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9.21 (금)

  • 구름조금동두천 21.7℃
  • 흐림강릉 18.4℃
  • 흐림서울 21.8℃
  • 대전 20.0℃
  • 대구 19.6℃
  • 울산 20.4℃
  • 광주 21.0℃
  • 부산 21.4℃
  • 흐림고창 22.6℃
  • 흐림제주 23.6℃
  • 구름조금강화 21.0℃
  • 흐림보은 19.9℃
  • 흐림금산 19.5℃
  • 흐림강진군 22.8℃
  • 흐림경주시 19.3℃
  • 흐림거제 20.9℃
기상청 제공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즐겨 부르는 서도 좌창, 초한가(楚漢歌)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381]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서도소리의 보존과 이의 전승이 시급하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예술적 가치가 있는 소리이고, 전승체계나 관리를 소홀히 한다면 자칫 단절위기를 맞게 될 위험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점, 서도소리 보존회가 경연대회를 열어 서도소리의 전승능력을 키우고 보존의지를 강화하려는 의지도 그러한 이유가 작용한 탓이라는 이야기를 하였다.

 

그리고 <서도소리>라는 말에서 <서도>와 <소리>의 의미에 대해서도 짚어 보았는데, <서도>는 황해도와 평안도 지역, 즉 관서지역을 뜻하는 말이고, 소리란 성(聲)으로 물체의 울림이란 점, 성을 깎고, 다듬어 음악의 재료로 만든 것이 음(音), 그리고 음으로 가락을 엮어 악(樂)을 만들었는데, 악기(樂記)에서는 소리만 알면 금수(禽獸), 음까지 식별하면 중서(衆庶), 그리고 군자(君子)만이 능히 악을 아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이야기도 하였다.

 

이번 주에는 서도소리와 다른 지역, 특히 경기소리와는 무엇이 어떻게 다른가 하는 점을 요성(搖聲), 곧 떠는 소리를 중심으로 알아보도록 한다. 또한 경기소리와 서도소리를 함께 아우르는 용어가 <경서도소리>, 혹은 <경서도민요>라고 부르고 있는데, 경기와 남도, 남도와 동부, 동부와 서도, 등 다른 두 지역을 함께 이르는 용어가 없는 점을 보면 이 말이 생겨난 배경도 예사롭지 않다. 그리고 서도좌창 중에서, 선호도가 높아 명창이나 애호가들이 즐겨 부르고 있는 좌창, 초한가(楚漢歌)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경기지방과 서도지방의 소리는 얼핏 듣기에 노랫말이나 가락이 비슷한 듯 하면서도 다르고, 다른 듯 하면서도 또한 비슷한 것이 많아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은 듯한 느낌을 받고 있다. 그러나 원래는 생성과정이 다르고 가사가 다르기에 그 가사 위에 얹히는 음계나, 창법, 그리고 잔가락이나 시김새 등, 서로 다른 특징을 지니고 있는 소리제인 것은 분명하다 하겠다.

 

 

예를 들어, 양자의 음계가 5음으로 구성된다고 해도 떠는 음의 위치라든가, 떠는 형태가 서로 다르다는 점이다. 떠는 음의 위치를 찾아볼 때, 대체로 경기소리는 4도 아래의 음으로 떨어져 잘게 떠는데 비해, 서도소리는 5도 위의 음을 떨어주는 등 그 위치도 다르다. 특히 다른 것은 떠는 형태이다. 경기소리가 부드럽게 좁은 폭으로 떨어나가는데 비해, 서도소리는 목을 조이고 위로 치켜 떠는 듯한 격렬한 요성법을 구사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경서도소리라는 통합영역이 형성된 것을 보면 인접지역이라는 이유 외에도 특수한 이유가 있다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과거 해방공간이나 또는 전쟁을 전후해서 서도지방의 전문소리꾼들이나 애호가들이 남쪽으로 내려오게 되었다. 이들은 특히 인천을 중심으로 근해에 정착하게 되었고, 고향 떠난 외로움이나 슬픔을 서도소리를 부르며 달랬던 것이다. 인근 지역의 주민들은 자주 듣게 되는 서도소리에 익숙해 져서 좋아하는 사람들이 늘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영향으로 인천 근해의 뱃노래나 주대소리, 상여소리, 기타 여인들의 조개잡이 노래 등을 들어보면 서도지방의 음악적 분위기가 흠뻑 배어있는 것이다.

