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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산천에 백도라지, 칼라도라지로 변신

석화시 감상과 해설 22. 도라지 ―연변ㆍ8

[우리문화신문=석화 시인] 


 


도라지 연변8

 


도라지 도라지 백도라지

심심산천에 백도라지

연길 네거리에 내려와서

칼라 도라지로 변신 하였대요

싸리나무 꼬챙이에 꿰인 채로

순진한 촌티 내며 서로 껴안고

동시장 서시장에 몰려있을 때가 첫 걸음이었고

수돗물에 알뜰히 가랑이 씻겨

경희궁”, “경복궁서울한식관

쟁반마다 하나 둘씩 담겨 나가는 것 둘째 걸음이래요

내친걸음 한 달음 확 달려가

된장, 고추장에 식초라 간장

맵고 짜고 시고 단 온갖 것들 뒤집어쓰더니

지지고 볶이고 무치고 데워져

세상의 구미에 맛들어져 가는 것이

넷째 다섯째 걸음이라나요

그 다음엔 해가 진 뒷골목

가로등도 희미한 모퉁이에까지 막 가버려

자정 넘은 노래방 빈 방에서는

가사 없는 우리민요 도라지노래가

반주곡 멜로디로만 울리고

우리말을 잘 못하는 한족사람들이

또라지, 또라지”* 이렇게 따라 부르더라고요.

도라진지 또라진지 모르겠지만

심심산천에는 백도라지요

연길 네거리엔 칼라 도라지, 또라진가 봐요.




         * 주: “또라지라는 발음은 중국어로 쓰레기를 버리다라는 뜻인 倒垃圾(daolaji)”라는 말이다.





<해  설>

 

석화의 아닌 보살하고 슬쩍 튕기는 능청스러운 유머는 일품이다. 석화의 시는 능청스러움에서 알 수 있다시피 감정과잉보다는 감정절제가 잘 되어 있다. 어쩌면 지극히 객관적인 담시 속에 감정적인 가치판단은 녹아있다.

 

연변련작시의 여덟번째 작품 도라지를 보자. 이 시는 고전적 민요 도라지의 선율에 도라지의 첫걸음찧고, “둘째 걸음박고, “넷째 다섯째 걸음찧고 박고로 순진한 농촌처녀들, 더 넓게는 농촌사람들의 도시화의 걸음걸이를 나타내고 있다.

 

그의 이런 능청스러운 유머는 패러디를 많이 구사한 시집 세월의 귀에 지천으로 깔려있다. 예컨대 작품92나무꾼과 선녀에서 나무꾼의 선녀를 돌려주세요 / 선녀를 돌려주세요를 통한 도시의 타락한 문명에 대한 비판은 전형적인 보기가 되겠다.

                                  (우상렬, “석화시인의 시세계 50년대 시인세미나 발표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