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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종승의 무속신앙 이야기

은산 별신제 (1) - ‘별신’ 어원 및 의미에 대해서

양종승의 무속신앙 이야기 (7)

[우리문화신문=양종승 박사]  은산별신제는 충청남도 은산면 은산리에서 전승되고 있는 향토신에 대한 무속의례이다. 3년에 한 번씩 윤달이 든 해의 음력 정월 또는 2월 중 좋은 날을 택해 마을 북쪽 당산(堂山)의 산제당(山祭堂)에서 거행되는데 최근에는 그 규모가 커지면서 짝수 년의 대제(大祭), 홀수 년의 소제(小祭)로 구분하여 매년 3월 말에 열고 있다. 1966년 국가무형문화재 제9호로 지정되었다.

 

별신은 우리나라 전 지역에 전승되고 있는 신앙 용어이다. 이 용어는 신격을 가리키는 것이기도 하지만 신앙체계 그 자체를 뜻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양자의 의미를 복합적으로 갖고 있기도 하다. 본 글에서는 우선 별신에 대한 어원 및 그 함의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그리고 별신 의례가 언제부터 행해져 왔는지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별신과 관련된 자료나 문헌 기록이 빈약하여 그 내용을 파악하기란 쉽지 않지만 현장에서 얻어진 전승자료 및 타 지역 사례들을 예증삼아 파악하고자 하는 것이다.

 

더불어 은산 별신제에서 주요하게 다루어지고 있는 진대 베기와 세우기그리고 꽃받이에 대해서도 알아보고자 한다. 진대는 은산 인근의 산에 올라 참나무를 미리 선정하여 두었다가 별신제가 시작되는 첫날 오전에 베어서 마을로 가져와 신당 앞에 세운다. 대가 세워지면 본격적으로 마을 사람들이 소망하는 바를 이루기 위한 별신제를 펼치게 되는 것이다.


 

이때의 진대는 지상과 하늘을 연결하는 통로로써 그리고 신과의 교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신대로써 역할하게 된다. 꽂받이는 일상적 속()에서 초월적 성()으로의 전환을 도모하려는 지역 사람들의 신앙심이 담긴 행렬의례로 진행되는데 이는 신령이 이동함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러한 진대 베기와 세우기그리고 꽂받이는 은산 별신제를 지역 신앙의례로 존속시키는데 주요하게 작용하고 있는 핵심적 요소들이다.

 

별신이라는 용어가 신격으로 쓰일 때는 별성, 별상, 불신, 호구별성, 호구별상, 별상장군, 별상애기, 별상아씨, 강남별상, 강남호구별성, 강남호구별상, 청궁호구별성, 청궁호구별상, 손님 등으로 일컬어진다. ‘별신은 홍역을 담당하는 천연두, 곧 두신(痘神) 존재이며 이를 손님이라고도 한다. 이때의 의미는 의 뜻인 손과 존칭접미사의 가 복합명사로 불러지면서 래객(來客)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따라서 손님이라 칭하는 것은 특별히 내객한 손님이란 뜻이다. 손님을 귀하게 생각하고 대접을 잘해야 화를 내지 않는다는 관습과 함께 손님은 오래 머물지 않고 빨리 돌아가므로 천연두도 곧 돌아가기를 비는 인간 심리가 함께 하고 있는 것이다. 이 신을 마마라고 할 때는 왕이나 왕족에 버금가는 존칭으로 불었어야 할 만큼 경외스러운 존재였기 때문이다.


 

이 병에 걸리면 살아남기 힘들었던 전통사회에서 무서운 역질로 인식되었기 때문에 이 존재를 무서워하면서도 두려운 존재로 인식된 것에서 비롯된 것이다. 따라서 전염병을 예방하거나 퇴치하는 방법은 오로지 두신의 노여움을 풀고 은총을 빌자는 뜻에서 이 신을 높이 떠받들어야 했던 것이다. 이 신격을 별상애기 또는 별상아씨라고도 부르기도 하는데, 이는 주로 나이 어린 여아에게 해를 끼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었다.

 

이 신격이 강남호구(江南胡鬼)로 불러지기도 하는데 이때는 호구씨(胡鬼氏), 곧 북방 오랑캐 나라의 귀신(鬼神)이라는 뜻으로 해석되는 것이다. 오랑캐란 예전 두만강 일대의 만주 지방에 살았던 여진족(女眞族)을 멸시하여 부르던 말이었다. 이는 여말선초(麗末鮮初)에 활동하던 북방의 야인 계열 부족인 올량합(우랑카이 혹은 오랑카이)에서 유래된 것이다.

 

여진족은 10세기 이후 만주 동북쪽에 살던 퉁구스계로써 수렵과 목축을 주로 하였던 민족이다. ()나라 때는 읍루(挹婁), 후위(後魏) 때는 물길(勿吉), ()나라와 당()나라 때는 말갈(靺鞨)이라 불렀다. 발해(渤海)가 망한 뒤 거란족의 요()나라에 속했다가 아골타(阿骨打)1115년에 금()나라를 세우고, 17세기에 누르하치가 후금(後金)을 세운 뒤에 청()나라로 발전하여 중국을 통일하였다. 따라서 호구가 이 지역으로부터 한국으로 전염되어온 좋지 못한 해로운 역병(疫病)을 옮기는 두신(痘神)으로 인식되어 졌던 것이다.


 

강남별상에서의 강남(江南)은 중국 양자강의 남쪽을 지칭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중국을 강남이라고 부르게 된 것은 남송(南宋, 1127-1279) 이후부터이다. 따라서 강남별상이라 함은 별신이 중국으로 부터 왔다고 믿는데서 붙여진 것임을 알 수 있다. 청궁호구별성(淸宮戶口別星)에서의 청궁(淸宮)은 중국 청조시대(1616-1911) 왕조를 지칭하는 것이다. 따라서 여기서의 청궁호구(淸宮戶口) 또는 청궁호구(淸宮胡鬼)라는 뜻은 중국에서 건너온 유행성 질병이 집집마다 전염된다는 뜻을 담고 있거나 또는 중국에서 건너온 귀신이라는 뜻이다.

 

별신을 한자어 별신(別神)으로 표기하는가 하면 별상(別相), 별성(別星), 별상(別上) 등으로도 표기되기도 한다. 별상(別相)이나 별성(別星)의 표기는 이두음(吏讀) 표기에 의한 것이다. 한편, 별상(別上)과 관련하여, 1938년 아카마쓰 지조(赤松智城)과 아키바 다카시(秋葉隆)가 일본어로 쓴 조선의 무속(巫俗-)에서 이씨별상(李氏別上)이 조선조 왕세자 장헌세자(莊獻世子)의 영혼이라고 하고 이는 중국 전래의 홍씨별상(洪氏別上)과 대조되어 신봉되고 있다고 한바 있다. 하지만 그 어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赤松智城, 秋葉隆, 朝鮮巫俗()大阪屋號書店 1938 76).

 

위에서 거론한 견해들과는 달리, ‘불신이 와전되어 별신이 되었다는 설이 있다. 1922년 부산 동래지역를 조사한 손진태는 불은 마을이라는 뜻이기 때문에 불신은 곧 마을신 곧 마을의 수호신이라고 했던 것이 그것이다. 현지조사 사례로써 부산 동래군 구포에서는 마을의 화재나 수해 또는 질병을 막기 위해 매년 또는 격년으로 불신또는 불신굿을 했다는 것이 그것이다(손진태, 조선신가유편(朝鮮神歌遺篇), 동경 향토연구사, 1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