을 지르며 소파에 앉자 그녀는 얼른 주방으로 들어가 따끈한 허브차를 내왔다. 여름이라지만 비가 내리는 아오모리는 마치 늦가을처럼 썰렁했는데 따스한 차가 제격이었다. “우리집 말인데요. 여긴 땅값이 싸요. 1평에 1만 원(한국돈) 정도랍니다.” ... 그렇다면 4천 평이라면 4천만 원? 도쿄에 견줄 수 없는 싼 가격이다.


 

요우코 씨는 북적이는 도쿄의 삶을 정리하고 아오모리에 정착한지 10년째다. 드넓은 토지에 단독주택을 지어 정원에는 온갖 화초를 심고 여유로운 생활을 즐기는 모습이 일본인들의 로망을 이룬 것처럼 보였다. 이 부부는 가끔 도쿄에서 찾아오는 지인들을 위해 2층에는 아예 손님방을 만들어 두었다. 젊어서 열심히 일하고 나이 들어 도시생활을 과감히 청산하고 정착한 아오모리에서 맑은 공기와 아름다운 풀꽃들과 넉넉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부럽기조차 했다.

 

숲 속의 요정처럼 사는 요우코 씨 집을 찾은 것은 지난 89일이었다. 그에 앞서 86, 한국에서는 인천관동갤러리(대표 도다 이쿠코) 회원 중심으로 한 20명의 한국인들이 아오모리 네부타 마츠리 축제 참관 등 현지의 아오모리 코리아 네트워크시민 단체와의 교류차 34일 일정으로 아오모리를 방문했다.

 

한국의 회원들은 동북지방 최고의 여름 축제인 아오모리 네부타 축제에 직접 참여했을 뿐 아니라 아오모리 전통 공예촌을 방문하여 염색, 고케시 인형, 칠 등의 작품을 직접 만들어 보는 등 매우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나는 한국의 회원들과 89일 낮 12, 아오모리 공항에서 헤어졌다. 그리고 마중 나온 요우코 씨 부부와 함께 34일을 아오모리에서 더 보냈다.


 

실은 요우코 씨가 공항으로 마중 나온다고 했을 때, 아오모리 지리를 잘 모르는 나로서는 그저 고마운 마음에 넙죽 공항에서 만나기로 한 것인데 아뿔사, 알고 보니 이들 부부가 살고 있는 고노헤라는 곳은 공항에서 무려 2시간 반이나 걸리는 곳이었다. 그런 줄 알았으면 대중교통으로 요우코 씨 동네 까지 찾아갈 것을 하는 후회를 하고 있을 때 요우코 씨는 잽싸게 말했다.

 

이곳에서 2시간 반이라는 거리는 바로 지척에 해당하니 마음 놓으세요, 나도 처음에 도쿄에서 왔을 때는 2시간 반이라는 거리는 굉장히 먼 거리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아오모리가 워낙 넓다보니 이 정도 거리는 아무것도 아니랍니다.”라며 미안할 것 없다고 한다. 도쿄 토박이인 요우코 씨가 이곳 아오모리까지 600킬로미터나 떨어진 곳으로 이사 온 것은 10년 전 일이다. 당시 요우코 씨는 49, 남편인 토미오 씨는 51살로 둘이 합쳐 100살 되는 해에 이들은 결혼을 했다. 그야말로 노처녀 노총각들이 결혼을 한 것이다.


 

요우코 씨와의 인연은 1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 나는 와세다대학의 객원연구원으로 도쿄에 있었고 요우코 씨는 도자기 공예를 하면서 아이들에게 공예를 가르치고 있었다. 그때는 한참 욘사마(배용준 붐) 열기가 크던 시절로 요우코 씨는 일본 주부들을 위해 김치강좌를 열어달라고 해 나는 도쿄 한복판에서 김치 강좌를 열기도 했다. 이후 요우코 씨가 한국에 놀러오기도 하고 내가 도쿄로 가서 만나기도 했지만 요우코 씨가 아오모리로 간 뒤로는 좀처럼 만나지 못했다. 그러다가 이번에 네부타 축제 참관 겸 아오모리 방문의 기회가 주어져 재회를 했으니 그 기쁨은 이루 말 할 수 없다.



 흔히 일본인들은 집에 사람을 잘 초대하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지만 아오모리의 드넓은 숲 속에 사는 요우코 씨 부부는 달랐다. 그러고 보면 이런 말은 도쿄 같은 대도시의 좁은 집에 사는 사람들을 말하는 것일 뿐, 아오모리 같은 곳에 사는 사람들은 예외인 듯싶다. 신선한 공기와 드넓은 숲을 정원 삼아 살아가는 요우코 씨의 삶은 수많은 일본인들이 입만 열면 그리는 그런 유토피아 같은 삶인 것 같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