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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옥의 경기소리에 압도당한 연변의 청중들

[국악속풀이 330]

[신한국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중국과의 교류가 쉽게 이루어지지 못하다가 학회 조직 후에, 본격적인 교류를 시작했다는 이야기, 2017년도에도 한국과 중국 사이 정치적 문제(사드)로 인해 참석여부가 불투명했으나 소수의 인원이 참가하게 되었다는 이야기, 중국 측에서는 김성이 교수의 조선족 가요의 시대별 고찰과 리홍관 교수의 서도소리 공명가 연구라는 논문을 발표하였는데, 김교수는 시대에 따라 유행하던 노래를 정리하고 악보와 함께 들려주어서 이해하기 쉬웠다는 이야기를 했다.

 

또 실연교류에서는 김은희의 해금독주 <도라지>, 리은희의 저대독주 <바다의 노래>, 리홍관의 남성독창 <우리집 곱돌장><산천가>, 최미선의 가야금독주 <옹헤야>, 그리고 박춘희의 여성독창 <하늘 길, 바다길 모두 열렸네>가 열연되었다는 이야기, 특히 박춘희 교수는 연변의 1급 성악가답게 강약이나 농담(濃淡)의 조화, 강렬하고 폭발적인 역동성이 일품이었다는 이야기, 특히 그는반가운 손님들이 오시는 오늘의 이 무대를 1년 전부터 기다려왔다는 인사와 함께 항상 이 교류 무대를 자청해서 서 왔다는 말 한마디로 우리들을 감동시켰다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이번 주에는 한국 참가자들의 활동상황을 소개해 보도록 하겠다.

 

먼저 조혜영 교수는국악장단을 통한 발달장애인의 치료방안이라는 주제를 통해, 국악장단이 정상인은 물론, 발달 장애인들의 치료에도 큰 효과가 있다는 사례를 발표하여 관심을 끌었고, 유병진은 학교문화예술교육의 현황 및 발전방향이라는 발표를 통해 한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초 중등학교의 국악분야 예술강사 제도의 필요성이나 현황, 나타난 결과 등을 구체적으로 발표해서 중국의 교수들에게 국악교육의 발전방향을 확실하게 제시해 주었던 것이다.

 

이어서 교류공연은 박문규 명인의 가곡, <언편(言編)>, 이기옥 명창의 송서와 경기민요, 정예술 교수의 거문고 독주 <출강>, 박준영 명창의 <배뱅이굿>, 그리고 김병혜송효진김보배 3인의 판소리와 남도민요 <육자배기>가 이어졌다.

 

한 종목씩 소개해야 하겠으나, 박문규 명인의 가곡창이나 가사창은 이전에도 여러 차례 속풀이 독자들에게 자세하게 소개한 바 있고, 배뱅이굿의 박준영 명창도 이 난에서 소개되었기에 생략한다.

 

이번 교류회에서 누구보다, 또 그 어떤 종목보다 중국 동포들이나 학생들에게 가장 많은 박수와 재청을 받은 사람은 송서(誦書)와 율창(律唱)을 먼저 부르고 이어서 흥겨운 경기민요 몇 곡을 이어서 불러준 이기옥 명창이었다.


 

그는 작년 교류회에서도 청중들로부터 대단한 호흥을 받았는데, 이번에도 그의 구성진 경기소리는 단연 청중을 압도하는 무대였다. 60대 어느 조선족 동포 여인은 10년째 이 무대를 제자들과 찾아왔다고 하면서 경기소리를 하는 동안, 무대 앞에 나와 신명나게 춤을 추었다.

 

경기명창 이기옥은 누구인가? 경기도 퇴촌출신으로 농사일과 목공일을 하는 아버지로부터 경기소리에 대한 깊은 영향을 받았다. 그의 부친은 소리를 상당히 좋아해서 매일 같이 김옥심, 이은주, 묵계월, 안비취 등 당대 최고의 경기 명창들이 부르는 소리를 하루 종일 들으며 살았다고 한다.

 

그래서 어린 이기옥 소녀도 자연스럽게 경기민요를 듣게 되었고, 그러면서 자신도 모르게 좋아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아버지의 취미가 딸에게 그대로 영향을 미치게 된 경우이다. 이처럼 어린이들의 취미나 소질은 집안 식구들의 영향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음악을 좋아하는 부모나 형제들의 영향을 그대로 자연스럽게 받는 경우가 많다. 어린 이기옥도 하루 온종일 음반을 틀어놓고 즐기시던 아버지의 취미로 인해 그 자신도 소리가 좋아졌고 그래서 소리꾼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예능교육이란 어린 시절의 경험이나 체험이 매우 중요한 법이다.

 

그녀가 본격적으로 소리꾼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은 20대 중반, 현재 한국의 정상급 경기명창으로 알려진 이호연과 그의 백부인 이범석선생을 만나면서부터이고, 그 뒤에는 소리의 내면과 외연을 넓히기 위해 묵계월 명창에게 공부하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소리꾼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서울 경기지방의 12좌창이나 경서도 민요를 깎고 다듬는 과정을 거치면서 묵계월로부터 송서 삼설기(三說記)와 율창도 배우게 되었고, 현재는 그 소리가 너무도 좋아서 유창(서울시 송서율창의 예능보유자) 명인에게 사사받고 있다.


 

이기옥에게 지난겨울은 누구보다 따뜻한 계절로 기억된다. 국악협회가 주최한 제22회 전국민요 경창대회에서 명창부 대통령상을 수상하였기 때문이다. 이미 그 이전에도 전주대사습에서의 장원, 국내 전통적인 대회에서 여러차례 장관상이나 국회의장상을 받았기에 실력은 입증되었으나 이제는 명실공히 자타가 인정하는 최고의 명창으로 등극한 셈이다.

 

흔히, 경기소리는 목소리가 맑고 깨끗해야 된다고 하지만, 소리에 힘이 실려 있지 않으면 그 미적 요소는 반감이 될 수밖에 없는 법이다. 그런데, 이기옥의 음악적 장점이라면 경기소리에서 강조하는 발음의 분명함이나 장단과 함께 어울린 흥겨움이 절정을 이루는 점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소리의 힘이 실려 있어 역동성을 느끼게 된다는 점과 풍부한 음량으로 강렬하면서도 부드러움을 동시에 표출하는 내공이 쌓여있다는 점이 아닐까 한다.

 

그리고 음악적 요소 외에 단정한 몸짓이라든가, 얼굴 전면에 흐르는 온화한 미소라든가, 자연스럽게 묻어나오는 예절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닐진대, 그녀는 일상이 되어서 습관적으로 배어있다.

 

진정으로 소리를 좋아하고, 소리를 하면서 스스로 행복해 하는 명창이어서 주위의 부러움을 사기도 하지만 선후배 동료들이 말하는 인간 이기옥은 누구에게나 마음 씀씀이가 넉넉한 인정 많은 명창으로 알려져 있다.

 

자기 좋아하는 분야를 업으로 삼고 살아간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잖아요? 저는 복을 많이 받고 태어났나 봐요. 누구보다도 남편의 이해와 도움이 컸어요. 제가 좋아하는 노래를 마음껏 부르며 살 수 있다니 얼마나 행복한 줄 모르겠어요.”

 

그녀가 얼마나 소리자체를 좋아하고, 소리를 하면서 사는 것이 진정으로 행복한 길인가를 깨달은 명창답게 환하게 웃는 모습이 너무도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