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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죽은 자를 위한 노래 ‘상여소리’

[국악 속풀이 354]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2017년 무계원 풍류산방 감상회(12, 9)에 초대되어 <비단타령>을 불러준 서울시 휘몰이잡가 예능보유자 박상옥 명창과 휘모리잡가에 관한 이야기를 하였다

 

<비단타령>은 서울 경기지방에서 흔히 불러온 휘모리 잡가의 하나이다. 그런데 그 종류가 다양하여 통비단, 촉대단의 단()을 포함하여 조황라, 외황라의 라(), 좌명주, 우명주의 주(), 여의갑사, 조갑사 등의 사(), 당목, 광목 등의 목(), 한포, 칠승포 등의 포(), 세반저, 세경저 등의 저(), 등등 다양하다. 이 노래는 가사도 어렵고, 곡조나 장단구조가 특이해서 부르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휘몰이잡가>란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휘몰아간다는 빠르기일 것이고, 잡가(雜歌)란 선비들의 점잖은 노래인 정가(正歌)에 대하여 격이 떨어지는 노래라는 점, 그러므로 <휘모리잡가>는 몹시 빠르게 몰아가는 잡가이며 사설은 해학이 넘치고 과장된 것이 대부분이란 점, 그래서 요사이 유행하는 음악 장르 가운데 랩과 흡사하다는 느낌을 주는 점 등을 말하였다.

 

박상옥 명창은 당일 휘모리잡가와 함께 <상여소리><지경다지기> 소리도 들려주었다. 그래서 이번 주에는 상여소리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상여소리와 지경다지기소리 등의 작업요들은 대부분 앞소리와 뒷소리로 구분된다. 앞소리는 메기는 소리이고 뒷소리는 받는 소리이다. 받는 소리는 여러 명이 청을 맞추어 동일한 가락을 합창으로 부르는 후렴구로 생각하면 된다. 독창으로 메기는 소리는 목청이 좋아야 하지만, 목구성도 좋아야 한다. 메기는 가락이 구구절절이 구슬퍼야 듣는 이를 눈물 짓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메기는 가락은 평으로 내는 방법도 쓰고, 고음으로 지르는 방법도 쓰고, 때로는 저음으로 낮게 내는 방법도 쓰는 등 다양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문서가 좋아야 한다.’는 말이 재미있다. 곧 선소리꾼이 혼자서 메기는 가사의 내용이 장지까지 갈 수 있도록 충분해야 한다는 말이다. 혼자 부르는 메기는 소리야말로 지휘자나 다름없다. 제대로 메겨 주어야만 받는 소리꾼들이 먼 길을 힘들지 않게 지치지 않고 갈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사의 분량이 충분해야 하고 암기가 확실해야 한다. 긴 거리를 상여와 함께 이동하면서 소리를 주고받을 때, 반복되는 가사를 피하고 다양한 가사를 외우고 있어야 함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뿐만 아니라 즉석에서 가사를 만들어 부를 수도 있어야 한다. 문서가 짧고 불충분하면 전체를 이끌어 갈 수 없기 때문이다.

자타가 인정하는 상여소리(선소리)의 대가로는 박상옥 명창이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어려서부터 동네나 이웃동네에 초상이 났다고 하면 장지까지 쫒아 다니며 상여소리 듣고 부르는 것에 빠진 사람이었다고 한다.

 

당일 무계원 풍류산방 감상회에서도 박 명창은 메기는 소리를 특유의 목청으로 구슬프게 불러주었다. 받는 소리는 고맙게도 휘모리잡가의 이수자들인 정혜교, 장일봉 씨가 동행하여 더욱 실감나는 상여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상여소리에서 상여(喪輿)란 무엇이고 그 소리는 어떤 형태인가?

상여란 상례 때 운구에 쓰이는 기구이다. 관을 싣는 상여와 혼백을 모시는 영여(靈輿)로 구분하지만 일반적으로는 관을 싣는 것을 말한다. 관이 들어 있는 상여를 여러 명이 양쪽에서 메고 길을 갈 수 있도록 만든 기구가 바로 상여이다. 중국에서는 대여(大輿), 온량, 온량거, 영거, 등으로 불렀다. 온량이란 원래 평안하게 누워 쉴 수 있는 수레였으나 뒤에 관을 싣는 수레로 바뀌었다고 한다.

 

장례문화가 변화함에 따라 근래에는 자동차로 이동하고 있어서 주변에서는 상여를 볼 수 없게 되었고, 따라서 상여를 메고 나가면서 부르는 상여 소리를 듣기도 어렵게 되었다. 그래서 전통의식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각 지방에서는 사라져가는 지역의 고유한 상여소리를 보존하기 위해 이를 무형문화재로 지정해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기도 하다. 각 지방에 따라 상여소리의 가락이나 표현법도 차이는 있다.


 

어찌되었든 상여소리는 죽은 자들을 위해 산 자들이 불러주는 노래이다. 이 노래는 언제 들어도 우리네 눈시울을 적시는 슬픈 가사와 가락이 일품이다.

 

대개 처음 출상해서 천천히 나갈 때는 굿거리장단으로 시작하는데, 이를 줄여서 너거리 넘차소리라고 한다. 이 소리는 예를 들어 선소리꾼이 혼자 독창으로아침나절 성 튼 몸이, 저녁나절 병이 들어와 같은 가사를 메기고 나면 상여를 메고 가는 모든 상여꾼들이 합창으로 ~, ~, 너거리 넘차, ~허 너~라고 하는 후렴구를 받게 된다. 그래서 그 가락의 이름도 너거리 넘차라 부르고 있다.

 

선소리꾼이 상여 위에 올라가서 요령을 흔들며 구슬프게 메기는 소리(문서)의 예를 들어보면 하나같이 명문이 아닐 수 없다. 몇 구절만 소개해 본다.

 

아침나절 성 튼 몸이, 저녁나절 병이 들어” <받는 소리 너거리넘차>

실낱같이 약한 몸에, 태산 같은 병이 들어” <상동>

부르나니 어머니요, 찾는 것은 냉수로다.” <상동>

인삼 녹용도 쓸데없고, 화타 편작도 소용없네.”<상동>

처자 불러 같이 앉혀, 만단설화 다 못하여” <상동>

눈물 짖고 이별하고, 황천길로 떠날 적에” <상동>

빈손 들어 배위에 얹고, 황천길로 들어갈 때”<상동>

저승길이 멀다 더니, 대문 밖이 저승이라”<상동>

이 대문을 썩 나섰다, 다시 돌려 들어와서”<상동>

방문 안을 바라보니, 머리맡에 약그릇과”<상동>

지성구원 하던 모양 ,여기저기 던져있고”<상동>

처자권속 돌아앉아, 눈물 짖고 있는 모양”<상동>

산천초목도 설워하고, 일촌간장이 다 녹는다.”<이하생략>

 

이밖에도 많은 사설을 불러 나가는데, 많은 사설을 암기해야 기나 긴 장지까지 갈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느리게 가다가 조금 빨리 갈 때에는 <반맥이 굿거리>라고 해서 조금 빠르게 부르는 <~~~>소리를 하는 것이다. (다음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