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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율창, 한시를 율조(律調)에 올려 부르는 노래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407}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송서 중에서 삼설기에 관한 이야기를 하였다. 삼설기는 송서의 입문곡처럼 알려진 대표적인 소리제로 묵계월이 1930년대 중반, 이문원으로부터 배웠고, 이를 다시 유창에게 전해준 소리로 그 내용은 욕심이 지나치면 안 된다는 진리를 재미있게 묘사하고 있다는 점을 얘기했다.

 

또 송서의 창법은 정가와 유사하며, 느린 한배나 호흡으로 길게 끄는 가락이나, 요성의 형태, 또는 장식음 등이 정가의 음악적 분위기를 느끼게 된다는 점, 송서와 율창은 박자라든가 장단의 형태는 논하기 어려우며, 악구(樂句)의 시작과 맺음을 호흡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점, 마치 궁중음악의 수제천과 같이 장단이 불규칙하지만, 오랫동안 호흡을 맞추어 온 연주자들은 능숙한 연주로 청중을 감동시키고 있다는 점 등을 말했다.

 

이번주에는 시창(詩唱), 혹은 율창(律唱)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시창이나 율창은 한시(漢詩)를 긴 가락에 올려 읊는 형태를 말한다. 율창이란 말에서 율(律)은 음(音)을 뜻하는 말이라 하겠다. 곧 율려(律呂)로 음의 높고 낮은 고저를 의미한다. 또한 시창은 시(詩)를‘읊조린다’, ‘노래한다’는 의미이니, 시(詩)에 고저를 넣어 부르는 형태이다.

 

 

소설이나 산문을 음악적으로 세련되게 읽는 송서라든가, 또는 한시를 읊어 나가는 시창, 율창 등은 큰 소리로 책을 읽어 나가는 독서성이라든가, 또는 시낭송에서 출발하였다고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그만큼 송서나 시창은 마치 정가(正歌)의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어서 그 음악적 요소들이 상호 동질성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詩)에 가락을 얹어 노래한다는 점은 세계의 모든 민족들이 공통적일 것이다. 시창은 대부분이 7언, 또는 5언으로 짜인 한문으로 지은 시에 가락을 얹어 부르는 독특한 장르를 일컫는 용어이다. 그러므로 3장 형식으로 짜인 일반 정형시나 또는 자유시에 장단을 맞추어 부르고 있는 일반적인 노래와는 다르다.

 

《국악대사전》에서도 시창은 “한시(漢詩)를 긴 율조(律調)에 올려 부르는 노래”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 예로 서도지방의 관산융마(關山戎馬)와 판소리 춘향가 중, 어사가 된 이 도령이 마치 거지처럼 꾸며 입고 변 사또의 잔치 자리에 들어가서 ‘금준미주’로 시작되는 시(詩)를 지어 불렀던 소리를 시창으로 설명하고 있다.

 

춘향가에서 이 도령이 불렀다고 하는 한시의 제1구는 “금준미주(金樽美酒) 천인혈(千人血)”곧 “금동이에 담긴 향기로운 술은 천 사람의 피로 만들어 진 것”이란 내용으로 시작되는 유명한 한시이다.

 

 

이 시창은 판소리에서는 어사가 된 이 몽룡이 지어 부른 것으로 묘사되고 있으나, 실제로 이 시의 작자는 광해군 때, 남원부사의 아들 성이성이 지었다고 하고, 다른 자료에서는 명나라에서 온 사신이 지은 시의 일부를 성이성이 수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원본은 “청향지주천인혈, 세절진수만성고”의 앞부분을 고쳐 지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 시창은 판소리를 하는 소리꾼들은 누구나 부를 수 있는 남도창법의 시창이다. 여기서 잠시, 이몽룡이 즉석에서 지어 불렀다는 금준미주로 시작되는 7언 4구의 시창을 감상해 보기로 한다.

 

1구, 금준미주(金樽美酒) 천인혈(千人血)

금동이에 담긴 향기로운 술은, 천 사람의 피요,

2구, 옥반가효(玉盤佳肴) 만성고(萬姓膏)

옥쟁반에 담긴 맛좋은 안주는, 만백성의 기름을 짠 것이라.

3구, 촉루락시(燭淚落時) 민루락(民淚落)

밤을 밝히는 촛농이 떨어질 때, 백성들은 눈물을 떨구었고,

4구, 가성고처(歌聲高處) 원성고(怨聲高)

노래 소리 높은 그 곳에는, 백성들의 원망소리가 높도다.

 

《한국가창대계》에서는 시창을 가리켜 “글을 읊되 청(淸)을 붙여서 읽는 것”이며 “한시(漢詩)에 있어서는 흔히 오언절귀(五言絶句)ㆍ칠언절귀(七言絶句)ㆍ칠언율시(七言律詩)에 청을 붙여 부르는데, 동일한 형태로 부르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시형에 따라 약간씩 다르게 부르는 묘미가 있다.”고 기술하고 있다.

 

 

특히 <관산융마(關山戎馬)>에 관해서는 서도식 율창(律唱)이라고 전제하며 한시(漢詩)를 얹어 부르는 시창과는 판이하게 다르며, 곧 높은 청으로 속소리를 내어 가며 실같이 고운 목소리로 뽑아내는 시원스럽고도 비애조(悲哀調)가 섞인 시창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시창은 시창이나 그 창법이나 음조가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여하튼 시창이나 율창은 ‘시를 장단없이 음악적으로 고저를 넣어서 읊는 형태’로 정의할 수 있다.

 

7언(言), 곧 7글자가 하나의 구(句)를 이루고 있는 한문시를 보통 사람들은 읽고 쓰기가 어렵다. 그 의미를 파악하고 정확하게 이해하기란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이러한 싯귀를 부르고 있고, 또한 생활속에서 즐기고 있는 사람들이나 집단이 있는 것을 보고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바로 <송서 율창보존회>가 주관한 제3회 글읽는 나라 문화제전에 참가했던 많은 남녀노소 경창자들이 바로 그들이다.

 

그들은 그 어렵다고 하는 한문시를 외워서 시창으로 유유히 멋스럽게 부르고 있는 것이었다. 그것도 암기해서 말이다. (다음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