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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무계원의 세 번째 풍류산방 이야기

[국악속풀이 352]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까지는 연변의 조선족 전통민요협회 성립 2돌 기념공연에 관한 이야기를 하였다. 협회의 발전과 공연의 성공을 기원하는 뜻에서 유지숙의 염불소리인 <반메기 비나리>로 시작되었는데, 자연스럽게 울려 나오는 발성이며 음색이 정겹고, 부드러웠다는 이야기, 한국 항두계놀이 측에서 준비한 순서는 <영천아리랑> <온성아리랑>, <신 서도 아리랑> 등의 아리랑 계열의 노래와 서도좌창 <초한가>, 그리고 <개성난봉가><양산도>, <정선아리랑>과 같은 민요 등으로 객석에서 함께 따라 부를 정도로 대단한 반응을 보였다는 이야기를 했다.

 

중국 조선족 동포들의 출연자는 60여명이 넘었으며 장새납의 김용일 교수를 비롯한 기악 반주팀의 연주로 전통민요, 신민요의 독창이 중심을 이루었다는 이야기, 전문 성악인의 노래는 대부분 힘찬 발성과, 아름다운 목소리로 열띤 호응을 받았고, 신 별주부전의 <난감하네>라든가, 남도민요 <새타령> 등은 남도의 창법과 분위기를 잘 살렸다는 이야기가 뎥들여졌다.

 

이와함께 연변지역 동호인들 그룹이 부른 <창부타령><사설난봉가> 는 직접 반주악기까지 다루는 솜씨를 발휘하여 우리를 놀라게 했으며 김순희 교수의 <천안삼거리>는 명창 묵계월에게 익힌 솜씨로 흥겨운 장단이나 강약의 대비, 발림 등이 경기소리의 특징을 잘 살려냈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이번주에는 2017년 무계원에서 열린 세 번째 풍류산방에 관한 이야기로 이어간다.

 

종로구 부암동에 자리잡고 있는 무계원은 인왕산 자락에 자리잡고 있는 옛 전통가옥이다. 이곳에서는 종로 문화재단이 주최하고 종로구청이 후원하는 -해설이 있는 국악공연-이 해마다 4주간 매주 토요일 늦은 오후에 열리곤 했다.

 

원래 이곳은 조선 세종임금의 셋째아들인 안평대군의 집터로 자연 경관이 아름답기로 유명했던 곳이라 전해 온다. 자연경관이 아름다워 안평은 이곳에 무계정사(武溪精舍)라는 집을 짓고 시와 노래, 춤을 즐기고 활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안평은 수양에 의해 역모로 몰려 죽게 된다.

 

이 곳에 한옥으로 무계원을 짓게 된 것은 그리 오래지 않았고 건물 자재는 대부분이 종로구 오진암의 기와집 자재를 가져다가 꾸몄다고 한다.


풍류산방은 해마다 4회에 걸쳐 진행되었는데, 이번 세 번째 열리는 산방의 음악회는 첫날 1(1125)에는 여류가객 황숙경과 경기명창 이기옥이 불러주는 정가와 송서, 경기좌창을 감상하는 시간이었다.

 

첫날 여창가곡 중 <우락>을 감상하는 시간에 별안간 흐리던 날씨가 돌변하여 장대비가 내리고, 바람과 함께 하늘에서는 천둥 번개가 요란했다. 그런데 마침 듣고자 했던 여창 가곡 <우락>의 노래 말이 당시의 그 상황과 너무도 비슷해서 모두들 신기하게 생각했던 것이다. 우락은 일종의 연정(戀情)을 담고 있는 노래이다. 악조건 속에서도 나를 만나러 온다고 하면 연분이라고 노래하고 있다.


 

우락의 시조시를 음미해 보면 다음과 같다.

 

초장- 바람은 지동 치듯 불고, 궂은비는 붇듯이 온다.

중장- 눈 정()에 거른 임을 오늘밤 서로 만나자 하고 판첩쳐서 맹서 받았더니

이 풍우(風雨) 중에 제 어이 오리,

종장- 진실로 오기 곧, 올 양이면 연분인가 하노라.


악천후에도 전통음악의 감상을 위해 이곳까지 찾아온 감상자 여러분들의 국악사랑이 참으로 대단하다는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았던 것이다.

