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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남도소리꾼, 김병혜 교수와 효진 그리고 보배

[국악속풀이 331]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연변예술대학 교류회에서 송서(誦書)와 율창(律唱), 그리고 경기민요를 불러서 크게 호응을 받았던 이기옥 명창의 이야기를 하였다.

 

목공일을 하던 부친이 당대 최고의 명창들이 부르는 소리를 하루 종일 들으며 작업을 하는 바람에 어린 이기옥도 자연스럽게 경기민요를 듣게 되었고, 자신도 모르게 좋아하게 되었다는 이야기, 그래서 소리꾼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는데, 이호연과 그의 큰아버지 이범석 선생, 묵계월 명창에게 배웠고, 송서와 율창은 유창 명인에게 공부하고 있다는 이야기, 지난해에는 국악협회가 주최한 제22회 전국대회에서 명창부 대통령상을 수상하였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기옥의 장점은 발음의 분명함과 흥겨움의 절정보다는 역동성을 느끼게 된다는 점과 풍부한 음량으로 강유(剛柔)의 표출이 일품이라는 이야기, 그는 항상 단정한 몸짓, 온화한 미소, 자연스러운 예절이 습관화 되어 있고, 마음 씀씀이가 넉넉한 인정 많은 명창으로 알려져 있다는 이야기, 소리자체를 좋아하고, 소리를 하면서 사는 것이 진정으로 행복한 길인가를 깨달은 명창이라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이번 주에는 연변대 같은 무대에서 인기를 모은 판소리 <심청가>와 남도민요 <육자배기>에 관한 이야기가 되겠다. 북쪽의 영향을 받은 연변의 음악문화 중, 우리와 크게 다르다고 하는 점이라면 바로 판소리라든가 남도민요, 그리고 기악에서는 거문고와 같은 악기들이 크게 각광을 받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거문고가 북방의 옛 고구려 악기임에도, 북방의 연변지역에서 거문고 연주자는 만나기 어려울 정도로 희귀한 악기가 되어 버렸다.

 

그런데 이에 견주면 가야금은 매우 활발한 편이다. 이는 아마도 북한에 유학을 갔다 온 김진 교수의 영향이 크다 할 것이다. 중국의 국가 비물질 문화재로 인정받은 김성삼 교수나, 한국에 나와 활동하는 김계옥 교수도 김진 교수의 제자인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 남도 지방의 대표적인 판소리나 남도창도 크게 확산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해마다 한-중실연교류회에 참가하는 판소리 명창들의 소리를 듣고 보기 위해 연변지역의 많은 애호가들이 몰려들곤 하였다.


 

이번 교류회에는 소리꾼 김병혜 교수가 그의 제자들인 송효진, 김보배양과 함께 무대에 올랐는데, 예외 없이 판소리나 남도민요를 듣기 위해 연변지역의 많은 애호가들이 객석을 메웠고, 이들이 <심청가>, 남도민요 <육자배기>, <뱃노래> , 멋진 소리들을 불러줄 때마다 손뼉을 치며 갈채를 보내주었다. 특히, 김병혜 교수가 육자배기의 소리를 메길 때, 효진과 보배가 소리도 받으면서 장단을 타고 가락에 어울리는 춤을 추는 대목은 남도 소리에서 발림(몸동작)의 요소가 얼마나 중요한 음악적 요소인가를 실감나게 해 주었다.

 

아마도 이 팀이 수없이 재청을 받게 된 배경도 소리 못지않게 발림의 효과가 크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예부터 '()에는 수심가, ()에는 육자배기'라는 말이 전해온다. 북쪽 땅에는 <수심가>가 대표적인 민요이고, 남쪽에는 <육자배기>가 대표적인 소리라는 말이다. 육자배기는 쉽게 듣기도 어렵지만, 부르기는 더더욱 어려운 노래로 알려져 있다. 느린 장단이며 그 위에 얹는 가락의 음역도 넓어서 낮게 시작해도 상청을 내기가 만만치 않고, 그 위에 다양한 시김새의 처리는 더더욱 어렵기 때문이다.

 

<육자배기> 뒤에는 빠른 장단으로 부르는 <잦은 육자배기>가 짝을 이룬다. 이 노래를 잘 부르면 남도의 다른 노래들은 어렵지 않게 배울 수 있을 정도라니 그 노래의 존재가 어떠한가는 짐작이 되고도 남는다.

 

육자배기 곡조에 얹는 대표적인 노랫말을 소개해 본다.

