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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조선총독부 축산과장, 한우의 매력에 빠지다

일본인 마쓰마루 씨가 쓴 책 《한우를 사랑해요》
[맛있는 일본이야기 480]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지난 연말 일이 있어 교토에 갔을 때 우에노 미야코 시인으로부터 책한 권을 받았다. 《한우를 사랑해요》라는 한글 제목의 책이었다. ‘한우를 사랑한다고?, 뭐하려고?, 먹으려고?’라는 궁금증에 돌아오자마자 책장을 넘겼다.

 

지은이는 농업 평론가이자 축산 학자인 마쓰마루 시마조(1907 ~ 1973) 씨로 도쿄대학 졸업 후 조선총독부 축산과장을 역임한 사람이라는 사실에 귀가 솔깃했다. 경력으로로 보아 한국의 한우를 잘 아는 인물이다 싶었다. 책을 읽어 내려가자니 짐작대로 마쓰마루 씨는 ‘한우의 매력에 빠진 사람’ 이었다.

 

“‘우리 고장에는 시커멓고 키 작은 소가 많아요.’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또 다른 지방에서는 ‘이전에는 시커먼 소가 많았지만 지금은 다 누렁소만 길러요.’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일본의 소는 꺼먼 소로 와규(和牛)라고 하지만 한국소는 누렁소로 한우라고 한다. 지금 일본에 있는 누렁소는 한국에서 건너온 소로 한우는 우수한 소질을 가지고 있는 훌륭한 소인데 일본인들이 잘 알지 못해 주어진 보물을 몰라보고 무심하게 지내왔다. 목축학자로서 풍부한 소질을 가진 한우에 대해 이야기함으로써 일본의 소년소녀들 그리고 모든 일본인의 마음을 바꾸는 일에 보탬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

 

마쓰마루 씨는 이 책을 쓰는 이유를 그렇게 서문에서 밝히고 있다. 이 서문은 1948년 11월에 쓴 것으로 제국주의 일본이 물러간 지 3년 뒤에 총독부 축산과장이었던 마쓰마루 씨는 일본어로 “한우 사랑”이라는 책을 썼다.

 

 

 

마쓰마루 씨는 말한다. “한우가 일본에 건너 온 것은 언제 일까?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한우는 메이지시대(1868-1912) 말기 일본 제국주의가 무력으로 한일합병이라는 이름으로 한국을 식민지로 삼은 약 3~40년 동안에 일본으로 끌고 온 소이다.”

 

그러면서 그는 이 책을 쓴 이유에 대해서 앞으로 많은 한우를 길러내기 위한 올바른 지식을 학습할 수 있는 길잡이가 되기를 바라고 아울러 이 책을 통해 일본이 35년간 한국을 식민지로 만들어 말할 수 없는 약탈과 억압을 자행에 온 것을 사죄하는 뜻이라고 했다. ‘한우사랑’ 이라는 책 한권이 어떻게 쓰라린 침략 강탈의 시기를 사죄한다는 것인지 언뜻 이해는 되지 않았다.

 

마쓰마루 씨는 이 책을 쓴 이유에 대해 더 말했다. 일제국주의의 희생양이 되어 고향을 떠나 일본에서 살 수 밖에 없는 재일동포들이 고향의 한우를 통해 자긍심을 갖게 되길 바라는 뜻이라고도 했다. 마쓰마루 씨는 “일본 소보다 한우가 몹시 뛰어나고 또 일도 잘하고 또 고기질도 좋다. 일본은 그런 한국의 보물 같은 한우에 대한 고마움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쓰면서 재일동포들에게 힘을 실어 주고 싶다고 했다.

 

글쎄다. 이 한권의 책으로 재일동포들이 힘을 내고 사람다운 대접을 받았는지는 전후(戰後) 일본이 재일동포와 한국에 대한 행동거지를 보면 잘 알 것이다. 다만 70년이 지난 2018년 이 책이 한국어로 번역되어 나왔다는 사실은 반길 일이다.

 

 

“70년 전 이야기라고 해서 그저 무심하게 읽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저자 마쓰마루 씨의 말대로 일본인이 가지고 있는 차별과 편견은 집요하게 남아 있는 현실에서 우선 이 책은 일본인이 읽어야할 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오늘 날 한일간의 우호 친선 사업을 이런 관점에서 바라보지 못하는 것이 큰 문제지요.(일본이 한국에 감사함을 모르는 태도를 지적하는 말인 듯, 필자주) 이 책을 한국어로 번역해서 한국 친구들이 읽어 준다면 얼마나 좋겠나 싶어 번역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이 책의 한글판을 찍게 된 경위의 일부다.

 

번역은 이해진 씨, 책의 삽화는 김석출, 김영숙 씨가 맡았으며 이들은 모두 재일 동포이다. 재일동포 입장에서는 한우를 사랑한 일본인 마쓰마루 씨가 고마운 사람일지 모른다. 사실 마쓰마루 씨의 한우사랑은 대단했다. 만일 그가 한우만 사랑했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만 높이 살 부분은 그의 한우사랑이 일제국주의가 저지른 침략의 역사를 지적하는 것으로 이어진다는 데 그나마 위안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식민의 역사는 그렇게 뼈아픈 것이기에 이 책 《한우를 사랑해요》가 어설픈 ‘조선사랑’ 이야기는 아닐까하는 우려도 없지 않아 있는 것이다.