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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묵계월 연변 제자, 김순희 교수의 천안삼거리

[국악속풀이 351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연변에 조선족민요 협회가 조직되고, 성립 2주년을 맞아 기념식과 함께 기념공연에 관련된 이야기를 하였다. 공연은 2017128, 연변대학 예술학원 종합 실천극장에서 <어울림의 향연>이라는 이름을 달고 성황리에 막을 열었다는 이야기, 연변 예술계의 원로 음악인이나, 예술단, 대학교원, 등 그 지역의 문화예술인들이 대거 참석하였다는 이야기, 한국 측에서는 <항두계놀이 보존회> 유지숙 명창 외 8명이 초청을 받고 참석하였으며 연변TV 방송에서 녹화를 할 정도로 관심도가 높았다는 이야기를 했다.

 

최성룡 회장은 조선민족의 얼과 영혼이 새겨져 있는 전통민요를 중국 전역, 나아가서는 지구촌 방방곡곡에 널리 알리고 전승시키는 노력을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고, 필자는 남한과 북한, 그리고 연변의 민요가 사설이나 창법, 장단, 시김새 등에서 어떤 차이를 보이는가하는 학술적 연구도 병행해야 한다는 점과 조선족 민요를 중국의 비물질 문화재로서 지정하는 긍정적 검토를 기대한다고 이야기를 했다.

 

또한 연변예술학원의 리훈 학장도 동 협회가 지난 2년간 거둔 성과들이 전반 조선족 음악예술사회에 가져다 준 의미와 그 가치의 파급 효과가 크다는 점을 이야기 하였고, 한국측의 유지숙 명창과 <항두계놀이 보존회> 회원 8명이 축하연주차 참여하였다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이번 주에는 공연에 관한 이야기다.

 

공연은 유지숙의 염불소리인 반메기 비나리로 시작되었다. 이는 협회의 발전과 기념공연의 성공을 기원하는 뜻에서 의도된 것이라 할 것이다.

 

유지숙이 불러주는 비나리는 힘이 전혀 들어가 있지 않은 자연스럽게 울려 나오는 발성이어서 듣기에 편한 소리이다. 목소리도 타고 났지만, 서도소리의 알맞은 음색이어서 듣기에 정겹고, 부드러우나 때로는 폭풍이 몰아치는 듯한 찬 기운도 느껴지는 소리이다. 이런 자연스런 발성에 익숙해 있지 않은 연변의 음악인들은 곧 그가 안내하는 소리의 세계로 빠져버리고 만 것이다.

 

그밖에도 한국 항두계놀이 측에서 준비한 순서는 유지숙, 김유리, 류지선 등이 합창한 영천아리랑’, ‘온성아리랑’, ‘신서도 아리랑등의 아리랑 계열의 노래들과 전소연, 이가은의 서도좌창 초한가가 이어졌다. “만고영웅 호걸들아, 초한(楚漢)승부 들어보소. 절인지용 부질없고 순민심이 으뜸이라로 시작되는 초한가는 아마도 서도의 좌창(坐唱)중에서는 가장 많이 불려지고 있는 대표적인 서도의 긴소리일 것이다.

 

경기지방의 유산가나 제비가와 같이 서도지방에도 앉아서 긴 호흡으로 부르는 소리를 서도잡가, 또는 서도좌창이라고 부른다. 아직 연변지방에는 이처럼 긴 호흡으로 불러나가는 서도의 좌창은 그렇게 널리 불려지지 않고 있다


 

 

초한가 이외에 오현승, 임인숙, 김유리, 류지선이 부른 개성난봉가양산도도 인기를 모은 순서였고, 조점순과 오현승 2인창으로 불러준 정선아리랑도 앵콜을 받을 정도로 관중이 좋아했던 노래였다. 특히 고령의 조점순(85)여사가 오현승과 함께 다양한 발림과 표정으로 호흡으로 멋들어지게 불러준 정선아리랑은 많은 박수를 받았다. 한국측의 특별찬조 출연팀들이 불러준 민요가 그들이 쉽게 접하지 못했던 민요들이면 매료되기도 하고, 또한 잘 아는 노래들이 나오면 객석에서 함께 따라 부를 정도로 대단한 반응을 보였던 것이다.

