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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시창(詩唱)과 시조(時調), 무엇이 다른가?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410]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시창에 관한 이야기 가운데 경포대, 만경대의 앞부분 소개와 함께 촉석루에 관한 이야기를 하였다. <촉석루>라는 한시를 시창으로 옮기는 소리꾼들이 많다는 점, 시조시가 창으로 부르기 위해 지어진 것처럼, 시창의 경우도 부르기 위해 한시를 지은 것으로 보인다는 점, <촉석루>의 구성음은 黃(황, 솔)-仲(중, 도)-林(임, 레)-南(남, 미)의 4음과, 옥타브 위로 潢(황, 솔)-㳞(중, 도)-淋(임, 레)의 3음이어서 7음의 구성이란 점, 장단에 맞추지 않고 자유스럽게 숨으로 단락을 짓고 있는 점은 시조창과 구별된다는 점을 이야기 하였다.

 

시창과 시조창은 서로 어떻게 구별되고, 서로 다른 점은 무엇인가?

 

시창과 시조, 양자가 근본적으로 차이를 보이는 것은 노래말인 시(詩)가 다르다는 점이다. 곧 시창은 7언의 한시이고, 시조는 3장 형식의 시조시를 노랫말로 쓰고 있어 서로 다르다. 노랫말 이외에 음악적으로도 다른 듯 보이지만 서로 유사한 부분이 있어서 얼핏 들으면 분간이 어렵기도 한 것이 시창과 시조이다.

 

나는 오래전에 「시조음악의 일반적 특징」이란 논문에서 평시조 음악은 黃(E♭)-仲(A♭)-林(B♭)의 3음으로 구성된 노래로 黃은 약20%, 仲 60%, 林은 5%, 그 외의 15%는 고음이나 저음, 그리고 반주악기들의 여음(餘音)부분이나 휴지박 등이라고 했다. 그러므로 평시조는 仲과 黃, 두 개의 음이 골격음이라고 하였다. 이에 따라 선율형 또한 仲-黃으로 이어지는 4도 하행선율이나 또는 黃-仲으로 4도 상행선율이 많이 나타나고 있으며, 林에서 仲으로 하행시에는 흘러내리는 퇴성의 진행이라는 점도 지적한 바 있다.

 

또한 시조에 있어서는 아래음역의 낮은 㑖이 초장과 종장에 잠시 나오고, 潢도 짧게 출현하나 긴 음가를 지니고 독립적으로 출현하는 음이 아니고 장식적인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주요음은 아닌 것이다. 그러므로 평시조의 주요 출현음은 黃, 仲, 林의 3음이고 이 음들을 중심으로 선율이 이어지고 있다고 하였다.

 

이에 견주어, 시창의 음구성은 조금 다르다. 촉석루를 중심으로 볼 때, 출현하고 있는 음들은 黃, 仲, 林, 南이 등이고 옥타브 위로는 潢-㳞-淋으로 이어지는 고음역의 선율도 출현하고 있어서 평시조에 비하면 매우 선율적이라는 느낌이 짙은 것이다. 음역 또한, 평시조보다는 훨씬 높은 편이고, 첫머리를 질러 내는 지름시조보다도 더 높은 음역을 지니고 있다고 하겠다.

 

 

시창으로 부르는 촉석루의 중심 선율은 黃-仲-林-仲-(솔-도-레-도)의 진행으로 보인다. 黃에서 시작된 음이 4도 위의 仲으로 상행하고, 이어서 2도 윗음인 林으로 연결된 다음, 다시 2도 아래의 仲으로 하행하는 선율 형태가 대부분이다. 또한 옥타브 위로 올린 潢-㳞-淋-㳞의 선율형도 몇 회 나오고 있는데, 고음으로 처리하는 부분은 이 선율이 유일하다. 낮게 진행되다가 고음역으로 몇 회 반복되고 있어서 촉석루의 중심가락으로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이처럼 시조창과 시창은 그 출현음이나 음역이 같지 않음에도, 서로 비슷한 음악적 분위기를 전해주고 있다. 무슨 이유에서일까?

