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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주의 작가 시마자키 도송과 ‘치쿠만강의 스케치’

[맛있는 일본이야기 421]

[신한국문화신문=이윤옥 기자]  거리는 온통 은세계다. 들에도 산에도 나뭇가지에도 온통 흰 눈 세상인 나가노에 시마자키 도송(島崎藤村, 1872~ 1943)은 지인의 초대로 여행을 한다. 때는 크리마스 무렵이다.

 

나가노 동계올림픽이 열렸던 일본의 지붕 나가노 지방은 눈이 많이 내리는 곳이다. 시카자키 도송은 그곳의 측후소에서 기사로 일하는 지인의 초대로 그곳에 머물면서 눈 덮인 마을과 그 마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스케치하듯 그려나간다. 물론 펜으로 말이다.

 

하루에 두 번이나 눈을 치워도 쌓이는 눈은 어쩔 수가 없다. 마을사람들의 일과는 마을 안팎에 쌓인 눈을 치우는 일이다. 여기저기서 눈을 쓸 때 휘날리는 눈보라가 마치 자욱한 안개 같다. 마을이 온통 흰 안개로 뒤덮이는 저녁 무렵, 작가는 방안에서 밖의 움직임에 귀를 종긋한다.

 

다각다각다각...일본의 나막신인 게다 발자국 소리가 나서 자신의 집에 찾아오는 손님인가 하고 예의 주시해보면 한갓 스쳐지나가는 행인들의 발자국 소리다. 작품에 나오는 짚신, 게다(일본 나막신), 마부, 마차, 호롱불, 측후소, 기차... 같은 낱말들이 정겹다.


 

치쿠만강의 스케치를 읽고 있자면 메이지시대(1868~1912)부터 쇼와시대(1925 ~ 1989) 중반까지 시대상을 독자로서 스케치해보게 된다. 시마자키 도송이 살고 간 시대가 그리 먼 옛날이 아니건만 툭툭 튀어나오는 낯선 낱말들 때문에 무척이나 오래된 과거처럼 여겨진다. 그래봐야 150년 정도 된 세월인데 말이다. 이제 속절없이 시마자키 도송이 살다간 시대의 물건들은 박물관행이다.

 

요즈음 일본에서는 제 아무리 산간지방에 사는 사람이라도 한겨울에 짚으로 엮은 신발은 신지 않는다. 그 누구도 한 겨울에 나막신 또한 신지 않을 뿐 더러 마부가 호각을 불며 마차 끄는 동네도 볼 수 없다. 기차는 신칸센으로 바뀌었고, 어두운 밤길을 밝히던 호롱불은 환한 가로등으로 바뀌었다.

 

흔히 시마자키 도송을 일본의 자연주의 작가 1호로 꼽는다. 하지만 천하에 없는 시마자키 도송이라도 우리처럼 모든 것이 자동화된 세상에 산다면 치쿠만강의 스케치라는 작품은 나오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인간 삶에 필요한 문명의 이기가 넘쳐나는 21세기의 사람들은 19세기의 사람들이 겪었던, 그래서 작품으로 남겼던 내용을 흉내 내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눈 오는 마당 한번 쓸어 본적이 없는 사람들로서는 작품의 이해도 쉽지 않은 세상이 되어 버렸다.

 

시마자키 도송은 1890년대 초에 시를 쓰기 시작해 젊은 시인과 작가들의 낭만주의운동에 참여했다. 그러나 얼마 뒤 장편소설 ()(1908)을 시작으로 파계(破戒)등 당시 유행한 자연주의 문학의 선구자로 입지를 굳혔다. 그는 에밀 졸라보다 오히려 장 자크 루소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