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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옛 사대부들은 판소리 중 적벽가 좋아해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389]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서도소리의 요성법이 경기지방이나 남도의 그것과는 다르다는 이야기와 함께 지방마다 말이 다르고, 억양이 다르기 때문에 민요에도 지방색이 나타난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그래서 각 지역 민요의 음조직이나 창법, 시김새 등이 다양한데, 서도지방의 소리제는 <수심가조>, 또는 <수심가토리>로 부른다는 점, 수심가 소리제는 관서지방 사람들에게 벼슬을 주지 않게 되자, 그 설움을 노래에 실었다는 점을 얘기했다.

 

또 서도소리의 전승과 보존을 위해서는 문화재청의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점, 서도소리가 국가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 되어있으나 이를 계승하려는 젊은이들이 극소수이며, 문화 예술의 변방으로 취급되어 독특한 가치를 주목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1세대 전문예인들은 노쇠하였거나 타계한 상태라는 점, 서도소리를 포함하여 여러 권역의 다양한 문화와 독특한 예술의 존재가, 바로 대한민국이 높은 문화 수준을 구축하게 된 배경이란 이야기 등을 하였다.

 

이번 주에는 적벽가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간다.

 

 

적벽가라는 제목으로 불려지고 있는 노래들은 우선, 판소리 적벽가가 있고, 경기지방의 좌창 12곡 중에도 적벽가가 들어 있으며 서도소리에도 적벽가 등이 포함되어 있어서 유사한 가사 위에 다양한 창법으로 부르는 적벽가가 존재하고 있다.

 

판소리로 부르는 적벽가는 중국 위나라의 조조와 한나라의 유비, 그리고 오나라의 손권이 서로 싸우는 이야기 가운데 적벽강 싸움과 전후이야기를 그린 것으로 화용도라고도 부른다. 그 구성은 삼고초려대목으로 시작해서 장판교 싸움대목, 군사설움타령, 적벽강싸움, 화용도, 등 다섯 대목으로 구분되고 있다.

 

첫 대목인 삼고초려는 유비, 관운장, 장비 등이 제갈양을 만나러 가는 대목으로, 장수들의 위엄이 우조로 그려져 있다. 다음의 장판교 싸움 대목이라든가 적벽가 싸움에서는 물고 물리는 긴박한 광경이 빠른 장단으로 전개되어 긴장감을 주고 있다. 군사설움대목이나 화용도 대목에서는 계면조의 애처로운 소리와 함께 재담소리가 들어있어서 부분 부분 웃음을 제공하기도 한다.

 

적벽가, 역시 판소리 5마당(춘향가, 심청가, 흥보가, 수궁가, 적벽가)의 하나로 이미 다른 소리와 함께 조선조 순조 임금 이전부터 불려온 소리로 알려져 있다.

 

춘향가나 심청가, 흥보가의 주인공이 한국인인데 반해, 적벽가는 중국의 장수 이름이나 지역 이름이 전편에 등장하고 있어 비교가 되고 있으며 수궁가는 토끼와 자라, 등 동물을 의인(擬人)화 하여 등장시키고 있다.

 

판소리 연구가 이보형에 따르면 적벽가 명창으로는 순조 때의 송흥록과 모흥갑, 방만춘이 잘 했는데, 특히 이들은 적벽강에 불 지르는 대목을 잘 불렀다고 한다. 또한 주덕기는 조자룡의 활 쏘는 대목, 서편제소리의 시조로 꼽히는 박유전이라든가 동 시대의 박만순 등은 조조가 화용도 지나는 대목을 잘 불렀다고 한다. 특히 이창운은 새타령을 잘 불렀고, 유비가 제갈양을 찾아가는 삼고초려대목이나 군사설움대목은 박기홍이 잘 불렀다고 한다.

 

 

그 이후, 적벽가의 전승은 박상도, 조기홍, 송만갑, 유성준, 이동백, 김창룡 등에 의해 그 전승이 활발하게 이루어졌고, 그 뒤를 이어서는 장판개, 조학진, 임방울, 김연수, 강장원, 정광수 등이 있었으며 근래의 적벽가 예능보유자로는 박동진, 박봉술, 한승호 등이었다가 이들의 타계 후, 현재는 송순섭이 동 종목을 지켜나가고 있다.

 

옛날 사대부들은 판소리 가운데서도 적벽가를 좋아했다고 전한다. 그 까닭으로는 소리꾼의 목청이 당당하고 마치 호령을 하는 듯 소리를 하는 모습이 지체가 높은 양반들의 모습 같기 때문이며 소리 속에서 다양한 리듬을 구사하는 부침새가 좋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가왕이라고 불리는 송흥록을 비롯하여 모흥갑, 주덕기, 정춘풍, 박만순, 박기홍과 같은 명창들이 다투어 적벽가를 불렀다고 한다.

 

한편, 경기지방의 12잡가에 들어있는 적벽가는 판소리 적벽가의 끝부분, 곧 화용도 대목의 일부분 사설을 도드리장단에 얹어서 부르고 있다.

 

이 대목은 적벽강 싸움에서 패한 조조가 쫒기는 몸이 되어 화용도에 들어섰는데, 이들의 앞을 막고 있는 오백 도부수(刀斧手), 곧 칼과 도끼를 들고 있는 500명의 군사, 그 대장이 관우인 것이다. 그러나 관우는 한때 조조에게 잡혀 은혜를 입기도 했던 전력이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이 두 사람의 관계가 어떻게 전개될까? 하는 점이 마지막 대목에서 아주 재미있게 펼쳐지는 것이다.

 

 

우선 서울 경기지방에서 불리는 적벽가의 앞 대목 사설을 살펴보도록 한다.

 

   “삼강은 수전이요. 적벽은 오병이라.

    난데없는 화광이 충천하니, 조조가 대패하여

    화용도로 행할 즈음에 응포일성에 일원대장이

    엄심갑옷에 봉투구 저켜 쓰고 적토마 비껴 타고,

    삼각수를 거스릅시고 봉안을 크게 뜹시고,

    팔십근 청룡도 눈 위에 선뜻 들어

    엡다, 이 놈 조조야, 날다 길다 하시는 소래

    정신이 산란하여 비나이다. 비나이다.

    잔명을 살으소서 소장의 명을 장군전하에 비나이다.

    전일을 생각하오.” (이하생략)

 

조조는 예전 관우에게 베풀었던 은혜를 상기시켜가며 목숨을 구걸한다. 관우 역시, 그 은혜는 이미 다른 방법으로 갚았다고 주장하며 칼을 받으라고 명한다. 관우의 최종 결정이 궁금해지는 대목이다.(다음 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