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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수의 토박이말 이야기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토박이말 맛보기] 우련하다/(사)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오늘 토박이말] 우련하다

[뜻] 1)모양이 잘 안 보일 만큼 보일 듯 말 듯 어렴풋하다

[보기월] 불이 어두워 우련했지만 옛날에 갔던 바위가 아닌 것은 틀림이 없었습니다.

 

 

지난 닷날(금요일) 토박이말 놀배움감을 만드는 아이들에게 줄 책이 있어서 밤에 배곳(학교) 지키는 분께 맡기고 나왔습니다. 마치고 가는 길에 들러 가져 가기로 했는데 아이들끼리 때를 못 맞춰 가져가지 않았다는 기별을 받았습니다. 한날(월요일)에 만나기로 했는데 놀배움감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책이라 얼른 주고 싶습니다.

 

엿날(토요일) 마침배곳(대학원) 배움을 도왔습니다. 여러 가지 어려움 속에서 배움을 이어가시는 분들이라 늘 우러러 보게 됩니다. 그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도움을 드리고 싶은 마음에 이것저것 챙기고 있습니다. 그런 제 참마음과 챙김이 이어져 앞으로 하실 일에 작으나마 밑거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배움을 마치자마자 가시어머니 일흔 돌 돌잔치에 갔습니다. 제가 늦게 마치는 바람에 다른 식구들이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고 저희는 좀 늦게 자리를 하게 되었습니다. 맛있는 저녁을 먹고 마음을 모아 차린 조촐한 돌잔치를 하였습니다. 함께한 모든 사람이 한마음으로 기쁜 마음으로 크게 손뼉도 쳐 드리고 노래도 불러드렸습니다. 아프지 마시고 오래오래 사시길 바라는 말씀도 함께 올렸습니다.

 

잔치를 마치고 다른 식구들은 잠자리에 들 때 사내 어른 네 사람은 밤낚시를 갔습니다. 네 해 앞에 전갱이를 많이 잡아서 전갱이 잔치를 했던 것을 잊지 못해 다시 가기로 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늦은 밤인데다 네 해 앞에 갔던 길을 쉽게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처음 내려 가 본 바위는 높고 가팔라 낚시를 하기에 알맞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다시 올라와서 다른 길로 내려갔는데 그곳도 멀리 위에서 내려다보니 옛날에 왔던 곳이 아니었습니다. 불이 어두워 우련했지만 옛날에 갔던 바위가 아닌 것은 틀림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어두운 밤 숲길을 오르내리느라 땀도 많이 흘리고 기운도 다 빠졌을 뿐만 아니라 때새(시간)도 많이 지나 아침에 다시 오기로 하고 잠잘 곳으로 돌아왔습니다. 자고 일어나 가든하게 아침을 때우고 다시 가서 옛날 그 바위에 가니 벌써 사람들이 와서 낚시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 사람들 옆에서 낚시를 했는데 넣자마자 고기가 물었습니다. 전갱이는 아니었지만 오랜만에 손맛을 보고 기분 좋게 돌아왔습니다. 오랜만에 나들이를 해서 몸은 좀 힘이 들었지만 늦은 가을 맛을 볼 수 있었던 뜻깊은 날이었습니다.

 

 

이 말은 2)빛깔이 엷고 어렴풋하다는 뜻도 있고 작은 말은 ‘오련하다’이며 다음과 같은 보기가 있습니다.

 

 

1)-손전등을 켜지 않아도 산길이 우련했던 것은 밤하늘에 높이 뜬 보름달 때문이었다.(고려대 한국어대사전)

-아마 굳이 불을 밝히지 않아도 방 안이 그렇게 우련했던 것은, 장지문에 가득히 밀리어 비치는 바깥의 달빛 때문이었으리라.(최명희, 혼불)

 

 

4351해 들겨울달 열이틀 한날(2018년 11월 12일 월요일) ㅂㄷㅁㅈㄱ.

 

 사)토박이말바라기 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