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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임정란 명창과 <한국경기소리보존회> 정기공연

[국악속풀이 338]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홍성에서 개최된 역사인물축제 이야기와 <13회 홍성 가무악 전국경연대회> 관련 이야기를 하였다. 홍성이 낳은 역사적인 인물, 6인을 선정하여 이들의 업적이나 나라사랑 정신을 영원히 기리자는 의미를 축제형식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이야기, 인물 6인은 고려의 명장 최영 장군을 비롯하여 성삼문, 김좌진, 한용운, 한성준, 이응로 화백 등,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인물들로 우리 역사의 한 페이지를 문()과 무(), 그리고 예()에서 장식했던 분들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역사인물 축제와 연계되어 열린 제13<전국 가무악전국대회>는 국악의 신진을 발굴하는 등용문으로 손색이 없는 대회로 평가된다는 이야기, 홍성을 찾은 관광객이나 지역 주민들에게 전통음악이나 전통춤에 대한 인식을 더욱 넓혀 주었었다는 이야기, 분야의 확대를 고려하기 바란다는 주문과 함께 100세 시대에 걸맞은 노인부를 반드기 신설해 주기를 바란다는 이야기, 앞으로 홍성의 역사인물축제와 병행되어 민관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대표적인 형태의 축제라는 점에서 상당부분 탄력을 받게 될 대회여서 기대가 모아진다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이번 주에는 경기도 과천시에 자리 잡고 있는 <한국경기소리보존회(이사장 임정란)>의 제15회 정기공연 이야기가 되겠다.

 

이 행사는 이달 27(), 저녁 7시 과천 시민회관 대극장에서 열린다.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서울이건, 지방이건 국악공연에 대한 일반적 인식은 '그게 그것' 이어서 별 관심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종래의 인식에서 탈피해 보고자, 임정란 대표가 이끄는 경기소리보존회는 해마다 다양한 변화를 시도해 오면서 공연종목을 확대해 왔던 것이다.

 

예를 들면, 과거에는 좌정하고 앉아서 불러오던 잡가와 같은 긴 소리들을 서서 움직이면서 부르도록 동적으로 변화를 준다거나 또는 장고 반주만으로 부르던 노래들을 다양한 반주로 확대해서 부른다거나, 또는 창자 자신이 가야금이라는 반주 악기를 스스로 타면서 부르는 병창의 연주스타일로 바꾸는 형태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시도는 줄거리가 있는 이야기를 경기소리조로 소리극을 제작하여 무대화 시켜 온 작업이 될 것이다.


 

동 보존회를 이끌고 있는 임정란 명창의 소리극에 대한 집념은 각별할 정도로 그가 무대에 올린 대표적인 작품들만 해도 여러 편이다. 그 중에는 지역의 민담이나 설화를 바탕으로 한 <낙시대장 서얼>이나 <과천골 딸 부자집 경사났네>, <과천현감 민치록>, <애민의 방정식> 과 같은 작품 등이 있고, 1930년대에 활동했던 가극단의 전통을 이어가겠다는 의미의 <대동가극단의 맥을 잇다>-등이 눈길을 끌었다.

 

그가 이처럼 경기소리와 이를 기본으로 하는 경기소리극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는 점은 경기소리가 대중화되고 생활화 하는데 있어서 가장 필요하고, 절실하며 첩경의 방법이 바로 소리극을 통한 방법이라는 의미가 강하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동가극단의 맥을 이어가려는 열정은 남다르다 아니 할 수 없다. 곧 과천이라는 지역을 사랑하는 그의 마음과 과거 그의 집안이 이루었던 영광의 세월을 오늘에 다시 재현해 보겠다는 의지의 발로가 아닐까 한다.

 

일제의 만행이 극에 달해 있을 1930년대 중반, 경기도 과천 찬우물 마을에 살던 임종원이라는 분은 동료 국악인들을 규합해서 <대동가극단>을 창단하고 과천을 비롯한 경기지역은 물론, 전국을 떠돌며 유랑극단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여기에 참여했던 당시의 예능인들은 강남중, 신영채, 홍갑수, 이화중선, 박초홍 등이었으며 이들은 소리도 하고, 소리극도 꾸미고, 병창도 부르며, 춤도 추고, 줄타기도 하는 등 다양한 종목을 준비해서 전국을 유랑하던 창극 단체였던 것이다.


