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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수심가, 대동강 물 먹은 사람 아니면 흉내 어렵다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387.]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서도창으로 부르는 적벽부(赤壁賦) 이야기를 하였다. 적벽부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벽파 이창배 명인이 곡을 붙인 것, 다른 하나는 박기종 명인이 사설을 남긴 것인데, 후자는 평양에서 이정근의 소리를 메모해 두었다가 《전통서도소리 명곡대전》에 실었으나 본인이 배우지 못한 상태에서 사설만 기록하여 전승이 불가하다는 점을 얘기했다.

 

그러나 평양에서는 벽파의 그것과 다른 적벽부가 존재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는 점, 벽파의 적벽부는 3박을 기준으로 넘나들며 곡조의 분위기는 발림 엮음형식이지만, 지금은 거의 부르는 사람이 없어 단절위기를 맞고 있다는 점, 이러한 <적벽부>에 반해 <적벽가>의 전승은 매우 활발한 편이어서 판소리와 경기좌창으로 부르고 있으며 서도 적벽가도 박태여의 《경서도 민요집》과 박기종의 《전통서도소리 명곡대전》에는 <화룡도>라는 제목으로 실려 있다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그리고 서도적벽가는 세마치장단을 근간으로 4, 5, 6박 등으로 넘나들며 그 시작은 “에 -에- 조조군사 대패하여 지향 없이 달아날 제, 이리가면 어디메묘, 저루가면 어디맵니까”<중간 줄임>하고, 마무리는 수심가 조로 “죽을 번 한 조맹덕이 무사히 살아 화룡도로만 가노라.”로 진행된다는 이야기도 하였다.

 

 

이번 주에는 서도소리의 상징으로 인식되고 있는 수심가(愁心歌)에 대한 이야기가 되겠다. 먼저 일반적으로 널리 불리고 있는 수심가 3곡의 노랫말을 옮겨 보면 아래와 같다.

 

    (1) 약사몽혼으로 행유적이면 문전석로가 반성사로구나,

        생각을 하니, 임의 화용이 그리워 나 어이 할거나.

    (2) 인생 일장춘몽이요, 세상 공명 꿈밖이로구나,

        생각을 하니, 세월이 가는 것 등달아 나 어이 할거나.

    (3) 강산불변재봉춘이요, 임은 일거에 무소식이로구나,

        생각을 하니, 세월이 가는 것 등달아 나 어이 할거나.

 

수심가의 형식을 보면 매우 간결하다. 각각 2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각의 장은 안 구(句)와 바깥구로 나누어져 모두 4구로 짜여 있다. 경기의 노랫가락이 시조형식과 같아서 초, 중, 종장의 3장 형식을 취하고 있는 것에 견주면 더욱 간단하다. 다소 어려운 말이 있어서 이를 풀어본다.

 

(1)에서는 약사몽혼행유적(若使夢魂行有跡)- 만약 그의 혼이라도 꿈에 다녀간 흔적이 있다면, 문전석로반성사(門前石路半成砂) 문 앞의 돌길 그 절반은 모래가 될 것이오.“라고 노래한다. 곧 상대를 그리워하는 절실함의 표현인 것이다. 그리고 (3)에서는 ”강산불변재봉춘(江山不變再逢春)-강산은 변치 않고, 봄을 다시 만나게 된다.“고 한다.

 

 

국악계에서는 흔히 하는 말에 “북에는 수심가, 남에는 육자배기”라는 말이 있다. 근원지나 사실 확인은 되어 있지 않으나,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수심가를 서도소리의 대표적인 노래로 인식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해마다 《서도소리보존회》에서는 전국 서도소리대회를 개최해 오고 있는데, 그 요강을 보면 전공자들, 특히 고등부와 명창부에 출전한 참가자들에겐 수심가 1절을 반드시 부르고 난 뒤에, 자유곡으로 좌창 1곡을 부르도록 정해 놓고 있다. 수심가를 필수 지정곡처럼 불러야 하는 것이다. 기실 서도의 긴잡가라고 칭하는 서도 좌창의 끝부분은 거의 수심가조로 끝나고 있으나 출전자가 많은 관계로 수심가를 먼저 부르도록 조치한 것이다. 수심가의 비중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서도소리의 문화재급 명창들이 부르는 수심가를 들어보면, 평안도 지역의 특성이 강한 언어라든가, 목 쓰는 법, 그리고 노래를 이어가는 잔가락, 시김새 등이 자연스럽게 녹아있어서 평안도 지역의 독특한 소리임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명창들의 수심가를 들을 때마다 해당 지역에서 태어나서, 자라고 생활하며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익힌 소리가 아니면 인정받기 어려운 소리가 바로 수심가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는 것이다. “대동강 물을 먹어 본 사람이 아니면 그 소리 흉내 내기가 어렵다.”는 말이 그냥 하는 말이 아니다. 지역의 독특한 분위기를 다른 지역 사람들은 표현하기 어렵다는 점을 재미있게 강조하고 있는 말이겠다. 바로 이 점이 누구나가 쉽게 수심가를 부르기 어렵다는 점을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어렵다는 이야기일까? 이해를 돕기 위해 떠는 소리, 곧 요성(搖聲)을 중심으로 예를 들어 보기로 한다.

 

노래 속에서 어떤 음을 평이하게 뻗어가다가 그 음을 떨어주기 위해 요성(전문소리꾼들은‘떨목’이라고 함)을 쓰는 대목이 있다면, 그 떠는 형태는 경기민요나 남도민요와는 달리, 목을 조여 가며 치켜 떠는 목구성이라야 한다는 말이다. 처음엔 좁게 떨다가 점차 확대되면서 격하게 떠는 형태가 많이 나온다. 이를 서도창에서는 ‘졸름목’ 또는 ‘졸음목’이라 부르는데, 서도소리에 쓰이는 독특한 요성의 한 기법인 것이다.

 

이에 견주어 경기민요의 요성이나 남도창은 다르다는 점이 마치 지역의 독특한 사투리를 연상하게 된다. (다음 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