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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삼설기의 가르침, “욕심 부리면 안 돼!”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막 이야기 406]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세 번째 열린 <글 읽는 나라 문화제전> 관련 이야기를 하였다. 전국에서 많은 경창자들이 참가하여 성황을 이루었는데, 이 제전은 2018년 서울특별시가 지역특성을 살리는 문화사업 민간축제로 선정한 행사였다는 점, <명인부>, <일반부>, <단체부>, <학생부>, <신인부> 등으로 구분되며 단체부와 신인부 경연자들이 많아 축제의 분위기를 살렸다는 점, 명인부는 해당종목의 이수자, 일반부는 전수생들이 참가하는데, 암기수준이나 발음, 창법, 호흡처리 등이 수준급이었다는 점, 특히 초, 중학생들이 한문을 정확하게 읽고 고저를 구별해 내는 실력이 만만치 않았다는 점을 얘기했다.

 

타 대회와는 달리, <계자제서(戒子弟書)>를 부름으로 경연을 시작하였는데, 이는 아버지가 자식들에게 세상을 살면서 삼가고 경계해야 될 내용들을 담고 있는 글이라는 점, 경연마당의 출전자들은 주로 삼설기(三說記), 계자제서(戒子弟書), 명심보감(明心寶鑑), 권학문(勸學文) 주자훈(朱子訓), 촉석루(矗石樓), 등왕각시(滕王閣詩), 매일생한불매향(梅一生寒不賣香) 등을 불렀으며, 어린 학생들이 부르는 명심보감은 의젓하고 진지해 보였다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내가 회장으로 있는 한국전통음악학회에서는 2회에 걸쳐 송서ㆍ율창 학술대회를 동 보존회와 공동으로 개최한 적이 있다. 송서ㆍ율창과 같은 멋있고 격조 있는 소리들이 명맥만을 이어가는 현상을 극복하고, 일상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이고도 유연한 확산방안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개최한 것이다.

 

 

2012년, 1차 학술발표회 상황을 잠시 회고해 보면 권오성은 “스토리텔링과 관련된 송서ㆍ율창의 일반적 특징”이란 주제를 발표하여 주목을 끌었고, 이보형의 “등왕각서의 음악적 분석연구”, 서한범의 “시창(詩唱)의 선율구조 연구” 김영운의 “한문 독서성의 음악적 특징”, 성기련의 “짝타령의 특징적 요소” 등을 발표하여 송서ㆍ율창의 학술적 기반을 공고히 하기 시작하였던 것이다.

 

여기에 김기형(고려대), 이오규(용인대), 김경배(경북대), 박문규(정가악연구원), 김세종(동국대), 현경채(영남대), 정해임(경북대), 송은주(경희대) 등이 토론자로 참여하여 송서ㆍ율창의 음악적 특징과 그 확산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하였다. 제2차 학술모임의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소개하기로 한다.

 

지난 글 읽는 나라 문화제전, 송서ㆍ율창 경연대회의 심사위원장을 맡게 된 나는 경연의 규모나 수준을 보고 감회가 남달랐다. 그래서 “책 읽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드는 현실에서 여러분들의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송서ㆍ율창의 확산 정도를 이렇게 긍정적으로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단기간에 송서ㆍ율창의 경연대회를 치룰 만큼, 오늘에 다시 확산 기미를 보이는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유창 명인을 비롯하여 이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보존회원들의 노력 결과”라는 격려 일색의 심사평을 해 준 바 있다.

 

3회 송서ㆍ율창 경연대회에서 출전자들이 제일 선호한 작품은 <삼설기>였다. 송서의 입문곡처럼 알려진 대표적인 소리제로 경기민요의 고 묵계월(본명; 이경옥)명창이 1930년대 중반에 이문원으로부터 배워 간직해 온 소리이다. 그동안 단절의 위기를 맞고 있다가 현재는 묵계월의 제자인 서울시 예능보유자 유창을 비롯한 극소수의 제자들이 힘겹게 이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삼설기를 들어보면, 책을 읽되, 노래를 천천히 부르고 있는 느낌이 짙은 소리이다. 정가의 깊은 창법과도 유사하고, 느린 한배나 호흡으로 장인굴곡하는 가락이 특징적이다. 부분적으로는 가사라든가 시조창에 나타나는 유사한 선율형이 보이고, 요성의 형태나 꾸미는 소리 등이 점잖은 정가의 음악적 분위기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송서나 시창이 책이나 시를 낭송하는 분야라 해서 가사(歌辭)나 시(詩) 자체만을 혼자서 멋대로 읽어 나가는 소리라 생각한다면 이는 큰 잘못이다. 정가의 창법이나 호흡법을 익히지 않고는 접근이 용이하지 않은 노래이기 때문에 단순하게 스승의 소리를 흉내 내는 간단한 소리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러므로 가곡이나 가사, 시조, 민요 등을 배운 사람은 쉽게 접근이 용이한 소리가 바로 삼설기가 아닐까 한다.

 

특히, 송서와 율창은 박자가 일정치 않다는 점이 특징이며 또한 어려운 점이다. 박자가 일정치 않으니 장단의 형태는 더더욱 논하기 어렵다. 그래서 사설의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한 다음 사설의 단위, 곧 악구(樂句)의 시작과 맺음을 호흡으로 처리해야 하는 것이다. 혼자 부를 때는 다소 넘나드는 것이 용인되지만, 여러 명이 함께 제창을 할 경우에는 호흡을 맞추기가 매우 어려운 것이 송서의 본래 모습이다.

 

 

이러한 예는 기악합주곡의 백미로 알려진 <수제천>이란 악곡의 예와 비슷하다. 박자도 일정치 않고, 쌍-편-고-요로 이어지는 장단형은 반복되나 매 장단이 불규칙이어서 초보 연주자들은 이 곡을 연주하기가 매우 어려운 것이다. 그러나 오랫동안 합주에 임해 온 원로 연주자들은 서로의 호흡으로 이 악곡을 능숙하게 연주해서 듣는 이들을 감동시키고 있지 않는가! 한국 궁중음악에서 가장 잘 만들어진 명작으로 존재시키고 있는 것이다.

 

송서 삼설기의 핵심 내용은 욕심이 지나치면 오히려 화를 당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데 그 내용이 재미있다.

 

“선비 3인이 죽어 저승에서 심판을 받는데, 아직 죽을 때가 안 된 사람들이어서 되돌려 보내며 소원을 말하라고 한다.

 

첫 째 선비는 높은 벼슬, 둘째 선비는 부자를 원해 그렇게 이루어지도록 들어주나 셋째 선비는 원하는 것이 많았다. 명당에 초당을 지어 놓고, 만권의 시서 쌓아두고 거문고 타며, 앞 내에서 고기 낚고, 뒷산에서는 약초, 과일은 계절 따라 백곡이 풍등하게 해 달라, 자손도 아들 형제, 딸 하나의 내외손이 번성하며 무병 건강한 몸으로 하늘이 준 수명대로 살다 죽게 해 달라는. 곧 인간으로서 누릴 것은 다 누리고 싶다는 청이다.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는 나도 못 하는 일”이라고 염라대왕이 야단을 치는 내용이다. 욕심이 지나치면 화를 입는다는 진리를 재미있게 전해주고 있다.(다음 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