 

서도의 명창들이 인천을 비롯한 경기지역에 거주하면서 자연스럽게 경기소리를 다듬기 시작하였고, 또한 경기소리를 주로 불러오던 소리꾼들도 서도소리의 영역을 넓히면서 경서도 소리라는 통합영역이 형성된 것이다. 말하자면 서로 다른 형태의 소리들이 한 공간에 존재하면서 경기는 서도의 영향을 받고, 서도는 경기의 영향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이처럼 서로 가까이 지내면서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것은 비단, 대인(對人) 관계에서만 생기는 현상이 아니다. 노래도 그렇고, 언어도 그렇고, 생각이나 행동거지 등 일상의 모든 대상이 다 그러한 것이리라.

 

조선전기, 궁중음악에도 이러한 현상은 있었다. 우리나라의 순수한 음악인 향악(鄕樂)과 중국의 당악(唐樂)이 궁중에 함께 존재하며 조회의 음악에도, 회례의 음악에도 기타 다양한 용처의 음악에 쓰였던 것이다. 초기에는 악기의 구조가 서로 달라 향악은 향악기로 연주하고, 당악은 당악기로 연주해 왔으나,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향악곡 연주에도 당악기가, 또는 당악곡 연주에도 당악기와 함께 향악기도 연주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 유명한 <향당교주(鄕唐交奏)>, 다시 말해 향당합주의 형태가 생겨나게 된 것이다. 이처럼 문화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형성되어 가는 것이다. 그처럼 경기와 서도의 음악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현재까지도 경서도 음악으로 존재해 오고 있다 할 것이다.

 

 

지난번 서도소리보존회가 주최한 서도소리 경연대회에서 가장 많은 출전자들이 부른 노래는 단연 서도의 좌창 초한가(楚漢歌>였다.

 

이 노래는 과거 서도지방에서는 누구나 쉽게 불렀던 노래였다. 중국의 소설 초한지의 한 부분으로 한패공 유비와 초패왕 항우가 싸운 이야기인데, 패하게 된 항우의 군졸들이 부모처자를 그리는 서글픔을 애절하게 부르는 노래이다. 부르는 시간이 비교적 짧고, 유연한 가락이 시종일관 서도창법으로 진행되기 때문일까? 서도소리꾼들이 즐겨 부르는 노래가 되고 있다.

 

참고로 노래의 시작부분의 노랫말을 읽어보면 다음과 같다.

 

  “만고영웅 호걸들아 초한승부 들어보소.

   절인지용 부질없고 순민심이 으뜸이라.

   한패공의 백만대병 구리산하 십면매복

   대진을 둘러치고 초패왕을 잡으랼제

   천하병마 도원수는 표모걸식 한신이라.

   장대에 높이앉아 천병만마 호령헐제

   오강은 일천리요 팽성은 오백리라.

   거리거리 복병이요 두루두루 매복이라.”<중략>

 

초한가의 음절은 4자씩 비교적 규칙적으로 짜여 있으나 장단의 구성은 2박, 3박, 4박 등 불규칙적이어서 노래를 모른다면 장단을 칠 수가 없는 노래이기도 하다. 지난번 서도소리 경연 명창부 소리에서도 장단을 타며 역동성을 들어내는 소리꾼이 적었다는 점이나 서도 특유의 창법이나 시김새를 살리는 표현기법이 들어나 보이질 않았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초한가야말로 듣기는 좋지만, 부르기에는 만만치 않은 노래가 아닐까 한다 시김새의 처리와 공력을 담보한 명창만이 서도소리의 창법과 특징적 멋을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