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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수의 토박이말 이야기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62

(사)토박이말바라기와 함께하는 쉬운 배움책 만들기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62- 속셈, 붓셈, 삯,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도움/ (사)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오늘은 4282해(1949년) 만든 ‘셈본 5-1’의 16~17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16쪽 첫째 줄에 앞서 살펴본 적이 있는 ‘셈’이 나옵니다. ‘계산’이라 하지 않고 ‘셈’이라고 한 것을 바로 알 수 있습니다.

 

둘째 줄에 ‘속셈’이 있습니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 가운데 ‘암산’이라는 말을 더 많이 자주 들은 분들은 낯설 것입니다. 하지만 어릴 때 ‘속셈’을 배우러 다닌 적이 있다는 분들 가운데 ‘속셈’의 뜻을 잘 모르는 분들이 있더군요. ‘속셈’에서 ‘속’이 ‘빠를 속’이니 ‘빨리 셈하는 것’을 뜻하는 것인 줄 알았다고 하는 분을 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속셈’은 ‘연필, 계산기, 주판 따위를 쓰지 않고 머릿속으로 하는 셈’이라는 뜻입니다.

 

아홉째 줄에는 ‘붓셈’이 나옵니다. 아마 이 말을 처음 보시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 글을 보시는 분들 가운데 많은 분들이 ‘필산’이라는 말을 더 자주 많이 보았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붓셈’은 글자 그대로 ‘숫자를 적으면서 셈함. 또는 그렇게 한 셈’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우리가 한자를 배울 때 ‘붓 필’이라고 했던 것을 떠올리시면 더욱 쉽게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17쪽에 셋째 줄에는 ‘삯’이 나옵니다. ‘요금’이라는 말이 익은 많은 분들에게 낯선 말일 것입니다. 둘레에 있는 아이들이 여러분에게 ‘삯’과 ‘값’이 어떻게 다른지 풀이를 해 달라고 했을 때 똑똑히 풀이를 해 주실 수 있는 분이 얼마나 될까요?

 

보시다시피 옛배움책에서 썼던 ‘삯’이라는 말을 우리가 잘 쓰지 않게 되면서 ‘값’과 ‘삯’을 가릴 일이 적어지다 보니 흐리터분해 진 것입니다. ‘값’은 ‘어떤 몬(물건)을 사고팔 때 주고받는 돈’입니다. ‘삯’은 ‘일을 해 준 품값으로 주는 돈이나 몬(물건)’을 가리키기도 하고 ‘어떤 몬(물건)이나 시설을 쓰고 주는 돈’을 가리키기도 하는 말입니다. 장난감을 샀다면 ‘장난감 값’이고 ‘기차를 타고 주는 돈이니 ‘기차 삯’이라고 한 것입니다.

 

일곱째 줄에 ‘1사람에게’는 ‘1인당’보다 쉽고 ‘모두 모았다’는 ‘징수하였다’보다 쉬운 말이라 반가웠습니다. 그 아래 있는 ‘쓰고 남은 돈’은 ‘잔액’보다 쉬운 말이라는 것은 더 말할 것도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있는 “ 이 남은 돈을 다 똑같이 나누어 주면 1사람에게 얼마씩 돌아가겠느냐?”는 모두가 토박이말로 된 쉬운 월이라 참 좋았습니다.

 

‘속셈’과 ‘붓셈’을 배움책에서 쓰지 않게 된 까닭이 무엇일까요? 누가 왜 바꾸었을까요? 누구든지 이 궁금함을 속이 시원하게 풀어 주시면 참 고맙겠습니다.

 

 

4351해 들겨울달 스무하루 삿날(2018년 11월 21일 수요일) ㅂㄷㅁㅈㄱ.

 

 

※이 글은 앞서 경남신문에 실은 글인데 더 많은 분들과 나누려고 다시 싣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