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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정월 대보름에 듣는 퉁소 시나위

[신한국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무계원 풍류산방에서 판소리를 열창해 준 신정혜 양의 심청가 중 범피중류(泛彼中流)에 관한 이야기를 하였다

 

신정혜는 지난해 전주에서 개최된 전국판소리 경창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한 차세대 명창으로 10살 무렵, 소리를 배우기 시작하여 대학원 전문사 과정을 마쳤으며 국내 유명 명창들로부터 판소리 5대가를 다 배웠다는 이야기, 전문가 집단의 예술단원으로 활동하면서 다양한 공연에 참여하고 있다는 이야기, 지난해 돈화문 국악당에서 심청가 완창 판소리를 해서 화제의 인물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무계원 풍류산방에 그를 초대하여 심청가 중 범피중류대목을 감상하였는데, 사설을 풀이한 후, 그의 힘과 공력이 담겨있는 창으로 듣고 난 감상자들은 판소리에 친근감을 느끼게 되었다는 이야기, 이와 함께 앞으로 전문가들은 단순하게 소리만을 전할 것이 아니라, 최소한 사설의 이해를 통해 감상을 극대화시켜야 한다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이번 주에는 <퉁소 신아우 보존회>의 창단 공연 남산위에 둥근 달이야기를 한다.

 

지난해 2017년 여름, 이북5도 무형문화재 위원회는 함경남도 문화재 2호로 퉁소 신아우를 지정하고, 동선본(퉁소 연주자, 북청사자놀음 전수조교)을 보유자로 인정한 바 있다. 그가 주축이 되어 조직한 보존회와 남산국악당이 공동으로 이북 지방의 신아우 공연을 기획하여 국악계에 커다란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러면 우선 <퉁소>란 무엇이고, <신아우>는 또한 무슨 말일까?

 

<퉁소>는 국악기 중 세로로 부는 관악기의 이름이고, <신아우><시나위>의 함경도의 지방 사투리로 생각된다. 지역에 따라서는 <신아위>, <시나이>, <시내>로도 부르며 고도의 기교를 요하는 즉흥음악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시나위 음악을 저 멀리 신라의 사뇌, 곧 동토(東土)라고 해석해서 외래음악에 대한 향토음악이라는 주장도 참고가 되겠지만, 분명한 것은 <신아우>는 시나위의 음변이고, 원래 무속의식에서 신을 위해 인간이 바치는 지극한 즉흥음악이란 의미는 분명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현재는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른 연주자들의 합주음악이거나 독주음악으로 이해되고 있다. 오늘날 널리 연주되고 있는 산조 음악이 또한 시나위에서 유래되었다는 점을 인정한다면 시나위는 고도의 기교를 요하는 즉흥음악이 되겠다.


한편, 퉁소는 소()에서 유래한 악기로 보인다. 원래 <>라는 관악기는 길이가 다른 여러 개의 죽관(竹管)을 꽂아서 세로로 부는 악기이다. 윗부분에 U자 모양의 취구(吹口, 부는 구멍)가 있어 그 부분을 아랫입술 가운데에 대고 소리를 내고, 밑둥은 막혀 있는 악기이다. 밑부분이 막혀 있는데 어찌 소리가 나겠는가? 의문이 들지만, 우리가 훈()이라든가, 아니면 유리병을 생각하면 이해가 될 것이다.


이에 견주면 통소는 아래 위가 통했다는 의미로 붙여진 이름이다. 원래 한자어로는 통소(洞簫)라 쓰고 읽는다. 단소(短簫)보다 훨씬 굵고 긴 악기가 바로 통소이다. 우리말에서 <00하고>의 양성모음을 <00하구>의 음성모음으로 변화시켜 말하는 용례는 허다하다. 장고(杖鼓)도 장구로 통하고 있는 것처럼 통소 또한 퉁수라는 이름으로 굳어졌으며, 일부 지방에서는 퉁애라고도 부르고 있는데, 모두 같은 악기를 두고 부르는 다른 이름들이다.

 

옛 문헌에는 이 악기가 고려 때 중국으로부터 유입되어 중국음악인 당악(唐樂)계통 음악에 편성되어 연주되었고, 조선 중기 이후에는 향악(鄕樂), 곧 향토음악에도 쓰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는 당악이나 향악연주에는 편성되지 않고 민간음악인 시나위라든가 산조, 또는 북청사자놀음과 같은 탈놀음을 연희할 때 반주음악에 쓰이고 있는 관악기이다.

 

15세기 말엽의 악학궤범(樂學軌範)에도 청공(淸孔)은 있었으나 현재의 정악용 퉁소는 연주법의 단절과 함께 청공도 없어지고, 시나위용 퉁소에만 청공이 남아 있다. 청공이란 취구와 지공사이에 구멍을 내고 갈대의 속청을 붙여 소리의 떨림을 맑고 구슬프게 만드는 역할을 하는 구멍을 말하는데, 현재는 대금과 퉁소에 청공이 있어 그 소리가 특이하다.



퉁소는 1인의 독주(獨奏)음악도 일품이지만, 여러 잽이가 함께 연주하는 사자놀음의 반주음악은 그 소리가 크고 힘차면서도 애처로워 마치 북쪽의 고향을 그리워하는 느낌마저 주고 있다. 보름달 아래에서 듣는 퉁소의 가락, 생각만 해도 설렘으로 기대를 모은다.

 

모든 악기들이 다 그러하지만, 특히 퉁소나 단소를 비롯한 관악기들은 소리 내는 과정부터가 만만치 않아서 발음의 형태로 대략 실력을 판가름 할 수 있다. 소리를 들어보면 어느 정도 공력을 알 수가 있고, 그 위에 음악성이 가미되지 않으면 듣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어려운 것이다. 그래서 우리 옛말에 <10년 퉁수>라는 말이 전해 온다. 소리를 내고, 가락을 옮겨서 남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려면 짧은 세월로는 불가능하고 그 만큼 오랫동안 많이 불어야 한다는 말이겠다. 그런가 하면 우리 음악에서 부는 관악기는 대부분 퉁소라고 할 정도로 널리 알려진 악기가 바로 퉁소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정작 퉁소 연주자가 희귀하고 그래서인가 음악회를 만나기 어려운 현실인데, 이번 정월 대보름을 맞이하여 남산 국악당에서 열리는 퉁소 시나위는 함경도 지방에서 전래해 오고 있는 새로운 경험이어서 얼마나 다행한 기회인지 모른다.

 

조선의 민속놀이중 박은용이 전하는 마당놀이를 참고해 보면, 재미있는 사실들이 발견된다. 함경남도 광천 일대(광천은 단천군의 한 면()으로 북으로 뻗어 오른 협곡에 자리 잡고 있는 마을)에서는 아주 오래전부터 주민들 속에서 마당놀이가 성행하였다고 하는데, 특히 마당놀이는 광천이 으뜸가는 곳이었다고 전하고 있다. 퉁소의 고장, 함경도 일대에서는 가무악(歌舞樂)을 중심으로 하는 마당놀이가 성행하고 있었는데, 이번 공연에 <퉁소신아우 보존회> 회원들이 그 마당놀이를 재현해 준다고 하니 기대가 큰 것이다.(다음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