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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마살이 낀 시인 ‘마츠오 바쇼’

[맛있는 일본 이야기 437]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바지의 해진 부분을 기우고, 갓끈을 갈아 끼우고, 손발의 세 곳에 뜸을 뜨는 등 길 떠날 채비를 하는데 벌써 마츠시마(松島)에 뜨는 달이 눈에 어른거린다. 살고 있던 암자를 남에게 물려주고 스기야마 산푸(杉山杉風, 1647~1732, 바쇼의 후계자)의 집으로 거처를 옮겼다.”

 

이는 일본의 하이카이 작가 마츠오 바쇼 (松尾芭蕉, 1644~1694)가 길 떠날 준비를 마친 모습이다. 하이카이(俳諧)란 에도시대(1604~1868)에 유행한 5.7.5조의 일본전통 시이다. 근세에는 하이카이로 불렸으나 메이지 시대에 하이쿠(俳句)라는 이름으로 자리 잡았다. 하이쿠는 상류층이 즐기는 와카(和歌)와는 달리 골계(滑稽, 익살을 부리는 가운데 어떤 교훈을 주는 일)를 표현한 시로 서민층에서 크게 유행했다. 하지만 마츠오 바쇼는 언어의 유희로 기울었던 하이쿠를 풍류와 풍자가 담긴 예술의 경지로 승화시킨 인물이다.


 

언제부터인가 조각난 구름이 바람에 떠밀려 가듯 자연의 흐름을 따라 길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항상 맴돌아 멀리 땅 끝에 있는 해변을 방황하며 걷다가, 작년 가을에 스미다(隅田) 강 언저리의 초라한 집으로 돌아와 한동안 엉덩이를 붙이고 있었다. 그러나 해가 바뀌어 다시 봄이 돌아오고 초봄의 아지랑이 낀 하늘을 바라보고 있자니 이번에는 시라카와(白川)의 관문을 넘어 무츠지방(, 아오모리와 이와테)으로 길을 떠나고 싶은 마음에 휩싸였다. 역마살이 끼었는지 내 마음은 미칠 것만 같았고, 도조신(道祖神, 여행길의 수호신)이 끊임없이 유혹하는 것만 같아 안절부절못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마츠오 바쇼는 다시 길을 떠난다. 그의 작품 가운데 <오쿠노 호소미치(細道)>는 끝없는 나그네처럼 한곳에 머무르지 않고 대자연의 여행길에서 느낀 감정들을 하이카이로 남긴 것이다.



 

초가집도 사는 사람이 바뀌니 아기 새의 집이로다.

()

나라가 무너져도 산천은 그대로이고, 다만 봄이 되어 성내는 초목만 무성하네

(國破山河在, 城春草木深)

 

마츠오 바쇼의 오쿠노 호소미치1689327일에 제자 가와이 소라를 데리고 에도(지금의 도쿄)를 떠나 닛코(日光), 마츠시마(松島), 히라이즈미(平泉), 류샤쿠사(立石寺), 기사가타(象潟) 등을 돌아 해변을 따라 에치고 길을 거쳐 호쿠리쿠(北陸) 길을 통해 오가키(大垣)에 이르기까지 6,000리 길을 150일 동안 여행한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