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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부락’, 천민들이 사는 곳이란 뜻의 일본말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4035]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천도교에서 실시한 제1세 교주의 추도이 끝나고 오후 9시경 군내 여러 곳의 산상에서 횃불이 오르고 많은 부락에서 만세의 함성이 메아리 쳤다.” 지난 3.1절 무렵 한 지방신문에 실린 기사 일부입니다. 여기에 보면 “부락”이란 말이 나옵니다, “부락(部落)”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찾아보면 “시골에서 여러 민가(民家)가 모여 이룬 마을. 또는 그 마을을 이룬 곳‘이라고 풀이해 놓았습니다.

 

 

그러나 《사쿠라 훈민정음 (이윤옥, 인물과사상사, 2010》에 보면 “부락은 부라쿠(部落)라는 일본말로 일본국어대사전 《다이지센(大辞泉)》에는 ’비교적 소수의 민가가 모여 사는 지역이란 뜻도 있지만 부락민이란 천시의 뜻도 있다. 일반적으로 비인간(非人間) 집단을 일컬으며 1922년에 대대적인 부락민 철폐운동이 있었다.”라고 풀이하고 있지요.

 

그러면 어찌해서 좋지 않은 말인 “부락”을 쓰게 되었을까요? 이는 아마도 일제강점기 잡지 《시인부락(詩人部落)》의 영향일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시인부락》은 1936년 11월 14일 창간 제1집을 낸 시 전문지인데,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 보고서》에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규정된 서정주가 편집 겸 발행인이었습니다. 서정주는 “부락”이 무슨 말인지 알고 쓰지는 않았겠지만 결국 이들 지식인들이 “부락”이란 말을 동인지 이름으로 쓰는 바람에 좋은 말인 줄 알고 대중이 쉽게 따라 썼을 것이란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고을'이나 '마을' 같은 좋은 우리말을 내다 버리고 '천민집단, 상종 못할 비인간 집단'을 뜻하는 “부락”이라는 말을 들여다 자기네 마을을 표시 해놓은 곳이 아직도 여전한 것을 어찌해야 합니까? 문제는 그 말을 쓰는 사람들의 잘못이라기보다는 무분별하게 일본말을 들여다 쓴 지식인들과 이를 무심코 따라 쓴 언론 그리고 이를 분명히 알려내지 못하는 《표준국어대사전》에 그 책임이 있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3.1만세운동과 관련된 기사에도 “부락”이 등장하는 등 아직 일제잔재를 청산하지 못한 오늘이 참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