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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장자방의 옥통소 소리에, 팔천군사 흩어지다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382]

[신한국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서도소리와 경기소리와의 차이점으로 요성(搖聲)의 위치와 형태를 보면 알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경기소리는 4도 아래의 음으로 떨어져 잘게 떠는데 비해, 서도소리는 5도 위의 음을 떨어준다는 점, 요성의 형태에 있어서도 부드럽게 좁은 폭으로 떨어주는 경기소리에 견주어 서도소리는 목을 조이고 위로 치켜 떠는 듯한 격렬한 요성법을 구사한다는 점에서 구별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그리고 경기소리와 서도소리를 함께 아우르는 <경서도소리>, 또는 <경서도민요>라는 용어가 생겨난 배경도 인접지역이라는 이유만은 아니고, 월남해 온 서도지방의 소리꾼들이나 애호가들에 의해 자연스럽게 파급이 되면서 영향을 받았다는 점, 그 예로 인천 근해에는 뱃노래나 갯가노래, 주대소리, 상여소리, 기타 여인들의 조개잡이 노래 속에 서도지방의 음악적 분위기가 흠뻑 배어있다는 점도 이야기 하였다.

 

생성과정, 가사, 음계, 창법, 잔가락이나 시김새 등, 서로 다른 특징을 지니고 있는 경기소리와 서도소리였으나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았다는 점에서 <향당교주(鄕唐交奏)>의 형태를 연상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하였다. 서도좌창 <초한가(楚漢歌>는 패하게 된 항우의 군졸들이 부모와 처자를 그리는 서글픔이 애절하게 묘사되고 있는 노래이며 과거 서도지방에서는 누구나 불렀던 노래였다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초한가의 이야기를 이어가기로 한다.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초한가의 음절은 4자씩 비교적 규칙적으로 짜여 져 있지만, 장단의 진행은 2박, 3박, 4박 등으로 다양하게 진행된다. 따라서 노래를 모르면 장단을 칠 수가 없는 노래가 바로 초한가다.

 

 

기악, 성악이든, 정악이나 민속악을 막론하고 가락의 진행을 모르면 장단을 칠 수 없는 악곡은 하나 둘이 아닐 것이다. 특히, 박자수가 정해져 있는 장단, 무정형 장단, 또는 불규칙적인 장단 등은 창자와 고수의 호흡이 아니면 연주가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정악곡의 백미라고 알려진 관악 합주곡의 수제천, 일명 정읍(井邑)이란 곡은 피리가 주선율을 이끌고 있고, 대금과 해금 등이 다음 장단의 시작 전까지 연음을 이어가는 형태의 곡으로 자유롭게 진행되는 곡이다.

 

장단형은 쌍(雙), 편(鞭), 고(鼓), 요(搖)로 매우 간단하나, 합장단은 선편(先鞭)후수(後手)의 주법으로 친다. 이 주법은 기덕과 쿵을 동시에 치지 않고, 풀어서 시차를 두고 기덕, 쿵으로 여유있게 치는 주법이다.

 

장고 연주자의 역할이 중요한 까닭은 피리와 대금, 해금 등의 가락을 완전하게 알고 있어야만 연결을 가능하게 할 수 있기에 그렇다. 각 악기군의 선율을 훤히 꿰고 있지 못하다면 연주가 불가한데, 국악곡에는 이러한 악곡이 허다하다. 쉽다고 하는 세마치나 굿거리장단 한두 개 익혀서 민요 몇 곡 반주하는 것으로 장단을 친다고 말한다면 이는 장단을 모르고 하는 소리가 되겠다.

 

 

판소리에서 자주 하는 말 가운데 "일고수 이명창"이란 말, 다시 말해서 고수가 첫째이고 소리꾼은 두 번째란 말에서 고수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수제천이나 판소리에서 장고연주자나 고수가 중요한 것처럼, 서도소리를 잘 하기 위해서도 장고 반주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앞에서 살펴본 초한가의 음절이 비교적 4자씩 규칙적으로 짜여 있다고 해도 박자의 구성은 일정치 않은 불규칙 형태의 장단 진행이어서 노래를 반드시 알고 있는 고수가 장단을 잡아 주어야 한다. 일정치 않은 자유진행으로 흘러가는 서도소리의 특징적 진행을 모르는 고수는 도저히 서도소리의 장단을 칠 수가 없는 법이다.

 

지난주에는 초한가의 앞부분을 살펴보았다. 그 다음의 노랫말에는 통소를 잘 불어서 군사들을 흩어지게 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서 더더욱 흥미를 끈다. 참고로 그 부분을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간계(奸計) 많은 이좌거는 패왕을 유인하고,

    산 잘 놓는 장자방은 계명산 추야월에

    옥통소를 슬피 불어 팔천제자 해산할 제,

    때는 마침 어느 때뇨, 구추삼경 깊은 밤에

    하늘이 높고 달 밝은데, 외기러기 슬피울어

   객의 수심을 돋워주고” <중략>

 

 

초한가는 제목 그대로 중국 주나라 말기, 패권을 잡으려던 7웅 가운데 초(楚)의 항우와 한(漢)의 유방이 싸우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나라가 어려울 때 강동에서는 항우가 일어났고, 회계에서는 유방이 일어나게 되는데, 항우는 점차로 백성들의 원망이 높아져 인심을 잃게 되었고, 한 패왕은 열심히 군사를 훈련시키는 한편, 걸식하던 한신을 불러 초나라를 깨뜨릴 대원사로 삼아 싸움에 성공할 수 있었다.

 

특히 다음의 대목, 장자방이 가을 달빛 아래 옥통소를 슬프게 불어서 극도로 피곤해 진 초나라의 8천 제자를 싸움터에서 흩어지게 했다는 대목은 음악의 존재가, 그리고 악기의 위력이 어떤 것인가 하는 점을 알게 한다.

 

전쟁터에서 싸움을 포기하고 돌아서도록 만드는 심리의 결정을 그 누구도, 그 어떤 것도 아닌, 오직 통소라는 악기였다는 점에서 진정으로 사람의 마음을 다스리고 있는 것이 음악일까? 잠시 할 말을 잊게 된다. <다음 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