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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옥의 휘몰아치듯 몰아가는 휘몰이잡가

[국악속풀이 353]

[신한국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2017년 무계원 풍류산방 중, 황숙경과 이기옥이 불러주는 정가와 송서, 경기좌창에 관한 이야기를 하였다. 우락은 일종의 연정(戀情)을 담고 있는 여창가곡의 대표적인 노래라는 점, 시조와 가곡은 그 분장법이 서로 다르고, 선비들이 부르던 감정 절제의 음악이란 점, 형식이 간결하고 유연한 선율과 장단의 질서가 느껴지는 성악이란 점을 말했다.

 

또 송서 <삼설기>는 책 읽기로 가락을 넣어 청아하고 음악적으로 읽어 나가는 장르이며 그 내용은 3인의 선비가 죽어 염라대왕 앞에 가서 소원을 말하는데, 1선비는 높은 벼슬, 2선비는 부자를 원하였으나, 3선비는 명당에 집 짓고, 책 읽고 거문고를 벗 삼아 고기 낚고 약초를 심으며 백곡이 풍등하고, 자손이 번성하여 병 없이 오래오래 살았으면 좋겠다는 소원을 빌자, 염라대왕이 나도 못하는 것을 원한다고 야단을 치는 내용이란 점을 이야기 하였다.

 

2(122) 감상회에는 김수연과 강경아의 춘향가 중, 초앞 대목을 감상했는데, 춘향으로부터 안수해(雁隨海), 접수화(蝶隨花), 해수혈(蟹髓穴) 곧 기러기가 바다를 쫒고, 나비는 꽃을 찾으며 게가 구멍을 찾는다는 말은 어찌 여자가 남자를 만나러 가겠는가? 라는 뜻이고, 천자문을 읽는 천자뒤풀이 대목이 유명하다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풍류산방, 3(129)의 감상회는 서울시 휘몰이잡가 예능보유자인 박상옥 명창을 초정하여 휘몰이잡가 중에서 <비단타령><상여소리><지경다지기> 소리 등을 들었다.


 

특히, <상여소리><지경다지기> 소리는 박상옥 명창과 휘모리잡가의 이수자들인 정혜교, 장일봉 씨가 받는 소리를 담당해 주어 더더욱 실감나는 감상회가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감상자 여러분의 요구로 특별히 박상옥 명창의 특기로 알려진 <변강쇠타령>도 들을 수 있었다.


휘몰이잡가의 하나인 <비단타령>은 노래의 내용이 통비단, 촉대단, 남색단, 만화단, 석양단, 모초단 등의 단()을 포함하여 조황라, 외황라, 모시황라, 명주황라, 당황라, 인조황라, 등의 라(), 좌명주, 우명주, 통명주, 진명주, 등의 주(), 여의갑사, 조갑사, 당갑사, 세양사, 등의 사(), 당목, 광목, 옥당목, 일목, 진목, 서양목, 본목, 세목 등의 목(), 한포, 칠승포, 육승포, 오승포, 등의 포(), 세반저, 세경저, 반도저, 동양저 해동저 등의 저(), 등등 그 종류와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우리나라의 비단과 중국의 비단을 나열하고 있다.

 

이처럼 오래된 비단의 이름이어서 가사도 어렵고, 또한 곡조나 장단구조가 특이해서 현재 전문가 몇 사람이 부를 뿐, 거의 전승이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휘몰이잡가>란 말에서 휘몰이는 어떤 의미이고 잡가란 또한 어떤 노래인가? 하는 점을 이해해 보기로 한다.

 

먼저 잡가(雜歌)란 이름은 선비들의 점잖은 노래인 정가(正歌)에 대하여 격이 떨어지는 노래라는 의미로 붙여진 이름이 되겠다. 또 다른 의미로는 1910년대 잡가집이 쏟아져 나올 때에 한 노래책 속에 여러 종류의 노래들이 잡거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잡가라 불렀던 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 여러 종류의 노래들이란 바로 시조와 가사, 각 지방의 좌창과 입창, 민요 등등이 모두 포함되는 것이다.

