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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장월중선 명창을 잇는 가야금 병창 임종복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372]

[신한국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살풀이춤>으로 객석의 뜨거운 호응을 받았던 노혜경의 이야기를 하였다. 살풀이 춤이란 살풀이장단에 맞추어 수건을 들고 춘다고 해서 수건춤, 또는 즉흥무라는 이름이 있다는 점, 기(技)의 극치로 예(藝)에 이르는 춤으로 정중동의 신비스러움과 자유스러움, 환상적인 춤사위는 예술적 차원을 뛰어넘는다는 점, 원래는 살(煞)을 푼다는 의미로 시작되었고 이를 가다듬어 교방에서도 추었으나 현재는 무대화된 전통춤으로 자리를 잡았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도살풀이, 살풀이, 동살풀이와 같은 말들은 시나위권에서 불리는 살풀이를 두고 달리 부르는 이름이란 점, 100년 전 화보에 살푸리춤이라는 명칭 소개가 있으나 본격적으로는 1930년대 후반, 한성준(韓成俊)이 <조선음악무용연구회> 이름으로 공연을 한 이후라는 점, <한국예인열전> 무대에서 노혜경은 이매방류 살풀이춤으로 객석의 열띤 호응을 받았는데, 그는 무대에 오르기 전에는“마음이 고와야 춤이 고운 법”이라는 스승의 전언을 떠 올린다는 점, 그는 무용학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취득한 흔치 않은 학구파 춤꾼이란 점 등을 이야기 하였다.

 

이번 주에는 경북 포항에서 오랫동안 국악, 그 가운데서도 특히 가야금병창 분야의 연주활동을 주도하고 있는, 그러면서 후진양성에 매진하고 있는 임종복 명창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임종복은 가야금 병창분야에서는 비교적 그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는 소리꾼이다. 물론 소리도 잘 하고 가야금도 잘 타지만, 무엇보다도 그 유명한 장월중선(張月中仙, 본명-순애) 명창에게 가야금과 병창을 배웠다는 점이 강점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스승의 유음을 더욱 올바르게 가다듬기 위해서 경주지방에서 활동하고 있는 경상북도무형문화재 판소리 보유자인 정순임 명창에게 판소리를 비롯한 소리전반을 다듬고 있다. 경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정순임을 수시로 찾아가 소리를 깎고 다듬는 이유는 포항에서 가깝다는 이유가 아니다. 정순임의 어머니가 바로 장월중선 스승이기 때문이다.

 

 

누구보다도 정순임 명창은 어머니 장월중선의 소리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유일한 소리꾼이다. 장월중선은 어린 시절 그의 큰아버지인 명창 장판개에게 소리를 배웠다. 그래서 장판개-장월중선-정순임으로 이어지는 판소리는 현재 문체부가 지정한 명가(名家)의 소리가 되어 있다.

 

장월중선은 1960년대 초부터 경주에 정착한 다음, 지역민들에게 판소리를 가르쳐 오다가 점차 지역을 넓혀나가기 시작하였다. 판소리뿐이 아니다. 가야금산조와 병창도 지도했고, 아쟁산조와 민속춤 등, 다양한 장르를 전승시켜 왔다.

 

이러한 배경이 인정되어 경상북도에서는 장월중선의 판소리와 가야금병창을 도지정 무형문화재로 지정을 해 놓고 있는데, 현재 판소리는 정순임이 예능보유자로 인정되어 전승활동을 하고 있고, 가야금 병창은 장월중선이 세상을 뜬 이후 아직 예능보유자를 인정하지 못한 채, 임종복을 포함한 2인의 전수교육조교에 의해 종목 전승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 지역에서 판소리는 매우 활성화되어 있다. 또한 판소리를 기본으로 하는 창극공연이 심심찮게 무대에 오르고 있을 정도이다. 또한 장월중선 명창을 기리기 위한 전국 국악경연대회도 매년 봄 경주 보문단지 일대에서 성대하게 열리고 있다. 이 경연대회는 판소리분야, 민요분야, 타악분야, 가야금병창분야 등으로 구분되는데 각 분야는 다시 초, 중, 고등부, 신인부, 일반부 등으로 연령이나 수준에 따라 참가가 가능하도록 하여 전국적인 등용문이 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가을에는 장월중선을 기리는 학술행사도 열리고 있다. 그러므로 판소리나 가야금병창과 같은 무형문화재의 종목지정, 창극의 무대화, 전국경연대회, 학술대회, 등 장월중선이 남기고 간 영향력은 국악 각 영역에 걸쳐 큰 열매를 맺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임종복의 스승, 장월중선은 큰아버지 장판개로부터 소리를 익혔지만, 또 다른 계보로는 김채만-박동실로 이어지는 ‘심청가’와 ‘춘향가’와 같은 고제(古制)의 소리도 배워 그 소리도 정순임에 의해 이어지고 있고, ‘유관순 열사가’와 같은 창작 판소리도 잘 불렀던 대 명창이었다.

 

이러한 큰 선생 밑에서 임종복이 소리공부를 했고, 가야금을 배웠다고 해서 실력을 인정받는 것은 아니다. 선생에게 배운 것을 일념으로 다듬고 깎는 작업을 쉬지 않고 해 온다는 점이 더더욱 인정을 받는 요인이 될 것이다. 그는 체계적인 공부를 위해 뒤늦게 대학원에 진학하였고, 이제 졸업을 눈앞에 두고 있을 정도로 평소 공부하기를 좋아하는 성격도 한 몫 한다는 점도 강점이 되고 있다.

 

그가 전공하고 있는 <가야금병창>이란 어떤 장르인가?

 

글자 그대로 연주자가 가야금을 뜯어가며 단가나 민요, 또는 판소리의 눈 대목 등을 부르는 연창의 형태이다. 쉽게 생각한다면 기타를 치면서 노래하는 형태를 연상하면 된다. 악기를 타면서 노래를 부른다고 하면 관악기로는 병창이 불가능하고, 가야금이나 거문고, 또는 해금, 양금과 같은 악기들이 가능하다.

 

다만, 거문고병창은 신쾌동이 잘 했다고 하나 지금은 단절이 된 상태이고, 해금과 양금은 병창을 하지 않았기에 가야금이 거의 유일하다고 하겠다. 장고나 북과 같은 타악기를 두드리며 노래를 부를 때는 병창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다. 장르를 불문하고 성악은 반주악기가 없다면 웬만한 가창자는 실력을 발휘하기 힘들다.(다음 주 계속)

 

 ▲ 장월중선류 가야금병창 심청가 눈대목을 완창하는 임종복 명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