 

위와 같은 시조시를 가곡으로 부를 때에는 5장으로 나뉜다(분장).

 

곧 초장의 안 구()1, 바깥구는 2, 중장 전체가 가곡의 3, 그리고 4장은 종장의 첫 3음절 <진실로>를 길게 부르고, 나머지는 가곡의 5장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분장법은 전 가곡이 동일하게 분장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원래 가곡이나 시조는 사랑방에서 여러 선비들이 둘러앉아 돌아가며 점잖게 부르는 노래였다. 감정을 절제하는 음악으로 형식이 간결하고 유연한 선율과 장단의 질서가 느껴지는 성악이다. 특히 방안이나 대청마루에서 원음 그대로 듣고 있노라면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노래이다. 황숙경은 가곡 이외에도 평시조와 지름시조, 가사도 불러주어 정가의 각기 다른 노래들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첫날 두 번째 순서는 이기옥이 불러준 송서 <삼설기>였다. 송서란 책 읽기이다. 그러나 가락을 넣어 청아하고 음악적으로 읽어 나가는 형태를 말한다.


 

삼설기의 중심내용은 3인의 선비가 죽어 염라대왕 앞에 갔는데, 아직은 죽을 때가 되지 않아 살려 보내면서 소원을 물으니 1선비는 높은 벼슬을 원하고, 2선비는 부자를 원하기에 소원대로 해 주었으나, 3선비는 아무리 영웅호걸, 천하의 명장, 절세미색도 죽으면 허사이니 경관 좋은 곳에 집을 짓고, 책을 쌓아놓고 거문고를 벗을 삼아 고기낚고 약초심어 백곡이 풍등하고 자손이 번성하고 병 없이 오래오래 살았으면 좋겠다.”고 소원을 빌자, 염라대왕이 나도 못하는 것을 원한다고 야단을 치는 내용이다.

 

그러나 내용을 알고 들으면 그런대로 이해가 되어 들을 수 있지만, 문장이 어렵고 외우기가 쉽지 않아 이를 소화할 수 있는 명창이 매우 적다

   

2(122) 감상회의 주된 내용은 판소리와 남도민요였다. 첫날의 감상곡들이 비교적 방안에서 조용히 들어오던 선비들의 노래였다면, 둘째 날의 판소리는 일반 대중들이 즐기던 장르가 되겠다. 이날 초대된 소리꾼은 국가무형문화재 보유자후보이며, 김세종제 춘향가 보존회의 대표인 김수연 명창과 전주대사습 장원으로 대통령상을 수상한 바 있는 강경아 명창이었다.

 

특히 김수연 명창은 춘향가 중, 초앞 대목을 불러주었다.

 

이 도령과 방자가 광한루에 나갔다가 그네 뛰는 춘향을 보게 되고, 춘향으로부터 안수해(雁隨海), 접수화(蝶隨花), 해수혈(蟹髓穴)이라는 전갈을 받게 된다. 안수해는 기러기가 바다를 쫒고, 나비는 꽃을 찾으며 게가 구멍을 찾는다는 말이니 남자가 여자를 찾아와야지 어찌 여자가 남자를 찾아가는가 라는 의미이다. 이를 모르고 방자는 욕을 한다고 도령에게 이르는 것이다. 이후, 저녁시간을 기다리며 이 책, 저책을 뒤적이다가 결국은 천자를 들이라 해서 읽는다. 이 대목이 그 유명한 천자뒤풀이 대목이다.

 

김수연의 소리가 끝나자마자, 청중들은 이구동성으로 흥타령”, “흥타령을 연호하는 것이었다. 김수연의 흥타령은 참으로 일품이다. 가슴속을 울리는 구구절절한 한()의 소리가 이어졌고, 청중들은 넋을 놓고 그의 소리속으로 안내되었던 것이다.

 

이어서 강경아와 그의 제자들이 나와 육자배기, 남원산성, 진도아리랑 등 남도지방의 흥겨운 민요들을 신명나게 불러주었고 자리를 함께 한 객석의 참가자들도 함께 불렀다. 계속되는 앵콜 요청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신명의 판은 이어지고 있었다.

 

이 날, 청중의 한 사람으로 참석한 김영종 종로구청장은 구민들이 이처럼 좋아하시는데, 이러한 기회를 더 많이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다음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