 

한편, 중국 조선족 동포들의 출연자는 60여명이 넘었다. 이중 반주 음악을 담당했던 연주자들은 장새납의 김용일 교수를 비롯하여 피리의 리군, 가야금의 최미선, 저대의 리은희, 해금의 김은희 등 전통악기의 연주자들과 베이스에 리용호, 키보드의 강현률, 드럼의 동수 등이 처음부터 끝까지 반주음악을 담당해 주었다. 이들의 반주에 맞추어 성악은 대부분이 전통민요와 신민요의 독창이 중심을 이루었고, 간혹 2중창이나 3중창, 특히 10여명의 젊은 대학생 그룹이 노래와 춤을 곁들여가며 불러준 아리랑은 새로운 시도여서 인상에 남는다.

 

전문가의 노래는 각각의 특징을 지니고 있지만, 특히 인상에 남는 종목으로는 임향숙의 고향은 어머니’, 렴수원의 백두산은 절승일세’, 한철호의 달마중 임마중’, 강혜정의 배띄워라’, 김소연의 새 봄등이었다. 이들 노래는 전통의 민요를 소재로 편, 작곡된 신민요의 곡들로 각자의 특징을 살린 힘찬 발성과, 아름다운 목소리로 신선감을 나타내 주어 열띤 호응을 받았다. 이와 함께 최려령의 신 별주부전 중에서 뽑아낸 난감하네라든가, 또는 박소연의 남도민요 새타령등도 한국의 명창들이 부르는 전통의 민요 와 조금도 다를 바 없는 남도식의 창법과 분위기를 그대로 살렸던 노래였다.

 

특별히 잊혀지지 않는 것은 연변지역 동호인들 그룹이 등장하여 춤과 함께 합창으로 부른 창부타령사설난봉가였다. 이들은 <시조합창단>이라는 이름으로 20여명이 고운 한복을 입고 무대에 섰는데, 노래도 신명나게 부르거니와 반주악기까지 곁들였다는 점이 우리를 놀라게 했고, 노래를 부르면서도 스스로 시종 즐거워하는 모습이 보기가 좋았다.

 

연변지역에서 민요를 좋아하고 함께 부르는 그룹이 생겨났다는 자체가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경서도 민요를 함께 부르거나 또는 시조를 합창하는 아마추어 집단은 생각도 할 수 없었다는 전화자 교수의 말이 믿겨지지 않는 것이었다. 그래서 민요의 저변을 확대해 나간다고 하는 것은 곧 전문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의미하는 것이다. 한 사람의 전문 지도자가 민요의 관심있는 애호가들을 꾸준히 지도해서 그들이 민요를 좋아하고 즐기면서 살 수 있도록 하는 활동은 얼마나 필요한 작업인가


 

이 날 최고의 찬사를 받은 순서는 김순희 교수가 부른 경기민요 천안삼거리였다. 그는 일찍이 한국에 나와 대학원 과정을 공부하면서 경기 명창 묵계월에게 오랜 시간 경서도 소리를 익힌바 있는 소리꾼이다. 긴천안 삼거리리에서부터 시작하여 흥겨운 장단을 타고, 강약의 대비를 최대한 살려나가며 발림까지 곁들여 멋진 무대를 선사했다.

 

한국의 대 명창으로부터 익힌 경기조의 맑고 고운 가락도 일품이려니와 순수하면서도 정갈한 감정의 표현이나 편안한 발성, 등이 경기소리의 특징을 최대한 살렸던 이 날의 압권이었다. 그녀의 민요를 듣고 있으면서 연변의 조선족 사회에서 일고 있는 전통민요의 새 바람이 지역을 뛰어넘어 중국은 물론,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에 울림을 주게 되는 날을 그려보기도 했던 기억에 남는 음악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