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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태평가의 절정부분 제4장의 ‘우리도’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397]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가곡 한 바탕의 마지막 곡으로 남녀가 동일한 가사를 부르는 태평가(太平歌)에 관한 이야기를 하였다.

 

태평가의 빠르기는 매우 느리다는 점, 영산회상이나 산조음악은 <만(慢)-중(中)-삭(數)>의 형식이나 가곡은 느리게 되돌아와 끝맺는 <만-중-삭-만>의 형식이란 점, 곡명에 있어서도 00대엽(大葉), 0롱(弄), 0락(樂), 0편(編)과 달리, 가(歌)를 붙이는 이유는 원 이름 <대(臺)>보다는 노래말의 시작으로 통하던 <태평>이 굳어졌다는 점을 얘기했다.

 

또 가곡 반주에서는 장고가 채편의 변죽을 치는 것이 원칙이나 예외로 <편락(編樂)>이나 <태평가> 등에서는 부분적으로 복판을 친다는 점, 노래말 <우리도>를 부르는 4장의 분위기는 노래와 반주 악기들간의 조화가 극치를 이루고 있으며 특히 일음(林)을 뻗어 내릴 때, 유(有)-무(無)-유(有)의 생명력 넘치는 표현법이 절정이라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이번 주에는 노래와 반주 관계, 남녀창의 차이점에 관한 이야기로 이어간다.

 

가곡은 거문고, 가야금과 같은 현악기를 비롯하여 세피리, 대금, 해금, 단소, 장고 등이 반주에 참여하는 음악이다. 그러나 정가의 범주 안에 드는 가사나 시조음악의 경우만 해도, 그 반주악기의 편성은 훨씬 자유롭다. 거문고와 가야금과 같은 현악기들은 아예 편성에서 제외된다. 선율악기들로 세피리, 대금, 해금, 단소와 같은 악기들이 편성되면 이는 최대의 호화편성이다.

 

이와 같은 편성은 국립국악원과 같은 전문연주단체의 공연에서나 볼 수 있는 모습이고, 대부분은 장고와 대금, 또는 장고와 단소 정도이다. 대금이나 단소 연주자가 없을 경우에는 장고만으로 반주를 하기도 하고, 만일 장고도 없다면 무릎장단으로도 가능한 것이 시조창이다.

 

또한 반주 악기들의 역할에 있어서도 가사창이나 시조창 등은 노래 선율을 따라가는 수성(隨聲)가락이 대부분이다. 이와는 달리 가곡에 참여하는 반주악기들은 단순하게 노래의 선율만을 쫓지 않는다는 점이 여타의 경우와 다르다. 가곡의 반주 악기들이 단순하게 노래의 가락만을 따라가지 않는다는 말은 무슨 의미인가?

 

 

가곡에는 반드시 반주 악기들이 연주해야 하는 대여음 부분이 있다. 노래를 시작하기 전, 전주에 해당되는 악기들만의 연주가 존재한다는 사실과 3장이 끝나고 4장이 시작되기 전, 중여음 부분이 있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특히, 대여음의 역할은 창자가 부를 노래의 음높이를 지정해 준다거나 또는 노래의 속도를 지정해 주는 역할, 그리고 전반적인 노래의 분위기를 제시해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가곡을 부르는 가객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반주진이 지정해 주는 음높이에 맞추어 노래를 시작해야 하고, 반주진이 지정해 준 속도로 노래를 불러야 하며, 반주진이 제시해 주는 그 음악적 분위기를 충실하게 표출해야 하는 것이다. 반주진이 제시해 준 속도나 음악적 분위기를 창자 임의로 바꾸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 일이지만, 만일 이 약속을 어기거나 따르지 못한다면 훈련이 덜 된 가객이란 평가를 받게 마련이다.

 

노래가 우선인지, 반주가 우선인지 모를 일이다. 어찌 보면 그 역할이 대등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전통가곡에 있어서 반주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판소리판에서는 고수를 우대하여 <일고수이명창(一鼓手二名唱)>, 곧 북치는 사람이 첫째요, 그 다음이 소리하는 사람이라는 말까지 생겨나지 않았던가!

 

대여음이나 중여음이 가곡의 중요한 형식이라는 점을 이해한다면 가곡반주에 있어 반주악기들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요소가 되는 것인가를 이해하게 될 것이다. 반주의 실제에 있어서도 반주선율이 노래 선율을 따라가는 수성의 형태가 아니란 점이 중요하다.

 

 

대부분이 비슷한 선율로 진행하고 있으나 때로는 노래선율과 다른 형태의 진행이 많다는 점이 다른 노래와 비교가 될 것이다.

 

가령, 노래의 선율이 상행으로 진행할 때, 반주악기들은 하행으로 반진행을 꾀하기도 하고, 노래 선율과 4도~ 5도의 상행이나 하행선율을 이루면서 진행하기도 한다. 특히 노래가 일음(一音)으로 뻗어나갈 때, 반주악기들이 중간 중간에 잔가락을 넣기도 하고, 노래가 가락을 넣어 부를 때, 반주악기들은 한 음을 길게 뻗어 주기도 하는 등, 노래 선율과 반주선율과의 관계는 이합집산(離合集散)의 조화를 지속적으로 이루어 나가며 서로 어울리고 있다. 이러한 예를 악보로 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여하튼 노래와 반주가 어울려 가곡, 태평가를 만들어 가는데, 그 음악적 분위기의 절정을 느끼게 되는 부분은 "우리도"를 부르는 제4장이라 할 수 있다. 이 부분은 “태평성대로다. 요지 일월이요, 순지 건곤이로다”를 부르고 난 뒤, ‘우리도’라는 시상(詩想)을 전환시키는 단어의 출현에서도 변화를 예고하고 있거니와 고음(高音)으로 치솟았다가 안정을 되찾으며 음가(音價)를 길게 이어가는 음악적 흐름이 절정의 느낌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악보상에서는 노랫말 '우'를 황(潢)으로 높이 낸 다음, 요성을 거쳐 다시 '리'로 올라가고, 4도 아래의 임(林)으로 내려 뻗는다. 그러다가 다시 황(潢)으로 올라가 ‘우리도’의 마지막 글자인 ‘도’를 모두 붙이면서 임(林)으로 떨어져 12박자를 한 음으로 느리고 길게 뻗어 내리는 것이다.

 

일음(一音)을 단순하게 12박자 이상 지속한다면 이는 지루할 것이다. 그래서 그 한 음의 박진감을 최대한 살려서 맛을 내야 하는 것이다. 마치 실을 뽑듯 유장하게 뻗어 내리면서 유-무-유의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기에 그 앞과는 달리 이 부분의 긴장이 절정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하겠다.

 

남 여창의 태평가가 동일한 노랫말 가사를 부른다 해도 차이를 보이는 점은 가사를 붙이는 자리가 조금씩 다르다는 점이다. 가령 남창의 2장은 ‘저려도’를 4박자 안에서 붙이는 반면, 여창은 6박자 안에 붙인다든가, 또는 3장 첫 박에 ‘요지’를 붙이는 남창에 견주어, 여창은 1박과 2박에 갈라 붙이는 등, 가사를 붙이는 자리가 조금씩 다르다는 점이다.

 

전반적으로 남창에 견주어 여창은 잔가락을 많이 쓰는 선율의 진행이 특징이며 창법에 있어서도 여창은 속청, 또는 가성의 창법을 쓴다는 점 등 남녀 합창으로 부르는 노래라 하드라도 각각의 특징을 살려 조금씩 다르게 부르고 있는 노래가 가곡의 마지막 악곡인 <태평가>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