 

첫째는 가락을 만들어가는 구성음의 기능이 서로 비슷하다는 점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仲에서 4도 아래의 黃으로 떨어질 경우, 예외 없이 黃을 요성(搖聲), 곧 그 음을 곧게 뻗지 않고 흔들어 주거나 떨어준다.

 

둘째 이유는 仲과 林의 좁은 간격이 주는 미묘한 표현법이다. 林에서 仲으로 내려올 때, 거의 예외 없이 흘려 내리거나 여유 있게 떨면서 미끄러지듯 연결하는 퇴성(退聲)의 기능이 특징적이란 말이다. 그러나 仲은 요성이나 퇴성없이 평(平)으로 내는 소리로 일관한다.

 

이처럼, 시조창과 시창의 출현음이 저금 달라도 黃을 요성하고, 林을 퇴성하는 표현이라든가, 특히 仲을 요성하거나 퇴성, 또는 밀어올리는 추성(推聲)의 표현법을 쓰지 않는 점에서 서로의 기능이 비슷하기 때문에 시창의 선율이나 시조창의 선율이 서로 유사하게 들리는 것이다.

 

또한, 시창의 선율 속에는 12가사의 가락과 비슷한 형태나 표현법 등이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면 촉석루 제2구 첫머리 ‘총죽’ 부분은 우조지름시조 초장의 ‘황학거’ 부분과, 제4구의‘강산’은 처사가 일부 비슷하며 그 외에 시창, <십재경영>에도 12가사에서 쓰이는 가락들이 보이고 있다. 이러한 가락은 요성, 퇴성 등의 유사한 표현법과, 느린 빠르기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 그리고 뒷목을 쓰는 독특한 창법이 흡사하다는 점에서 같은 류의 노래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시창이 먼저 생긴 장르인지, 시조창이 먼저 생긴 장르인지는 확실치 않아도 시창과 시조창의 음악적 분위기는 비슷하게 느껴지는 것이 분명하다.

 

분위기를 바꾸어 이번 주에도 젊은 소리꾼과의 대화를 소개하고자 한다.

 

제1회 송서.율창 경연대회에서 학생부 장원을 차지한 바 있는 이송미양은 현재 대학에서 경기민요, 그 가운데서도 송서와 율창(시창)을 주전공으로 공부하고 있다. 그녀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서울시 예능보유자인 유창 명창으로부터 송서와 율창을 배우기 시작하였다고 하는 예비 명창이다.

 

서한범 - 처음부터 송서 율창이 재미있었나?

이송미 - 처음 소리를 배우기 시작할 때, 가만히 앉아서 일정한 리듬감도 없이 소리가 다소 지루하기도 해서 거부감을 느꼈어요.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 거부감은 눈 녹듯이 사라졌지요. 나도 모르게 호흡이 좋아진 걸 알게 되었고, 그래서 경기민요를 지도해 주시는 선생님들이 소리의 기본이 튼튼하다는 칭찬을 해 주셨어요.

 

서한범 - 송서 율창은 뜻풀이와 호흡이 중요한데?

이송미 - 구전에 의해 전수되던 좌창이나 민요의 노랫말에서는 그 뜻풀이에 어려움을 느껴 왔는데, 송서 율창을 공부하면서부터는 한자 풀이나 발음 전달에 큰 도움이 되어 좋았습니다. 어렵지만 선생님에게 뜻을 먼저 배우게 되고, 이해를 한 후에 소리를 시작하니까 어떤 뜻의 소리를 하고 있는지 스스로 깨닫는 점이 신기했어요. 특히 쭉쭉 뻗어 나가는 창법을 위해서는 긴 호흡의 유지가 절대적이지 않을 수 없지요. 송서ㆍ율창을 지속적으로 공부하면서 스스로 확인할 수 있었던 변화라고 하면 바로, 호흡의 안정이나, 소리를 맑게 띄우는 공명, 그리고 힘의 유지라고 할까요?

 

서한범 - 송서ㆍ율창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송미 - 관련 행사에 적극 참여할 것입니다. 앞으로 송서를 다른 장르와 접목시켜 새로운 장르를 탄생시키거나, 장르의 경계를 허물어 더 큰 소리세계를 건설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합니다. (다음 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