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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나이 들수록 시조창과 가깝게 지내시오

374. 서한범 교수의 우리 음악 이야기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임종복의 <가야금병창>에 관한 이야기를 하였다. 병창이란 창자(唱者)가 직접 가야금을 연주하면서 단가나 민요, 또는 판소리의 눈 대목 등을 부르는 연창의 형태라는 점, 성악은 선율악기의 반주로 음정이나 장단을 맞추기 용이하므로 가야금 반주는 음정, 선율, 연결, 강약, 흐름, 장단의 도움이 크다는 점, 장월중선류 가야금병창은 그 소리제가 점점 위축되어 왔으나 문화재 제도의 마련으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으며 임종복을 위시한 전승자들이 활발하게 이어가고 있다는 점을 얘기했다.

 

장월중선은 김채만-박동실로 이어지는 고제(古制)의 소리와 <유관순 열사가>와 같은 창작 판소리도 불렀던 명창이란 점, 큰 선생의 유음을 간직하고 있으면서도 항상 연구하는 자세로 소리 공부에 진력하는 임종복의 모습이 진지하며 모범적이라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이번 주에는 충남 부여에 자리 잡고 있는 <내포제시조보존회>가 주최한 2018년도 시조강습회 관련 이야기로 이어간다.

 

 

충청남도에는 시조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내포제시조보존회가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시조회관에 모여 열심히 시조창을 부르면서 또 한편으로는 지역봉사에 관한 일들을 논의하며 지내고 있다. 70~80대가 주축인 회원들은 해마다 6월에 시조에 관한 이론과 실기 강습회를 30년째 열어 오고 있는데, 강습회를 계기로 해서 지난 1년 동안 연마해 온 시조창을 회원 전원이 직접 발표하는 무대도 계획하고 있어서 시조계에 화제가 되고 있다.

 

부여가 내포제 시조의 중심 도시로 자리를 굳힌 지는 꽤나 오래된다. 해마다 6월에 시조강습회, 10월에는 전국 시조경창대회를 열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활동을 통해서 전문가들과 애호가들을 확보해 나가고 있으며 정례 발표회를 준비하여 전국의 시조인들을 부여로 초대한다. 그래서 6월의 부여는 전국 각지에서 참여하는 시조인들로 인해 회관은 문전성시를 이루어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인 것이다.

 

지난 6월 20-23일에도 내포제시조의 예능보유자를 비롯하여, 원로 사범, 인근 도시의 시조인들, 그리고 보존회원들이 열심히 준비해서 시조창의 멋을 일반 시민 및 애호가들과 함께 하였다.

 

 

원래 시조창이란 유행가처럼 널리 바람을 타고 불리던 노래였다.

 

“시조(時調)”라는 말 자체가 때를 나타내는 '시(時)'와 가락을 뜻하는 '조(調)'로 불리고 있는 것처럼 시창(詩唱)의 개념이 아니라 시조창(時調唱)임을 분명하게 이해해야 한다.

 

시조창은 촉급하지 않은 속도와 장중한 창법이 특징인 노래로 조선조 영조 무렵부터 전해오고 있는 3장 형식의 노래이다. 그 이전에는 5장 형식의 가곡(歌曲)이 중심이었다. 그러나 가곡은 너무 전문성을 띠고 있는 노래여서 일반인들이 생활 속에서 즐기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기에 이를 쉽게 고쳐 만든 노래가 바로 시조창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그러므로 가곡과 시조창은 공통적으로 정제된 형식이라든가 선율의 유장미, 또는 표현의 절제미, 그리고 발성의 장중미 등등, 그 음악적 분위기가 비슷하다. 그래서 나라에 공을 세운 명공석사나 지식인 사이에서 많이 불리었고, 선비계층에서 즐겨 불렀던 노래라 하겠다.

 

처음에는 간단하고 쉬운 평시조의 형태로 시작되었으나 점차 확대되어 지름시조나 사설시조 등 여러 형태의 시조창으로 다양해졌고, 또한 전국으로 널리 확산되다가 보니 자연히 지역의 언어나 지역의 음악적 특징이 묻어나는 시조창으로 자리를 잡기 시작한 것이다. 시조창의 형태는 서울, 경기지방에서 불러온 ‘경제시조’외에도 여러 ‘향제시조’가 있는데, 예를 들면 충청지역의 ‘내포제시조’, 경상도 일대의 ‘영제시조’, 그리고 전라도 지역의 ‘완제시조’ 등 다양한 형태로 확산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곳, 부여에서 함께 부르고 감상하게 될 시조창은 충청인들에 의해 면면히 이어져오는 내포제 시조창이며 강좌의 내용은 평시조를 비롯하여 반각시조, 사설시조, 여창지름, 남창지름, 중허리시조 등이었다.

 

내포제시조와 관련된 오래된 이야기 하나 소개한다. 1980년대 말이다.

 

당시 대전시 연정국악원 정기공연에서 임윤수 원장의 요청으로 나는 곡목해설을 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그날 밤, 출연하게 된 소동규(내포제시조 초대 예능보유자) 명인을 처음 만나 그가 부를 내포제시조창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으며 직접 그의 시조창을 듣게 되었던 것이다.

 

 

그의 창제는 창법이나 말붙임, 부분적인 가락, 시김새, 표현법 등이 내가 알고 있던 경제시조와는 부분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그 후 나는 소동규 명인이 전해 준 녹음 테잎을 악보화 한 후, “경제시조와 내포제시조의 비교 연구”란 논문을 발표한 적이 있었다. 이 논문이 내포제 시조를 충남지방의 무형문화재로 지정하는데 있어, 숨은 자료가 되었을 것으로 믿고 있다.

 

당일 강습회 개회식에는 6,13 선거에서 당선된 지역의 군수, 도의원, 군의원, 지역의 유지, 등이 함께 자리를 하고 있었다. 축사를 의뢰받은 나는 이러한 이야기를 그들에게 했다.

 

"노인을 위한답시고 식사를 매끼 잘 차려드리고 아무 일도 못하게 하며 집안에만 머물게 하지 마시오. 나이 들어 외롭고 고독하게 지내도록 방치하는 것이 바로 불효입니다. 걷기운동을 비롯하여 등산, 각종 구기(球技)운동 등 몸을 움직일 수 있도록 도와 드려야 합니다. 그러면서 독서나 글짓기와 같은 생각하는 힘이나 그림그리기, 악기 연주하기 등, 정신적 운동이나 예술활동이 더욱 중요하고 필요합니다.

 

그러므로 군청이나 면사무소에서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해 드리고 적극 장려하기 바랍니다. 그 중에서도 시조창 부르기 운동은 돈이 들지 않는 노인을 위한 최적의 프로그램이 될 것입니다. 호흡이 좋아지고, 시조시를 암기한다든가, 음정이나 박자, 등 악보읽기를 통해 여럿이 합창으로 시조창을 부르면 치매와 노화를 막고 건강을 찾는 길입니다.

 

노인이 외롭고 고독하게 지내지 않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다양한 프로그램 중 시조창 부르기 운동을 효도의 고장, 부여에서 모범적으로 실행해 주기 바랍니다. 그래서 지역의 젊은이들과 청소년들이 자연스럽게 이어받도록 말입니다. 이러한 운동이 바로 문화의 전승이며 효의 실천임을 강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