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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책 읽기, 성현의 이치를 깨닫는 것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3986]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예나 지금이나 한 가지에 미쳐서 사는 사람들이 꽤 많습니다. 빌게이츠는 컴퓨터에 미쳐 인생을 걸었습니다. 파브르는 곤충에, 라이트 형제는 비행기에, 포드는 자동차에, 워렌 버핏은 투자에 미쳐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렇게 미쳐 사는 사람에게 “~벽(癖)” 자를 붙여 땅투기에 미쳤다면 지벽(地癖)이고, 술 마시고 눈밭에 얼어 죽었다는 화원 최북은 주벽(酒癖)이며, 시(詩) 짓기에 빠진 고려 후기의 문인 이규보는 시벽(詩癖)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돈 밝히는 전벽(錢癖), 틈나는 대로 손을 씻는 결벽(潔癖), 고소고발을 남발하는 상소꾼 소벽(疏癖)도 있었다고 합니다.

 

 

특히 책읽기에 빠진 책벌레는 서음(書淫) 또는 전벽(傳癖)이라 했다는데 세종도 서음전벽임이 분명합니다. 세종은 어려서부터 몸이 허약하면서도 글 읽기를 그치지 아니하여 병이 점점 심해졌습니다. 그러자 태종이 내시에게 갑자기 명하여 그 처소에 가서 책을 모두 거두어 오게 하였지요. 하지만 세종은 병풍 사이에 구양수(歐陽脩)와 소동파(蘇東坡)가 쓴 편지글을 모은 책 《구소수간(歐蘇手簡)》을 감쳐두고 이를 천백번이나 읽었다고 합니다.

 

그런가 하면 화가인 김득신(金得臣·1754~1822)과 한자까지 똑같은 동명이인 백곡 김득신(1604~1684)은 세종대왕도 혀를 내두를만한 서음전벽입니다. 그는 사기 《백이전(伯夷傳)》을 1억 1만 3000번(실제 11만 3000번) 읽었다고 하지요. 그런데 옛 사람들은 왜 이렇게 무모할 정도로 책을 읽어댔을까요? 18세기 실학자 안정복(安鼎福)은 그의 책 《상헌수필》에서 “글을 읽는 것은 성현의 자취를 찾고 그 자취를 통해 성현의 이치를 터득하고자 한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그저 단순히 미쳐서 읽는 것이 아니라 성현의 이치를 깨닫고자 책을 읽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