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예문의 조선왕조실록 원문을 보면 모두 한자 ‘호(虎)’로 표기 되어 있는 것을 현대에 와서 국역하면서 호랑이와 범으로 혼용하였습니다. 그러면 이 “범”과 호랑이는 같은 것일까요? 먼저 국어사전에서 “범”을 찾아보면 “같은 말=호랑이”라면서 ‘관련 규범 해설’에 ‘범’과 ‘호랑이’는 모두 널리 쓰이므로 둘 다 표준어로 삼는다.”라고 나옵니다. 그러나 1459년에 펴낸 월인석보에 보면 ‘호(虎)’와 ‘랑(狼)’은 각각 범과 이리를 말한 것이지 지금처럼 호랑이를 말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19세기 구한말 서양인이 펴낸 진리편독삼자경에 범이 호랑이로 돌변하고 말았다고 구수동 작은 출판사 “자연과 생태” 블로그는 말합니다.
분명히 말하건대 ‘범’은 토박이말이고 ‘호랑이’는 한자 ‘虎(호)’와 이리를 뜻하는 ‘狼(랑)’이 붙어서 만든 ‘호랑’이라는 줄기(어간)에 우리말 뒷가지(접미사) "이"가 붙어서 된 말인데 이것이 범과 같은 말로 잘못 쓰이면서 굳어진 것이지요. 이제 ‘호랑이’를 쓰지 말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말밑(어원)은 확실히 알고 써야 하며 되도록 토박이말 ‘범’을 쓰는 게 바람직할 것입니다. 한자말이 주인 자리를 차지한 채 토박이말이 잊힌 것에는 강(가람), 산(메), 새쪽(동쪽), 천(千, 즈믄) 따위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