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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심사위원 15명이 뽑은 벽파대상에 최정애 명창

[국악속풀이 345]

범=[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벽파대상을 놓고 겨룬 제4회 전국국악경창대회가 지닌 의미에 관한 이야기를 하였다. 순수하게 경서도 좌창(坐唱)과 입창(立唱)만을 위한 대회였음에도 많은 출전자들이 모여 성황을 이루었다는 점, 전통성악 분야의 경창대회로는 시조와 판소리 분야가 비교적 활발한 편이고 경, 서도소리 쪽은 다소 침체되어 있다는 점, 벽파 이창배 선생을 기리는 학술모임을 계기로 추모 사업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으며 선생의 동상은 작년에 건립이 되었고, 벽파 경창대회는 올해로 4회째가 되었으며 기념관 건립 등은 남은 숙제라는 점을 이야기 하였다.

 

벽파 대회는 상장의 훈격이 높거나 상금, 해외 연주여행이나 개인 발표회 등의 특전도 없음에도 출전자들이 대거 참여하였는데, 아마도 그 이유는 벽파라고 하는 근대 경서도 민요의 대 사범을 기리는 상징성이 주요하게 작용되었고 아울러 대회의 운영이 비교적 공정하고 깔끔했다는 점을 이야기 하였다. 본 대회의 학생부와 명창부는 각각 9명의 심사위원들이 채점을 하였고, 대상 선정시에는 15명의 심사위원이 참여하여 엄격하고 공정한 심사를 했다는 점을 이야기 하였다.

 

경창대회야 말로 공개적으로 나타나는 채점 결과에 대해서는 출전자나 그의 가족, 객석의 청중, 모두가 설득되어야 하고 또한 그 결정에 승복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심사위원의 자격이나 경력도 신뢰를 얻어야 함은 당연하다고 하겠다. 지방 자치제 이후, 봄이나 가을 축제에는 지방의 작은 도시에서도 국악경연 대회가 열리는데, 때로는 이름도 들어보지 못하고 실력도 검증되지 않은 사람들이 심사를 하기 때문에 대회의 권위나 신뢰를 잃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이번 제4회 벽파대회에는 국가 및 지방의 무형문화재 예능보유자나 전수조교, 전 현직 대학교수 등, 실력이나 경력면에서 입증된 위원들이 참여하여 신뢰도를 높인 점에서도 성공적인 대회라 하겠다.

 

본 경 창대회의 또 다른 성공 요인을 꼽는다면 채점의 방식일 것이다.

 

개인별 경연이 종료되면 심사위원들은 곧바로 채점 결과를 전자송출 방식으로 처리, 즉석에서 공개하는 방법을 도입한 것이다. 종전의 방법은 대부분이 채점표에 수작업으로 기록하고, 이를 수거하여 합산을 하고, 순위를 결정하는 방식이어서 시간이 지체되고 합계나 순위가 바뀌는 등 실수도 없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전자방식은 경연이 끝나는 대로 각 위원들의 점수가 모니터에 입력이 되고, 이 점수는 곧바로 집계실로 송출되기 때문에 그 결과가 곧바로 대형화면에 공개된다. 이 방법은 의심의 여지도 없을 뿐더러 누구나 재확인이 가능하도록 극장 입구에 게시해 놓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대회의 투명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돋보인 채점 방식이라 하겠다.

 

이번 제4회 벽파대회는 출전자들이 많았던 만큼, 그들의 기량 또한 출중한 편이어서 우열을 가린다는 자체가 매우 어려웠다. 명창부는 명창부대로 경쟁이 치열했고, 신인부나 일반부는 많은 참가자들이 모여 들어 민요의 저변이 점차 확대해 나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무대였다.

 

특히, 학생부 중에서도 초등부의 기량은 전반적으로 고른 편이었으며 노랫말의 숙지가 거의 완벽했을 정도여서 중간에 노랫말을 잊는 학생들이 하나도 없을 정도였다. 또한 고등부의 실력은 대학 진학을 앞 둔 학생들답게 매우 훈련이 잘 되어 고른 편이었다. 경기 산타령을 부른 어느 여학생은 끝부분의 실수가 아쉬움을 남겼지만, 성량이 풍부하고 역동성이 돋보여서 장래가 촉망된다는 심사위원들의 공통된 평가도 있었다.

 

이날, 명창부의 벽파대상은 심사위원 15명의 공통된 결정으로 경기산타령을 열창해 준 최정애 출전자에게 돌아갔다. 2, 3박으로 분박되는 장단의 리듬을 안정감 있게 타고 나가며 상하청으로 이어지는 산타령의 가락을 분명한 발음과 함께 씩씩하고 활발하여 불러 주었던 것이다.


   

그는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집안 고모가 부르는 민요가락을 들으며 자랐다고 한다. 그래서 자연스레 경서도 민요를 좋아하게 되었고 그래서 가슴속에 경기소리의 멋을 담고 살았다는 것이다. 학교 공부로 인해 본격적인 소리공부는 다소 늦게 시작했어도, 선천적인 소질과 후천적인 노력으로 이를 슬기롭게 이겨냈다는 것이다.

 

그래서 비취 대회나, 구리대회 등 국내 이름 있는 경창대회에 출전하여 일반부 대상을 차지한 경력의 소유자이기도 한 것이다. 이 대목에서 우리가 귀담아 들어야 할 부분은 바로 어려서부터 집안 고모가 부르는 민요가락과 자연스레 접할 수 있었던 음악환경이라는 점이다.

 

우리의 어린이들에게 민요를 비롯한 국악과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도록 음악환경을 만들어 주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를 오늘의 어른들이, 국악인들이, 교육지도자들이, 그리고 정치인들이 알아야 할 것이다.


이 대회는 채점 방식 외에도 또 다른 성공요인이 있다면 바로 집행부의 일사불란한 진행이 아닐까 한다. 그렇게 많은 출전자들과 가족, 청중들이 모인 대회임에도 주최 측의 친절한 안내나 무대 진행, 장내 정리 등이 매우 돋보였다.


   

시작 전에 심사 규정이나 심사의 주안점을 제시한 점도 친절한 안내였고, 경연 종료 후의 전체적인 심사 총평 역시 형식적인 과정이 아니라, 참가자들로 하여금 자신의 실력이나 수준을 바로 볼 수 있었고, 경서도 소리공부를 해 나가는데 있어 참고가 되었다는 평가였다. 이와 함께 사회자의 적절한 무대진행 솜씨도 대회를 성공으로 이끌 수 있었던 요인이었다고 본다.

 

경기민요를 전공한 박사출신의 사회자를 초빙, 간간히 민요의 발생이라든가, 지역에 따른 특징, 음악적 요소 등을 객석에 소개해 주기도 하고, 경서도 민요를 감상할 때의 주안점을 친절하게 안내해 주었던 점은 사회자로서의 또 다른 일면을 보여주었던 것이다.

 

그런가하면 출전자들을 격려해 주는 분위기와 적절하고도 품위있는 말로 신선한 진행을 보였던 점도 본 대회를 성공으로 이끈 요인의 하나였다는 생각이다. 일부 다른 대회를 보면 사회자가 말이 많고, 비전문인을 무대에 내세워 쓸데없는 말장난으로 분위기를 흐리는 예를 보는데, 금번 벽파대상 경연에서는 지루하지 않으면서도 배울 것이 많았던, 그러면서도 품격있고 재미있는 진행이었다는 중론이다.

 

그러나 본 대회의 발전을 위해 지적해 두어야 할 문제도 없지는 않다.

(다음 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