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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소식

《주자가례》엔 ‘조율이시’ 없고 과(菓)만 있다

제사음식은 19가지, 간소함이 원래 모습
한국국학진흥원, <2018 종가의 제례음식 자료집성 및 DB구축사업> 1년차 A등급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한가위 명절, 차례음식과 제례문화

 

제례문화는 명절 때마다 신문지면을 장식하는 단골메뉴다. 대부분 제례문화의 번거로움을 지적하면서 간소하게 바꿀 것을 권장하는 내용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시대적 환경이 달라진 만큼 제례문화도 변화해야한다고 강조한다. 그런데 제례문화의 본래 모습을 들여다보면 지금보다 훨씬 간소한 의례와 상차림 문화를 마주하게 된다. 이는 제례문화의 규범서인 《주자가례(朱子家禮)》를 통해 알 수 있다.

 

제사음식은 본래 19가지다

 

오늘날 우리사회에서 조상제사가 뜨거운 감자가 된 이유는 제사음식을 마련하는 번거로움 때문이다. 오늘날에는 기본 30가지가 넘는 제물이 차려진다. 그러다보니 명절 등을 앞두고 ‘제사병’에 시달리는 여성들이 적지 않은데, 이런 이유로 최근에는 제사음식의 간소화를 권장하는 추세가 일반적이다. 그런데 제례문화의 지침서인 《주자가례》를 보면 간장종지까지 포함해서 19종의 제물이 그려져 있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주자가례》에는 과일도 ‘과(果)’로만 그려져 있을 뿐, 조율이시(棗栗梨柿)의 대추 · 밤 · 배 · 감 등과 같이 구체적인 과일 이름은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홍동백서나 조율이시 등의 진설법은 근거가 없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생선은 오늘날처럼 조기나 방어 등이 아니라 ‘어(魚)’로만 되어 있다. 이런 점에서 제사음식의 간소화는 시대적 변화에 따른 결과가 아니라 제례문화의 원래 전통이었던 셈이다. 그러므로 오늘날의 제사음식에서 거품을 걷어내고 원래의 모습을 되찾는다면 제사음식을 둘러싼 갈등이 자연히 해소될 것이다.

 

차례와 제사는 다르다

 

설날과 한가위에 지내는 제사를 차례(茶禮)라고 한다. 말 그대로 차를 올리는 예다. 실제로 《주자가례》에서는 “정초, 동지, 초하루, 보름에는 하루 전에 청소와 재계를 한다. 이튿날 날이 새면 사당 문을 열고 신주를 모셔둔 감실의 발을 걷어 올린다. 신주마다 햇과일이 담긴 쟁반을 탁자 위에 차려둔다. 그리고 찻잔과 받침, 술잔과 받침을 둔다.”고 했다. 특히 《주자가례》에서는 정초와 보름 등에 지내는 차례를 제례에 포함시키지 않고 ‘예(禮)’로 분류해두었다.

 

그래서 기제사와 달리 밥과 국을 비롯한 제물을 차리지 않고, 계절 과일을 담은 쟁반과 술, 차를 올리는 것이다. 이처럼 설날과 한가위는 해가 바뀌고 수확의 계절이 되었다는 사실을 조상들에게 고하는 일종의 의식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사회에서는 차례와 제사의 구분을 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차례에 간단한 음식을 장만하는 원래의 예법을 준수한다면, 조상제사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낼 수 있을 것이다.

 

 

한국국학진흥원(원장 조현재)은 한국학중앙연구원 토대연구지원사업의 하나로 2017년부터 사라져가는 종가 제례문화의 원형을 문화유산으로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작업(<종가의 제례음식 자료집성 및 DB구축사업>)을 3년에 걸쳐 추진하고 있다. 올해 8월, 1차년도 작업성과를 제출한 결과 평가 등급 A를 받았다.

 

이 사업의 연구책임자인 김미영 수석연구위원은 “전통시대 선조의 덕을 기리고 친족 사이 화합을 다지는 계기가 되었던 제사 문화가 오늘날 그 반대의 효과를 낳는 것은 전통을 잘못 이해하였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면서, 제사 문화의 원형에서 조상의 뜻을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