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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음악으로 하나 되는 길, 민속악회 정(正)의 창단공연

[국악속풀이 339]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경기도 과천시에 자리 잡고 있는 <한국경기소리보존회>가 마련한 제15회 정기공연과 관련한 이야기를 하였다.

 

국악공연에 대한 종래의 부정적 인식에서 탈피해 보고자 동 보존회는 다양한 변화를 시도해 왔는데, 대체적으로 좌창형태의 긴소리를 동적으로 변화를 주거나, 반주형태의 확대 편성과 창자가 가야금을 연주하며 부르는 병창의 형태, 그리고 소리극 형태의 작업 등이다. 소리극 가운데서는 대동가극단의 맥을 이어가려는 열정이 남다른데, 그 까닭은 1930년대 중반, 경기도 과천 찬우물 마을에 살던 임종원이 창단하였다는 점, 일제치하에서 억압받고 있던 동포들에게 항일정신을 고취시켜 민족의 단합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던 단체였다는 점을 얘기 했다.

 

또 과천 출신의 임상문, 임종선, 임세근, 임명옥, 명월 자매 등 임정란의 집안으로 선대의 예술혼을 오늘에 이어가려 하는 정신이 담겨 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하였다. 이번 공연은 15개 지부 1,000명의 회원들의 힘과 뜻이 담겨 있고, 내년으로 도래한 경기 천년의 해를 맞아 경기소리의 음악적 특색을 들어내는 무대였다는 이야기를 말했다.

 

선유가(船遊歌)를 가야금병창의 형태로 부르고, 박을 곁들여 리듬감 있고 정제된 느낌으로 색다르게 재해석한 산타령도 부르고, 젊은 소리꾼들이 부르는 제주민요, 황해도 지방의 대표적인 난봉가 류의 서도소리, 그리고 임정란 명창이 부르는 정선아리랑 외에 대표적인 경기민요가 포함되고, 여기에 채향순 중앙무용단이 특별출연을 해서 무대를 빛내주었다는 이야기, 동 보존회는 매년 정기공연, 기획공연, 경창대회, 이수 평가회 및 공모사업 진행 등등, 경기소리의 확산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 오고 있다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이번 주에는 젊은 국악인들 몇몇이 의기투합하여 조직한 <민속악회 정()> 이란 그룹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요즘의 국악공연계를 돌아보면 순수한 전통국악은 진부하다는 생각에서일까? 현대감각, 또는 새로움이란 명분아래 전통음악의 형태를 변화시켜 연주하거나, 아니면 퓨전이나 외래풍의 음악을 부분적으로 변주시키고 고쳐 만들어 연주하는, 또는 이를 흉내 내는 모방의 음악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듯해서 음악의 국적이 불분명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일반 애호가뿐만 아니라 국악을 전공하는 젊은이들 가운데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 곧 전통 국악의 뿌리가 점점 허약해져 가고 있는 공연계를 바라보며 음악환경을 바꾸어 보겠다는 데 동의한 젊은 국악인들이 전통음악의 뿌리와 그 맥을 계승해 나가겠다는 결의를 보이면서 악단을 조직하여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만든 단체가 바로 <민속악회 정()>이란 그룹이다. 그들은 이러한 소규모의 연주단체를 조직하고 20171131930, 서울 삼성동 소재, 한국문화의 집(Kous)에서 창단 연주회를 준비하여 그들이 연마해 온 전통음악의 일부를 독주나 독창의 형태로, 또는 합주의 형태로 무대 위에 올린다고 한다.

 

옛 악서인 악기(樂記)를 보면 악자위동(樂者爲同)”이란 말이 나온다. 글자대로 새기면 음악은 같게 하기 위함이라는 뜻이니, 곧 음악은 모든 사람을 하나같이 같게 만든다는 의미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다. 어떤 사람은 나이가 많은가 하면 적은 사람도 있다. 또한 성별도 다르다. 그런가 하면 지위나 지식, 재물의 소유정도도 다른 것이다.


 

이처럼 나이가 많거나 적거나, 남자이거나 여자이거나, 또는 지위가 높거나 낮거나, 지식이 많은 사람이던 적은 사람이던, 그리고 지갑이 두툼한 사람이던 얄팍한 사람이던, 음악은 이 모두를 품어서 하나로 만들어 주는 기능을 한다는 의미가 되겠다.

 

신분이 다른 사회 구성원을 하나로 만든다는 말은, 곧 음악을 통해서 화합(和合)를 이룬다는 말이다. 우리 모두를 상호 조화의 길로, 화합의 길로 안내하는 역할을 음악이 한다는 말이 되는 것이다. 이 원리를 이해한다면 남과 북이 총부리를 겨누고 더더욱 강력한 무기 제작에 열을 올릴 것이 아니라, 손을 잡고 함께 나와 아리랑을 부르는 것이 화합의 길로 더 빨리 달려가는 길임을 알아야 한다.

 

이에 반해 예자위이(禮者爲異)”, ()”라고 하는 것은 사람과 사람을 서로 다르게 구별하고 구분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부모와 자녀, 직장의 상하, 남녀 관계의 대화에서도 각자가 사용해야 하는 어휘나 태도, 품격, 표정, 몸짓이나 행위가 구별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처럼 예의, 예절이 우리 생활 속에 그어놓은 구분의 선은 복잡하고 지키기도 어렵다. 그러므로 예가 강조되는 사회에서는 질서는 유지되나, 화목이 어렵기에 나이가 어리고 지위가 낮은 사람들은 살맛이 나지 않는 세상이 되기 쉽다. 예가 구분해 놓은 인간과 인간의 간격을 좁혀주는 역할을 바로 음악이 한다는 점을 우리가 이해해야 한다.

 

그러므로 음악인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것이다. 우리사회의 구성원들을 하나로 묶어 화목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해야 하는 봉사자들인 셈이다. 이러한 진리를 터득하고 있는 젊은 국악인들 몇몇이 몸소 그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단체를 결성하고 그들의 음악 일부를 무대에 올리는 작업은 크게 격려해 주어야 할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주인공들은 바로, 가야금의 황정의(가야금), 서정금(판소리), 김성현(타악), 허영민(아쟁), 김진우(무용) 등이다. 이들은 하나같이 전통음악이 좋아서 이 길에 들어섰고, 전문학부를 졸업하고 국공립 단체의 일원으로, 혹은 국악교육의 일원으로, 또는 개인적으로 공연 활동을 해 오고 있는 젊은 국악인들이다. 이들이 준비한 곡목들은 김죽파류 가야금산조와 판소리 심청가, 아쟁산조, 살풀이, 그리고 민요연곡 등, 전통음악 위주의 악곡들이다.

 

성공적인 연주를 기대하며 선배로써 당부하고 싶은 말은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말이다. 의기가 투합 되었어도 함께 가는 길이 힘들고 거친 길이 될 수도 있다. 그럴수록 처음의 용기를 잃지 말고 정진, 그리고 또 정진을 당부한다. 소중한 문화자산을 오늘에 창조적으로 계승하며 여기에 새로운 생명력을 부여하는 일은 오늘을 사는 젊은 국악인들의 몫이 아닐 수 없다.

 

부디 이러한 작품 활동을 통해 전통음악이 얼마나 귀중하고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임을 인지할 수 있도록 주위 사람들을 일깨워 주기 바란다.

 

다시 한 번 <민속악회 ''>의 창단공연을 축하하며 악자위동(樂者爲同)”의 정신을 실천하기 위해 먼 길을 함께 떠나는 젊은 국악인들에게 전통음악계에 신선한 기폭제가 될 것으로 믿으며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