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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교수의 환경이야기

“우리나라는 물부족 국가”, 정말일까?

[이상훈 교수의 환경이야기 17]

[신한국문화신문=이상훈 교수]  우리나라는 UN이 지정한 물부족 국가다.”라는 말은 많이 들어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 표현은 물과 관련하여 대표적으로 왜곡된 사실이다. 우리나라를 물부족 국가로 분류한 국제인구활동연구소(PAI)UN 산하 연구소가 아니고 미국에 있는 사설 연구소로서 인구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는 정책연구소다. 이 연구소의 펄큰마크(Falkenmark) 박사는 1990년에 인구 밀도와 비슷한 개념으로 물 밀도를 계산해서 세계 각국의 물 상황을 평가했다. 물 밀도는 어느 나라의 국민 한 사람이 1년 동안 최대로 사용할 수 있는 물의 양을 계산한 값이다.   


우리나라의 물 밀도를 간단히 계산해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연평균 강수량은 1283mm이다. 강수량 가운데 약 45%는 대기로 증발산되고 나머지 약 55%만이 지하수나 지표수를 거쳐서 하천으로 흘러나온다. 이 비율을 전문용어로 유출율이라고 말한다. 하천으로 흘러나오는 물의 총량이 가용 수자원 총량이 된다. 간단한 계산으로 가용 수자원의 양을 계산할 수 있다.

 

년평균강우량 1283mm=1.283m

국토 면적 = 10km2

유출률 = 0.55

1.283mx0.55x100,000x1,000mx1,000m=705m3()

 

이 계산에서 우리가 1년 동안 하천으로 흘러나오는 물을 한 방울도 낭비하지 않고 모두 가두어 이용할 수 있는 최대 수자원량은 총 705억 톤이 된다. 이 값을 5,000만 인구로 나누면 1,410/인이 되는데, 이 수치의 의미는 우리나라 국민 한 사람이 1년에 쓸 수 있는 최대 한도의 수자원량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국제인구활동연구소에서는 전 세계 149개 국가를 대상으로 1인당 연간 가용 수자원량을 계산하여 보았다. 이 계산을 위해 필요한 기초 데이터는 년평균 강수량 국토면적 인구 수, 이 세 가지다. 이 연구소에서는 계산 결과 1인당 연간 가용수자원량이 1,000톤 미만이면 물기근 국가, 1,000~1,700톤이면 물부족 국가, 1,700톤 이상이면 물풍요 국가로 구분하였다.

 

물부족 국가에 속하는 나라는 모두 8개국인데 한국, 리비아, 모로코, 이집트, 오만, 키프로스, 남아프리카, 폴란드가 포함된다. 벨기에 등 120개 국가는 물풍요 국가, 사우디아라비아 등 21개 국가는 물기근 국가로 분류되었다. 국제인구활동연구소는 물 밀도가 물부족 국가의 범위에 들었기 때문에 우리나라를 물부족 국가라고 분류한 것이다.

 

이처럼 전세계의 국가들을 물 밀도에 따라서 세 그룹으로 분류한 것은 각 나라의 인구와 국토면적, 그리고 강수량의 3가지 자료만을 가지고 단순하게 계산한 결과이다. 우리나라의 물 밀도가 낮다는 것은 국토가 좁고 인구가 많다는 것이지 우리가 사용하는 물이 부족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러한 분류의 단점은 물을 이용할 수 있는 댐과 수도 시설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상수도를 이용하려면 댐을 막고 정수장을 만들고 수도관을 설치하여 물을 공급해야 하는데, 이 분류에서는 물 공급시설에 관해서는 전혀 고려를 하지 않고 있다.


 

그러면 북한은 물부족 국가일까 아니면 물풍요 국가일까? 북한 사람이 물을 풍부하게 사용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아마도 북한은 댐도 부족하고 상수도 시설도 부족해서 남한 사람처럼 물을 풍부하게 쓰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분류에 따르면 북한은 물풍요 국가다. 북한에는 남한과 비슷한 양의 비가 내리는데 인구는 남한의 반절에 불과하기 때문에 위의 계산과 분류에 의하면 북한은 물풍요국가가 되고 만다.

 

이처럼 물부족 국가의 기준에 대한 비판이 환경단체로부터 제기되자 정부에서는 2006년에 발표한 수자원장기종합계획(2006-2020)에서 우리나라는 유엔이 지정한 물부족국가라는 표현이 잘못임을 인정했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국민들은 우리나라는 UN이 정한 물부족국가라고 생각하고 또 그렇게 믿고 있으니 답답하기만 하다.

 

지난 이명박 정부에서 4대강 사업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우리나라는 물부족국가이기 때문에 4대강에 보를 막아서 물을 저장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그 결과 4대강에 16개의 보를 막아서 72,000만 톤의 수자원을 추가로 저장하고 있다.

 

그러면 이제 우리나라는 물부족국가에서 벗어났는가? 국제인구활동연구소의 기준을 적용한다면 우리나라는 여전히 물부족 국가이고, 앞으로도 물부족 국가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 같다. 한 가지 가능성은, 우리나라 인구가 줄어서 4,000만 명이 되면 1인당 년간 가용수자원이 1,700톤을 넘어서서 그때에 비로소 우리나라는 물풍요 국가로 분류될 것이다.

 

705억톤/4000=1,763/

 

현재 우리나라에서 한 해에 사용하는 용수를 모두 합하면 337억 톤인데, 이 양은 우리나라의 가용수자원 705억톤의 48%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는 가용수자원의 48%만을 사용하고 있으므로 용수사용량을 늘릴 수 있는 여력이 충분하다. 만일 물 사용량을 늘리려면 댐 몇 개만 더 건설하면 수자원 측면에서는 얼마든지 물을 풍부하게 공급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물 부족국가라는 주장의 영향은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이 있다. 첫째로 긍정적인 측면. 물을 공급하려면 댐과 수도시설을 건설하는 데에 예산이 들고 물을 각 가정에 공급하기 위하여 높은 곳에 위치한 물탱크에 물을 모터로 끌어올려야 하므로 에너지가 소비된다. 이러한 물 공급 비용과 에너지를 절약한다는 것은 국가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다. 환경부에서 물 절약 운동을 추진하면서 내세우는 우리나라는 물부족 국가다.”라는 표현은 정확하지는 않지만 긍정적인 효과를 가진다고 볼 수 있다.

 

두 번째로 부정적인 측면. 국토부에서는 댐을 건설하기 위하여 필요한 논리로서 우리나라는 물부족 국가다는 주장을 해 왔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국민들에게 4대강 사업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주기 위하여 이러한 주장을 악용했다. 댐을 건설하면 수몰지와 수몰민이 생기고 주변 생태계와 미세 기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매우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그렇지만 일부 환경단체에서 주장하듯이 우리나라에서 댐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는 주장은 동의하기 어렵다. 어느 유역에서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농업용수 공급 댐이나 홍수방지 댐, 또는 산사태를 막기 위한 사방댐, 그리고 깨끗한 상수도를 공급하기 위한 댐 등은 건설해야 할 것이다. 다만 댐 건설을 결정하기 전에 경제적 타당성조사와 환경영향평가를 엄격히 시행하고 지역 주민의 동의를 얻는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댐의 건설이나 물의 공급과 관련된 논의 과정에서 우리나라는 물부족 국가이기 때문에...” 라는 표현은 더 이상 등장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