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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옛 악사들, 눈을 감고 쳐도 각퇴는 수(隧)를 때리다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363]

[신한국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부터는 궁중음악의 상징인 편종과 편경에 관한 이야기와 함께 김현곤 명인이 이같은 유율타악기(有律打樂器)를 순전히 개인의 힘으로 제작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편종이나 편경은 쇠나, 돌, 어느 한 재료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음정이 정확해야 하고, 음색이 뛰어나야 하는 악기라는 점에서 제작의 난이도가 높고, 작업공정이 까다로운 악기라는 이야기, 그래서 과거 조선조에서도 개인이 만들었다는 기록은 없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어서 유율타악기란 바로 선율타악기이고, 타악기는 누구든 치면 소리는 울리게 되어 있으나 가락을 옮기는 숙련된 음(音)을 얻기 위해서는 부단한 연습과정이 따른다는 이야기, 편종은 크기가 일정한 종 16개를 2단 틀 위에 엮었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고, 편경이란 ㄱ 자 모양의 돌을 16개 엮었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이야기, 국악기를 만드는 재료에는 8음(八音)이 있는데, 금(金), 석(石), 사(絲), 죽(竹), 포(匏), 토(土), 혁(革), 목(木)이란 이야기, 이 악기들은 고려 예종 11년(1116년), 중국 송(宋)나라에서 들어왔다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당시 송나라에 고려의 신하들이 하례 차 갔는데, 송 임금은 그들이 돌아올 때, 편종이나 편경을 비롯하여 다양한 악기며 곡보를 보내주었던 것이다. 이때 들여온 편종과 편경은 12율(음) 형태와 16율(음) 형태의 두 종류였으나 후에 12율 형태는 없어지고 16율 형태가 남게 된 것이다. 이 악기들은 상하 2단 틀에다 16개의 종이나 경을 음높이의 순서대로 매달아 놓고 소리를 내는 것이다.  



중국의 편종은 16개의 종 크기가 각각 다르다. 그러므로 높고 낮은 음을 구별하기 쉽다. 상식적인 말이지만 종(鐘)은 클수록 낮은 음이 나고, 반면에 작을수록 높은 음이 나게 마련이다. 이와 같은 원리로 중국의 편종은 그 크기에 따라 음높이가 결정되는 것이다. 이에 반하여, 한국의 편종은 16개의 종이 모두 그 크기가 같다. 크기가 같다면 음정이 동일하지 않겠는가 하는 의문이 들 수 있다. 그러나 종의 빈 공간을 에워싸고 있는 둘레의 두께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음정의 구별이 생기는 것이다. 


이처럼 종의 크기는 같고, 두께가 다르기 때문에 음의 높이가 달라지는 방법은 옛 제도를 택한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모두 동일한 크기의 종임에도 다른 음정을 발음하고 있는 것은 종의 두께가 다르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종의 두께가 굵은 것은 두께가 얇은 종에 비해 높은 음이 나기 때문이라는 원리를 이해해야 한다. 같은 크기의 종임에도 낮은 음을 내는 종 보다는 높은 음을 내는 종이 훨씬 무겁다. 종의 둘레가 두껍기 때문이다.  


편종, 또는 편경에서 제일 낮은 음을 내는 종이 ‘황종(黃鐘)’이다. 황종은 줄여서 첫 글자만을 쓰고 읽기 때문에 ‘황(黃)’이라 쓰고 읽는다. 이 종은 연주자의 오른쪽 아랫단에 걸려 있다. 그로부터 왼쪽으로 반음씩 높은 종이 걸리게 되어 8개의 종이 아랫단에 걸려있는데, 8개의 종 이름을 소개해 보면 황(黃)-대(大)-태(太)-협(夾), 고(姑)-중(仲)-유(蕤)-임(林)이다. 그 다음의 음은 바로 왼편의 윗단으로 올라가게 됨으로 임(林) 위의 자리가 된다. 


다시 말해 윗단의 시작은 이(夷)-남(南)-무(無)-응(應), 황(潢)-대(汏)-태(汰)-협(浹)이다. 이렇게 해서 12개의 음이 순서대로 걸려있다. 이와 같은 순서는 편종뿐 아니라 편경도 동일하고 방향도 동일하다. 모두 16개의 음이란 12개의 음과 4개의 높은 음, 즉 청성이란 의미다.



편종을 연주하는 방법은 예전과 지금이 각각 다르다. 예전에는 오른 손과 왼손에 각각 각퇴를 쥐고, 아랫단에 걸려있는 8개의 종은 오른손 각퇴로 치고, 윗단의 8개 종은 왼손의 각퇴로 쳤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는 아랫단, 윗단의 구분 없이 각퇴 하나로 치고 있다.


앞에서도 말한 바와 같이, 편종을 연주할 때에는 편종의 일정 부분을 각퇴로 정확하게 때려야 한다. 그 부분이 바로 아랫부분 중앙에 돌출된 부분이다. 전문가들은 이 자리를 수(隧)라고 부른다.  

 

내가 국악학교에 입학했을 당시였다. 기악시간에 선생님이 들어오셔서 편종이나 편경치는 법을 지도해 주시고 실습을 하는 시간이었다. 선생님의 구음에 따라 종묘제례악을 편종으로 치는데, 마음속으로는 이 수 부분을 정확하게 치겠다고 벼르고 각퇴로 때리지만, 각퇴는 생각 밖으로 수 부분을 빗나가 종의 몸통좌우를 때리고 말았다. 그렇게 되면 소리자체도 온전한 소리가 나지 않을뿐더러 안정감도 떨어진다.


“예전의 편종 악사들은 눈을 감고 졸면서 쳐도, 16개 종의 수 부분을 정확하게 쳤다.”고 하신 선생님의 말씀이 잊히지 않는 것이다. 


편종과 편경은 얼핏 보면 비슷하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같은 점보다는 다른 점이 많이 발견된다. 편종은 양 기둥을 세우기 위해 나무로 제작한 목사자를 받침대로 쓰고 있다. 소리가 웅장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편경은 목사자가 아니라, 백아(白鵝), 곧 흰거위를 받침대로 쓰고 있다. 악기소리가 청아함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다음 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