 

"진국명산 만장봉이 바람이 분다고 쓰러지며, 송죽 같은 굳은 절개 매 맞는다고 훼절할까?" "어젯밤 꿈에 기러기 보이고, 오늘 아침 오동위에 까치앉아 짖었으니, 행여나 임이 올까 기다리고 바랬더니, 서산에 해는 지고, 출문망이 몇 번이나 되느냐, 아이고 무삼일로 편지 한 장이 돈절이로구나"


이 날 공연에서 효진, 보배와 함께 <심청가><육자배기>를 불러준 김병혜 교수는 국립국악고등학교에서부터 대학, 대학원까지 판소리를 전공한 정통파 국악인이다. 전공 이외에 다양한 인접분야를 공부해서 노래나 악기, 이론에도 어느 정도 무장이 되어있다. 그는 현재, 전라남도 순천에서 서편제소리 사랑회전임강사를 맡고 있으며, 전통공연예술원-의 예술감독을 맡아서 활동하며 젊은이들을 키우고 있는데, 그의 제자들로 구성된 모임에서는 정례발표회를 개최할 정도로 실력과 친목을 돈독히 하고 있는 것이다.

 

순천은 예부터 명인 명창들이 많이 태어난 고장이며 지금도 정상급 유명 소리꾼들이 활동하고 있는 곳이다. 판소리를 세계무형유산에 오르게 하는 작업도 순천 출신의 소리꾼들과 뜻있는 애호가들이 앞장섰다는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김병혜는 순천에서 활동하며 명신대, 진주교대, 초당대에서 강의를 해 오고 있는 젊은 교수로 어렸을 때에는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판소리 적벽가의 예능보유자로 활동해 온 정미옥 명창으로부터 판소리 적벽가를 배웠고, 국가문화재 심청가의 예능보유자로 명성이 자자했던 성창순 명창은 그에게 심청가를 가르쳐 주면서 판소리의 진정한 예술적 가치를 심어 주었다.

 

어린 시절의 스승 정미옥 명창은 김병혜에게 소리를 전해주면서 그가 지니고 있는 소리의 잠재력을 확인하고 소리꾼으로서의 대성을 위해 성창순 명창에게 소개하였다고 한다. 그것이 인연이 되어 김병혜에게는 소리꾼으로서의 로망이 바로 성 명창이었으며 예술인으로서의 품위가 얼마나 고귀한 것인가를 생활 속에서 느끼고 배우게 해 준 분이, 바로 성창순 명창이었다. 공교롭게도 이 두 분 명창은 올 20171월과 2월에 유명을 달리해서 선생을 받들던 김병혜는 누구보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김병혜 교수가 미국 UCLA 한국음악심포지움(Korean Music Symposium)이나 중국 연변대와의 교류회에 참가하면서부터 필자가 주관해 온 교류회 행사는 더욱 빛이 나기 시작했다. 김 교수는 항상 좌에는 송효진 양, 우에는 김보배라는 젊은 소리꾼을 대동하는 덕분에 공연종목도 풍부해 졌고, 봉사의 의미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행사의 모든 일들이 무난하게 해결이 되고 있는 것이다.

 

효진이나 보배는 제가 너무도 아끼는 친구들이죠, 저보다 재능도 더 출중하고, 예의도 바르며 특히 순수하고 착하기 때문에 저는 만족스럽고 행복합니다. 진주교대 대학원에서 유아국악교육으로 졸업을 했는데, 소리 이외에 춤이나 북 장고도 잘 쳐요, 특히 효진이는 어려서부터 춤을 배웠고, 보배는 가야금을 소리 이상으로 잘 타지요.” 제자를 믿고 사랑하는 김 교수의 칭찬이 끝이 없다.

 

실제로 효진은 2011년과 2015, 두 차례 개인 발표공연을 했고, 보배는 2015년에 <심청가> 완창 발표회를 가질 정도로 실력을 갖춘 차세대 명창들이다. 이들은 지방에서 활동하며 이익 창출의 목표가 아닌, 지역의 문화 발전과 저변 확대를 위해 공연물을 기획제작출연에 앞장서고 있다. 그 대표적인 작품들이 <갈대향과 미르지무>, 순천 정원 박람회기간에 세트장 상설 공연을 기획한 바 있는 <드라마틱> 등등이다.

 

그동안의 활동을 통해 그들을 확인한 점은 병혜 교수, 효진, 보배의 삼중창이 누구보다 교류회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들의 역할이나 존재의 의미를 너무도 잘 알고 있기에 쉽게 말이 통하는 젊은이들이라는 사실이다. 앞으로도 그들과의 활동이 더더욱 길게 이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