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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종승의 무속신앙 이야기

이태원 부군당에서의 ‘부군’ 의미

이태원 부군당 (2) - 역사적 유래와 명칭
[양종승의 무속신앙 이야기 38]

[우리문화신문=양종승 박사]  이태원에 지어진 제당은 무속적 신령을 모시고 있는 부군당이다. 이는 서울 곳곳에 있는 다른 부군당과 같은 기능을 갖고 있는 마을 신당이다. 이러한 부군당에서의 ‘부군’이라는 의미는 한민족이 이 땅에 삶을 영위하면서부터 구축해온 신앙의 모체로써 ‘빛’을 뜻하는 영적을 말한다. 따라서 한민족은 고대사회에서부터 빛을 통해 사상과 인생관을 설정하였고 이를 모체로 하여 신앙체제를 구축하였다. 이는 궁극적으로 현세적 길복을 추구하고자 하는 삶의 풍요로움을 실천키 위함이다.

 

그런데 부군당의 ‘부군’이 한자어 府君, 府根, 府群, 付根, 富降, 符君 등 다양하게 표기되어 왔다. 이들 중, 가장 보편적으로 쓰였던 것이 ‘府君’이다. 이 용어가 등장한 것은 일제강점기때인 1937년 서울 무가를 조사한 아카마쓰 지조(赤松智城)ㆍ아키바 다카시(秋葉 隆)이 펴낸 《조선 무속(朝鮮巫俗)의 연구》에서 ‘부군말명(府君萬明)’이라는 용어가 쓰여지면서 부터이다.

 

알다시피, 무가는 순전히 구전으로 전승되어져 왔다. 이것을 활자화하는 것은 학식이 있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무속현장의 용어들이 식자들에 의해 채록되어지면서 활자화되어 온 것이다. 그러면서 ‘부군’의 한자 표기가 발음에 따른 한자 취음(取音)의 이두(吏讀)식 표기 방식인 ‘府君’으로 바뀐 것이다.

 

 

‘부군’이란 한민족이 이 땅에 삶을 영위하면서부터 구축해온 신앙의 모체로써 ‘빛’을 뜻하는 영적인 존재이다. 따라서 한민족은 고대사회에서부터 빛을 통해 사상과 인생관을 설정하였고 이를 모체로 하여 신앙체제를 구축하였다. 이와 함께, 부군당에서 말하는 ‘부군사상’이란 곧 ‘빛 사상’을 가리키는 것인데, 이러한 사상이나 철학 체계는 한민족 신앙의 근본적 틀을 다지는 기틀이다.

 

태양의 존재를 중심으로 발생한 빛 사상 또는 신앙체계는 지구상 여러 문화권에서 보편적으로 발생되었을 것이지만, 이 땅의 한민족에게도 발생한 독특한 한민족적인 것이다. 부군 신앙이 오늘날까지 한민족 고유 신앙인 무속신앙 속에 남아 있는 것을 보더라도 이는 고유의 신앙체계로 전승 발전되어 온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러기 때문에 ‘빛 신앙(부군 신앙)’은 이 땅에 하늘의 빛이 내비쳐지기 시작한 고대사회로부터 시작된 것이고 그것이 지금까지 전승되고 우리 고유의 것으로 남아 있는 우리 본래의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최남선은 일찍이 그의 저서 《불함문화론(不咸文化論)》에서 밝힌 바와 같이 ‘붉은’은 ‘’을 말하는 것인데 이는 곧 신(神), 천(天), 일(日)에서 나온 ‘밝다’를 뜻하는 것으로써 아득한 원시시대로부터 전해져온 우리 고유의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부군의 원래 말은 ‘붉다’인데 이는 ‘붉은’을 말하는 것이며 ‘붉음’으로 표현된다. 그래서 ‘붉은’은 ‘밝은’이고, ‘밝음’으로 표현되는 것이다. 그래서 ‘붉은’과 ‘밝은’은 빛이란 뜻으로 인식된다. ‘붉은’ 또는 ‘밝은’의 신앙 행위 대상은 ‘광명(光明)’이다. 광명은 빛나는 것이고 이것은 ‘붉다’ 내지는 ‘밝다’로 이해된다.

 

결국, 부군이란 붉은, 붉음, 붉다, 내지는 밝은, 밝음, 밝다 등으로 풀이되며, 이는 붉은 태양의 존재를 대상으로 하는 신앙체계에서 비롯된 것이다. 따라서 태양의 존재는 곧 하늘을 뜻하는 것이며 이는 천지 만물을 주재하는 영적인 존재에 대한 신앙체제이다.

 

‘부군’이라는 원래 말이 ‘붉은’이라 하는 확실한 증거는 마을의 부군당 현장에서 그 증거를 찾을 수 있다. 부군당을 신봉하는 마을 사람들은 부군당의 원래 말은 ‘붉은당’이라고 말하고 있으며, 이곳에 봉안된 부군 할아버지나 부군 할머니를 ‘붉은 할아버지’ 또는 ‘붉은 할머니’이라고 부른다. 이와 같이 ‘붉은’이란 용어는 아직까지도 무속현장에서 신봉자들에 의해 뿌리 깊게 쓰이고 있으며 그 역사는 오래된 것임을 알 수 있다.

 

 

한편, ‘부군’ 의미에 대한 해답이 풀이됨으로써 ‘화주’에 대한 풀이도 함께 이루어진다. ‘화주(하주)란 부군 신앙에서 정기적인 의례를 주관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화주는 마을을 대표하기 때문에 마을 사람들의 우두머리 격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화주는 마을에서 발생하는 사사건건의 제반 사정을 잘 아는 토박이가 뽑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마을의 부군신앙 체제에서 막중한 임무를 띠고 있는 화주라는 인물은 그동안의 연구자들에 의해 ’화주‘를 한자로 花主, 化主, 和主, 貨主, 荷主(하주) 등으로 문자화하여 왔다. 이러한 여러 가지 표기 방식은 단지 표기자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고 이에 대한 정확한 뜻이나 의미는 밝혀지지 못하였다. 단지, 화주가 어떠한 임무를 띠고 있는 사람인지 그리고 그를 선출하는 기준이 어떠한 것인지 정도만의 현지 조사가 이루어졌을 뿐이었다.

 

그런데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부군당의 어원적 의미를 밝히면서 동시에 화주의 어원적 의미도 함께 풀이된 것이다. 곧 화주(하주)는 붉근당(붉은당)에서의 ‘붉’ = ‘불(火)’의 신앙을 주관 또는 주재하는 사람이다. 곧 불(火)과 관련된 신앙 의례 주관자로서의 우두머리 또는 으뜸 되는 사람을 ‘화주(火主)’라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