음악은 듣는 모두를 하나로 만들어 준다는 말이 있다. 악자(樂者)는 위동(爲同)”이라는 말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공연은 일제치하에서 억압받고 있던 동포들에게 외적으로는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해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적으로는 항일정신을 고취시켜 민족의 단합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던 것이다. 한때에는 임방울을 비롯하여, 당대에 유명했던 소리꾼들이었던 정광수, 박귀희, 신영채, 박초월 등이 함께 했으며 춤 잘 추던 김산호주의 이름도 있고, 그런가 하면 줄타기의 명인 김영철이나 곡예의 김하경 등도 활동했다.

 

그리고 여기에 과천 출신의 임씨 집안에서도 임상문, 임종선, 임세근, 임명옥, 명월 자매 등 다수의 재능인들이 참여했던 것이다. 임상문은 줄타기의 명인으로 임정란의 당숙이 되는 분이었고, 임종선은 가야금, 임세근은 태평소와 피리, 임명옥과 임명월 자매는 임정란의 고모로 줄타기와 재담, 경서도 소리와 남도소리, 무용에 뛰어난 재인들이었다.


 

이러한 집안환경으로 볼 때, 과천의 <찬우물> 마을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임씨 집안의 자손인 임정란이 경기소리나 소리극에 애정을 갖고 열정을 다하고 있는 것은 어찌보면 선대의 문화 정신을 이어가려고 하는 당연하면서도 또한 자연스러운 과정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임정란은 묵계월 문하에 들어가 국가문화재 경기민요 보유자후보에 올랐으나 이를 사퇴하고 고향을 지키는 문화의 파수꾼이 되어 활동하고 있다. 현재 그는 경기지방 문화재 예능보유자로 인정을 받고 경기소리 전수관을 운영하며 많은 후학과 함께 경기소리의 저변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이번 제15회 정기공연은 경기소리보존회 산하의 15개 지부 1,000명의 회원들이 힘과 뜻을 모으고 여기에 경기소리를 성원하고 사랑해 주신 분들의 도움이 있어 가능해졌다고 한다. 특히 내년으로 도래한 경기 천년의 해를 맞이하여, 경기소리의 은은한 멋과 흥취, 경기소리만이 지닌 음악적 특색을 한껏 들어내는 무대가 될 것이라고 한다. 출연에는 임정란 보유자를 비롯한 경기의 큰 명창들과 이수자, 전수자, 수강생 등 50여명과, 채향순 중앙무용단의 화려한 춤사위가 흥을 더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공연의 시작은 12좌창의 하나인 선유가(船遊歌)’로 시작된다. 선유가란 뱃놀이노래다. 12좌창의 전통적 창법은 12가사와 유사한 편으로 정좌해서 육성과 가성 창법을 적절히 배합하는 형태로 느리게 부르는 노래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가야금이라는 현악기를 함께 타며 부르는 곧 가야금병창의 형태로 부른다는 점에서 새로운 변화를 시도한다.

 

전통이란 늘 새로운 시도가 시간의 흐름 속에서 만들어 온 결과물이란 점을 고려할 때, 시도되어 봄직한 연주형태라 하겠다. 그 이후에는 신명을 불러일으키는 풍년가를 비롯한 경기민요의 제 곡과 경기지방의 산타령, 그리고 젊은 소리꾼들이 갈고 닦은 제주민요도 선을 보인다. 바다여인들의 염원을 담고 있는 <이어도사나>를 비롯한 제주민요는 육지와는 달리, 작업요들이 통속요로 변화한 곡들이 대부분이어서 흥취가 있고 다름대로의 이국적 색채감도 느끼게 되는 곡들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장단의 변화를 주어 더욱 다양한 느낌을 자아내게 하고 있다. 경기소리에서 <금강산타령>이나 <노랫가락>, <양산도>, <태평가>는 빠질 수 없는 흥겨운 노래라 할 것이다. 그리고 을 곁들여 리듬감 있고 정제된 느낌으로 색다르게 재해석한 산타령도 선을 보일 예정이며 황해도 지방의 대표적인 난봉가 류의 서도소리도 준비되어 있다. 정선아리랑을 비롯한 강원도 지방의 대표적인 소리들은 임정란 명창의 소리로 듣게 된다.

 

해마다 정기공연, 기획공연, 과천전국경기소리경창대회, 경기소리 전수이수 평가회 및 공모사업을 진행하는 등, 동 보존회는 경기소리의 확산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 오고 있다. 이처럼 전통예술의 체계적인 전승사업으로 경기소리의 전통성과 보존가치는 앞으로 더욱 높아질 것이라 확신한다.

 

1027일 과천시민회관에서 열리게 될 경기소리보존회가 마련한 제15 정기발표회야말로 경기소리를 비롯한 우리의 전통 가락과 함께 하는 멋진 시간이 되리라 확신하며 애독자 여러분의 발걸음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