 

휘몰이란 이름은 휘몰아간다는 빠르기를 나타내는 말이 되겠다. 우리 음악에서 느린 형태의 음악을, 흔히 긴 것, 또는 진 것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느리다는 말은 빠른 소리의 반대개념이고, 긴소리는 짧은 소리의 대칭 개념임에도 이를 동일시 해 온 점을 보면 느린 것은 대부분이 긴 것이고, 빠른 것은 짧은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점을 함축하고 있다 하겠다.

 

산조의 음악에서 제일 느린 악장을 <진양>이라고 한다. 이러한 긴 형태의 소리를 차츰 몰아서 중간 정도로 몰아가는 형태는 <중몰이>라고 한다. 여기에서 조금 더 빨리 몰아가는 형태의 악장이 <중중몰이>가 되고, 더 잦게 몰아가는 형태가 <잦은몰이>, 그 다음 더 빨리 휘몰아치듯 몰아가는 형태를 <휘몰이>라고 부르고 있다.

 

이처럼 휘몰이라는 표현이 매우 빠르다는 점을 참고한다면, 긴잡가에서 휘몰아치듯 빨리 몰아가는 형태의 잡가가 곧 <휘몰이잡가>또는 <휘모리잡가>임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표현 그대로 몹시 빠르게 몰아가는 잡가이다.


 

이러한 휘모리잡가는 느린 긴 잡가와는 대조적으로 빠른 장단, , 볶는 타령 장단위어 얹어 부르는데, 그 사설 또한 해학적이고 과장된 재담에 가까운 사설들을 엮어서 불렀기 때문에 재미가 있는 노래인 것이다. 그래서 예전에 소리꾼들이 모이면 먼저 가사나 시조, 긴잡가 등을 먼저 부르고, 산타령으로 흥을 돋운 다음에 마지막으로 자리를 뜨기 전에 한바탕 휘몰이 잡가를 불렀다고 한다. 또한 일제강점기 때는 이러한 재미있고 웃음이 절로 나오는 휘몰이 잡가와 같은 노래를 통해서 슬픔을 잊기도 했다는 것이다.

 

현재 전승되고 있는 노래로는 <바위타령>, <곰보타령>, <맹꽁이타령>, <육칠월 흐린날>, <생매잡아>, <한잔부어라>, <비단타령> <만학천봉> <병정타령> <기생타령> 등이 있다.

 

당일 박상옥 명창의 소리로 들어본 비단타령은 휘몰이잡가가 지니고 있는 장단의 빠르기와 각종 비단 이름을 줄줄이 엮어가는 과정이 마치 요사이 유행하고 있는 랩의 음악과 흡사하다는 느낌을 주었다. 장단도 빠르고 간결해서 누구나 손장단으로 호흡을 함께 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박상옥 명창이 상여소리를 준비하는 시간에 전 국립민속국악원 단원으로 활동했던 이민영의 <백인영류 가야금 산조>25현 가야금으로 <아리랑>이 소개되었다. 역시 가야금 원래의 음색이나 그 빛깔로 이어지는 가락 등, 가야금의 음악세계를 바로 코앞에서 그대로 감상하게 된 감상자들은 가야금의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었던 기회라고 입을 모은다. 다양한 청의 변화와 서울토리가 가미된 백인영류 산조는 공력과 기교를 담보해야 만이 소화할 수 있는 잘 짜인 산조음악이란 느낌을 준다.

 

사람의 마음을 격정과 긴장으로 몰고 갔다가 다시 이완의 세계로 안내하는 그의 연주에 청중들도 호흡을 함께 하면서 가야금 음악세계에 빠져 들었다. 이민영의 줄을 다루는 솜씨도 대단했지만, 이러한 음악을 만들어 놓고 떠난 백인영의 음악세계도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25현 가야금으로 <아리랑>을 연주한 뒤에 앵콜곡으로 북한 작곡자의 창작가야금 곡인 <눈이 나린다>를 연주해 주었다. (다음 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